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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리그테이블]선방한 수주, 위기는 지금부터

  • 2020.05.08(금) 14:58

<20‧1Q 신규 수주>
현대‧삼성 등 전년대비 큰 폭 성장…대림‧대우 주택 수주 급감
유가급락 등 대외환경 급변…안정적 일감 확보 관건

국내 건설사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연 초부터 수주 소식을 전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글로벌 확산으로 대내외 수주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1분기엔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이름값에 걸맞은 숫자를 내놓았고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도 작년보다 확보한 일감이 늘었다.

반면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은 주택 부문 수주가 크게 줄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업장에서의 승리가 더욱 절실해졌다.

◇ 돋보인 현대건설, 무난했던 삼성물산

현대건설은 신규 수주 부문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뽐냈다. 1분기에만 9조9312억원어치의 일감을 확보, 작년 1분기(2조9044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규모다. 올해 수주 목표치(25조1000억원)의 39%를 채웠을 뿐 아니라 다른 경쟁사(상장 대형 건설사)가 확보한 일감을 모두 더한 것보다도 많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1월부터 해외에서 수주 낭보를 전했다.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PLOT3‧4공사, 싱가포르 풍골 스포츠센터,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부산 범천 1-1구역 재개발 사업 등을 수주했다.

삼성물산도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조6150억원을 수주했다. 올해 목표치(11조1000억원)의 23.6% 수준이다. 해외에선 1조1651억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복합발전과 베트남 하노이 R&D센터 등을 수주했다. 국내는 평택 반도체 2기 공사를 확보했다.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며 아쉬운 실적을 냈던 GS건설도 수주는 크게 증가해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65% 증가한 2조2690억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했는데, 올해 목표치(11조5000억원)의 19.7% 수준이다.

다만 해외 시장보다는 국내 건축‧주택 부문 수주가 대부분으로 내수 의존도가 큰 편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HDC현대산업개발도 나쁘지 않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주력인 화공 플랜트를 중심으로 1조2362억원,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에 기반해 9200억원어치의 일감을 따냈다. 이는 작년 1분기와 비교해 각각 98.5%, 112.5% 증가한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올해 목표치(10조5000억원)에 비해서는 많지 않은 규모인데 이는 작년보다 수주 목표치를 공격적으로 설정한 영향이다.

◇ 일감‧자존심 챙겨야 하는 대우‧대림

경쟁사들이 의미 있는 수준의 미래 일감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반면 대림산업과 대우건설은 수주 부문에선 빨간불이 켜졌다. 수주 규모가 작년 1분기보다 급감한 것은 물론 목표치의 10% 수준에 불과한 까닭이다.

대우건설은 전년 동기대비 56.5% 감소한 1조5037억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달성률은 11.7%에 불과하다. 전 사업 부문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그 동안 버팀목이 됐던 주택‧건축 부문 수주 성과가 크게 줄었다는 게 뼈아프다. 1분기 이 사업 신규 수주는 1조3297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림산업도 27% 감소한 9508억원의 수주에 머물렀다. 달성률은 8.7%로 경쟁사 가운데 유일하게 한 자릿수다. 토목 사업에서는 작년보다 확보한 일감이 다소 늘었지만 주택과 플랜트 등 강점을 보인 곳에서 모두 부진했다.

현재 두 회사는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림산업은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서 현대건설, GS건설과 경쟁하고 있으며 대우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시공권을 두고 삼성물산과 혈전을 펼치고 있다. 두 회사 입장에서는 자존심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시공권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들 뿐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과 이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락 등 대내외 환경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건설사들이 올해 수주 목표를 작년보다 높여 잡으며 적극적인 수주에 나설 계획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위기 의식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박형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해외 플랜트 발주 시장은 인프라와 가스 분야를 제외하면 극단적인 발주 감소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라며 "향후 유가가 회복되더라도 상반기 유가 하락으로 발생한 산유국들의 재정적인 충격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해 진행 프로젝트의 속도 조절, 신규 프로젝트 발주 지연 등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대형 건설사들은 업체마다 상황이 다르다"라며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지난해에서 이연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신규수주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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