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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말고 공공재개발!…'유턴' 요구하는 이유

  • 2020.09.15(화) 14:26

도시재생 지역의 슬럼화·보존 한계 등 주민 불만 커져
인센티브 많은 '공공재개발 전환' 요구…서울시는 강경

"도시재생 말고 공공재개발 해주세요!"

최근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지역 내 일부 주민들이 공공재개발을 요구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도성 성곽 주변에 위치한 이 지역은 서울 1호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중 하나로 약 5년에 걸쳐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했는데요. 이미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기념관, 도서관 등 각종 문화시설을 조성하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 갑자기 공공재개발로 방향을 틀자고 하니 국토부와 서울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에 투입된 예산을 뱉어내서라도 공공재개발로 전환하자'며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듯 합니다.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구역 내 도시재생사업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창신동공공재개발추진카페

◇ "주거지 재생형인데 문화시설만 재생"

창신·숭인지역에서 지행 중인 도시재생은 철거 보다는 '보존'에 집중해 도시를 재생하는 사업입니다.

산업 및 청년창업 지원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역사문화 공간은 관광자원으로 보존하는 식이죠. 주거환경이 열악한 노후주거지에선 부족한 도서관, 복지시설 등 SOC도 만들어 주고요.

이 사업은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시재생법)이 통과되면서 본격 시작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채택되며 '도시재생 뉴딜'로 확대 시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선 뉴타운, 재개발 구역이 해제되거나 일반 노후 저층주거지 등 스스로 정비가 어렵고 재생이 시급한 지역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2015년 첫 번째로 해방촌, 창신·숭인, 서울역, 세운상가, 장위, 상도, 암사, 가리봉, 성수, 장안평, 신촌, 창덕궁 앞 등 총 13곳을 지정했습니다.

1호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을 지정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는데요.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낙후 건물이나 골목이 보존되는 바람에 '슬럼화'가 우려되는 지역도 있고요.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5~2019년까지 1단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의 신축 건수는 822건으로 그 비율이 평균 4.1%에 불과합니다. 서울시 일반 저층주거지 신축비율(6.1%)보다 2%포인트 낮은 수준입니다. 도시재생 지역의 증축도 전체 건축물의 0.05~3.46%, 대수선도 0~3.9%로 낮은 수준이고요. 이들 지역의 50년 이상된 건물도 15.3%에 달합니다.

이런 이유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인데요.

현재 서울시도시재생포털엔 창신·숭인의 도시재생 성과로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산마루놀이터 ▲백남준기념관 ▲숭인1동 수수헌 ▲창신1동 토월 ▲창신2동 회오리마당 ▲채석장 전망대 ▲원각사 도서관 등 8개가 올라와 있는데요. 이 지역이 '주거지 재생형'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조금 동떨어진 성과로 보입니다.

이곳의 한 지역 주민은 "주거지 재생형인데 주거지 재생관련 사업은 시행되지 않았고 전부 기념관, 도서관, 역사관 등 문화관련 사업만 시행했다"며 "심지어 문화시설은 주민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도 안 찾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도 "벽화를 그리고 하수도를 개조한 게 전부"라며 "일부 지역은 점점 슬럼가가 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 혜성처럼 등장한 공공재개발 

도시재생에 대한 일부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공공재개발'이 등장하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공공재개발도 도시재생처럼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이지만 도시재생이 '수선'에 방점을 뒀다면 공공재개발은 '철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릅니다. 역사·문화만 일부 보존하고 나머지 낙후된 건물이나 골목은 전면 철거하고 주택을 새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이죠.

사업 인센티브에도 차이가 납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도시재생의 건축규제완화(건폐율, 용적률 완화 등)는 일반적인 주거지 신축보다는 도심 역사특성 보존, 상업가로 활성화, 산업기능 유지, 도시계획시설 유치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시행됐습니다. 특히 도시재생법을 근거로 건축규제 완화를 받은 사례는 전무했고요.

1단계 도시재생활성화구역(13곳) 내에서 발생한 822건의 신축 중 건축기준을 완화 받아 지어진 사례가 35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역사도심 및 상업지역의 지구단위계획, 준공업지역의 특정산업진흥지구 및 정비계획 등을 근거로 이뤄져 도시재생 인센티브라고 보기에도 애매합니다.

반면 공공재개발은 종상향, 용적률 상향은 물론이고 분양가 상한제까지 제외해 줍니다.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에 벌써부터 공공재개발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곳들이 많습니다.

◇ 공공재개발 유턴 가능할까?

이같은 분위기에 창신·숭인 지역도 공공재개발 추진에 나선 건데요.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올해 9월1일 개정된 '도시재생법' 시행령에 따라 공공재개발사업이 도시재생 인정사업에 포함됐는데요. 이때 인정사업 대상지역을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이 아닌 지역'으로 한정해 타 유형의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또는 예정인 지역은 제외했습니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돼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창신·숭인 지역은 공공재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죠.

도시재생 인정사업이란 도시재생법 제26조의2에 따라 기초생활인프라 미달, 인구 감소 지역, 산업 이탈 발생지역, 주거환경 악화지역 중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사업. 이 경우 활성화계획 없이도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것으로 인정해준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공공재개발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요. 개정안의 예외사례에 포함하는 방안이나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의 지정 또는 변경을 주민들이 제안하자는 식입니다.

창신·숭인 지역 주민들은 도시재생 중단 및 공공재개발 찬성 성명서(1300여명)를 모아 서울시와 종로구청에 제출하고 단체로 민원·청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공공재개발 추진 동의서도 징구하고 있고요.

'키'를 쥐고 있는 서울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달 3일 설명자료를 통해 도시재생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도시재생 인정사업은 원칙적으로 창신·숭인동처럼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선 시행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공공재개발 불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설명자료)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는데요.

서울시 입장에선 특정 지역을 풀어주면 도시재생이 진행되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부담스러울 듯 합니다.

이미 거액의 예산을 투입했다는 점도 그렇고요. 창신·숭인지역(200억원)을 포함해 서울시가 도시재생활성화지역 내에서 재생사업 예산으로 진행한 마중물 사업 규모만 총 900억원에 달합니다.  공공재개발로 전환하기엔 너무 많이 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더군다나 도시재생은 이번 정부에서 국정과제에 포함될 정도로 관심을 갖고 진행하는 사업이고요. 그 성과물이 나와줘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에 불만을 느끼는 지역 주민들도 다른 지역과의 연대 등을 강구하면서 좀처럼 물러서지 않을 기세여서 당분간 갈등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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