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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부잡]개포1단지 미래유산으로 남게 된 '한개 동'

  • 2020.09.04(금) 16:47

서울시 '미래유산' 지정에 개포1·개포4등 완전철거 못해
주민 청원에 구청-서울시 '핑퐁’…흉물vs유산 논란 여전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현장에 덩그라니 남은 아파트 '한 동'을 보면 요즘 유행하는 트로트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이 단지는 올해 상반기 철거를 마치고 지난달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청약('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을 하는 등 재건축 사업에 한창인데요. 아직도 건물 한 동을 철거하지 못해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오는 2023년에 새 아파트로 탈바꿈한 개포1단지와 1982년에 지어진 건물이 공존하는 다소 어색한 풍경이 연출될듯 한데요. 개포1단지에 한개 동이 덩그러니 남아 있는 이유가 뭘까요.

◇ 50년 된 아파트가 미래유산?

개포주공1단지가 아파트 한 동을 남기게 된 건 서울시의 미래유산사업 때문입니다.

앞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012년 개포1단지의 재건축안을 통과시키면서 단지 중 1개 동의 일부를 남겨 개포1단지의 역사를 보존하는 문화시설로 사용키로 했습니다.

이는 강남권 아파트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미래유산화 구상의 일환이기도 했습니다. 미래유산은 서울시가 2013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국가·서울시 지정·등록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자산을 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는 사업인데요.

서울시가 개포1단지의 기부채납 부지인 '15동'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하면서, 현재 다른 건물은 모두 철거되고 1개 동만 외딴 섬처럼 남게 됐습니다.

오래 된 아파트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건 개포1단지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1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개포주공4단지 일부를 남겨 보존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심의결과를 내놓으면서 처음으로 공식화했는데요. 개포4단지는 1980년에 만들어진 택지개발촉진법이 적용된 첫 사례 중 하나라는 이유에서 미래 유산으로 지정돼 429동, 445동 2개 동이 남게 됐습니다. 이 단지는 지난해 이주와 철거, 분양('개포 프레지던스 자이')까지 마쳤습니다.

2017년엔 반포주공1단지(1974년 준공) 1·2·4주구도 원형 보존 결정이 났습니다. 1970년대 시작된 강남권 개발 아파트 초창기 모델이면서 대규모 저층 아파트 형태를 잘 보여준다는 이유로요. 108동 1개 동을 남겨 주거역사박물관으로 사용키로 했습니다.

그 다음해에는 잠실주공5단지(1977년 준공)의 523동 1개 동도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는데요. 애초 서울시가 최초의 중앙난방 도입 단지로 보존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굴뚝도 존치하도록 했지만 주민 반발이 커서 아파트 동만 남기게 됐습니다.

지난해 8월 철거 중인 개포주공1단지 모습. 현재는 모두 철거되고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15동 한 개 동만 남아있다./채신화 기자

◇ '역사문화vs흉물'…여전한 시각차

일부 건물을 남기고 재건축하게 된 조합원들은 속이 타는 분위기입니다.

서울시는 이들 아파트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지만 주민들은 "새 아파트 단지에 40~50년 된 흉물을 남겨놔서 뭐하냐"는 입장입니다.

또 낡은 건물을 남기면 강남권 고급 주거단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안전 사고 등이 우려되기도 하고요. 건물 유지·관리 비용이 주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는데요.

이에 개포1단지의 한 주민은 지난달 10일 서울시 시민제안에 '개포1단지의 미래유산 보존을 문화시설로 대체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리고 다양한 커뮤니티에 해당 청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1개 동 보존 미래유산 제안 시 조합원총회나 15동 주민들의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2012년 서울시에 소형 평형 의무비율은 낮추고 평균 층수를 높여달라는 것을 전제로 서울유산화를 제안한 건데, 서울시가 요구는 들어주지 않고 유산화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강남구 문화재과에서 개포1단지의 미래유산 운용 및 유지관리비용에 대한 구청 예산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보존 가치 없는 1개 동을 관리하는데 공공기여비용을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이 게시물은 447명의 공감, 211개의 덧글이 달려 서울시의 공식 답변을 받았는데요. 지자체들의 답변을 들어보면 보존 결정이 번복되기는 어려울듯 합니다.

서울시는 "해당사업의 향후 조성 및 운영 등과 이후 문의사항에 대해서는 입안권자인 강남구청장에게 문의 및 제안해주길 바란다"며 강남구청으로 떠넘겼는데요.

강남구청 관계자는 "청원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이 올린 것으로 조합차원에서 정식으로 공문이나 접수가 들어온 사항이 아니다"라며 아직 검토사항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식적으로 접수가 되면 구청에서 서울시에 올리고, 서울시에서 심의를 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다시 서울시로 공을 넘겼습니다.

개포1단지에 남은 아파트 1개 동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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