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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재생혁신지구 서울 가리봉 등 첫 발도 못뗐다

  • 2021.12.31(금) 09:22

안양3동 주민동의 첫 달성…내년 초 지구지정
첫발 못 뗀 곳 다수…보상가격 불만·도시재생 불신도

'공공주도 3080+(2·4대책)' 주택공급방안 중 하나인 '주거재생혁신지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선도사업 후보지를 발표한 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1개 지역에서 주민동의율을 확보했다. 도시재생 사업 방식을 개선해 3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3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주거재생혁신지구 후보지 중 '안양 안양3동'이 지구지정 요건인 토지면적 기준 주민동의율 67%를 달성했다. LH는 내년 1월 지구지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2024년 착공할 예정이다.

경기 안양시 안양3동 전경 / 사진=LH

주민동의율 저조…빨라야 내년 지구지정 시작
주거재생혁신지구는 LH 등 공기업이 주거 취약지역에 신규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도록 각종 특례를 적용하는 지역이다. 용도지역과 용적률을 상향하고, 생활SOC가 함께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사업비용을 지원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4일 주거재생혁신지구 계획을 발표하고 △서울 구로 가리봉동 △경기 안양 안양3동 △경기 수원 서둔동 △인천 숭의2동 △인천 석남동 △대전 읍내동 △대전 천동 등 후보지 7곳을 선정했다. 

이어 LH는 지난 10월 "후보지 중 안양 안양3동, 수원 서둔동, 대전 읍내동 등 3곳에 대해 선도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연내 주거재생혁신지구 지정을 마치고, 이들 지역에 공공주택 1000가구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 지역 모두 빨라야 내년 지구지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며 동의율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주거재생혁신지구로 지정되려면 토지등소유자와 토지면적 기준 각각 66.7% 이상의 주민동의를 얻어야 한다.

안양 안양3동이 지난 23일 겨우 토지면적 기준 67%의 동의율을 확보했고, 수원 서둔동과 대전 읍내동은 여전히 저조하다. LH가 지난 9월부터 주민 참여를 독려했지만, 주민동의율을 끌어올리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수원 서둔동과 대전 읍내동의 주민동의율은 아직 50% 미만인 것으로 확인된다"며 "주민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설명회 등을 개최하고 지자체와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주민들은 LH가 추정한 보상가격이 시세보다 너무 낮다고 반발한다.

서둔동은 수원 군 공항 이전 가능성이 발목을 잡았다. 이 지역은 인근 군 공항 탓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고도 제한을 받고 있는데, 공항이 이전하게 되면 제한이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서둔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군 공항 이전 공약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 이를 호재로 인식하는 주민들이 있다"며 "당장 민간재개발까지는 어렵더라도 지금 LH가 제안한 보상가로는 부족하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도시재생 부정적 인식도 여전
주거재생혁신지구 지정이 주춤하면서 주택 공급에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시재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계획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주거재생혁신지구 계획을 발표하며 "그간 도시재생은 노후주거지 개선 효과가 미흡, 근본적인 처방을 통해 재생사업의 실행력을 제고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8000가구, 경기·인천 1만1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제도적 근거인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9월21일에서야 마련됐다. LH는 사업계획이 발표된 지 약 8개월이 지난 9월27일부터 해당 지역들의 동의서 징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서울은 아예 첫발도 못 뗐다.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안양 안양3동은 내년 안에 지구지정, 설계 공모, 시공사 선정, 사업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2027년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LH 관계자는 "선도사업지의 경우 내년 9월까지 동의율을 확보할 시간이 있기 때문에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호응을 끌어낼 계획"이라며 "서울 가리봉동 등 남은 후보지 4곳은 아직 초기 단계라 해당 지자체와 사업계획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후보지 선정부터 주민 참여 단계 없이 공공이 끌고 가다 보니 주민들로서는 사업 자체가 생소하고, 동의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실상 퇴출 단계를 밟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주민들이 참여를 꺼리게 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어 "보상가격 현실화 등 주민들에게 설득력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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