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이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노후 주택은 증가하는데 재건축 규제가 심화하자 아파트 소유주들이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하면서다. 강남권 등 주요 지역의 아파트뿐만 아니라 500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도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올해 서울 및 수도권 주요 리모델링사업 수주를 적극적으로 준비 중이다.
그동안 리모델링사업은 사업성이 낮아 대형건설사들 사이에선 찬밥 신세였다. 리모델링은 뼈대는 그대로 두고 건물을 고쳐 짓는 방식이기 때문에 재건축에 비해 일반분양분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가 점점 심화하면서 소규모 단지뿐만 아니라 대단지들도 리모델링 사업에 나서자 건설사들도 속속 뛰어드는 모습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 등으로 시장의 흐름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올해 1기 신도시를 포함해 수도권에서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이 도래한 아파트들이 상당수 있는데 재건축을 포기하고 리모델링(가능연한 15년) 사업을 선택한 곳들이 꽤 많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주택사업본부 도시정비영업실에 속한 사업팀을 별도로 떼어내 리모델링 전담팀을 구성하며 적극적인 사업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포스코건설과 공동으로 공사비 3400억원 규모의 경기도 용인 '현대성우8단지'(1239가구·이하 리모델링 전 가구수)를 수주해 리모델링 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어 이달 9일 2280억원 규모의 '용인수지신정마을9단지'(812가구) 사업을 단독으로 따내며 올해 마수걸이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처음으로 리모델링사업 입찰에 참여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1568가구에 달하는 경기도 광명 '철산한신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쌍용건설과 함께 입찰에 참여했다. 이 아파트는 2차 입찰 모두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됐다. 단독 참여한 현대엔지니어링-쌍용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이달 8일 진행된 경기도 군포 '우륵아파트'(1312가구) 리모델링사업 현장설명회에 단독 참여했다. 이 회사는 1990년대부터 리모델링사업에 뛰어들어 3곳을 준공했다. 2016년 HDC현대산업개발과 공동 수주한 강남권 리모델링 최대 규모인 '대치2단지'(1753가구)가 최근 서울시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올해 경기도 군포 외 서울 성동구 등에서 리모델링 수주를 검토 중이라고 DL이앤씨 측은 전했다.
롯데건설은 2019년 서초구 '잠원 롯데캐슬갤럭시1차'(256가구)를 시작으로 2020년 용산구 '이촌현대'(653가구), 올해는 '목동우성2차'(1140가구) 수주를 앞두고 있다. 목동우성2차는 롯데건설이 두차례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입지가 양호하고 사업성이 우수한 현장을 폭넓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르포]목동우성2차 리모델링, 롯데건설·HDC현산 '2파전'
HDC현대산업개발도 올해 서울 위주로 리모델링 수주 참여를 검토중이다. 이 회사는 도시재생영업부문 안에 리모델링 관련 조직을 꾸리고 있으며 리모델링 단지인 강남구 '청담 아이파크'(108가구) 등을 준공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엔 광진구 '상록타워'(200가구)를 수주했다.
대형건설사 중 수주 실적이 가장 많은 포스코건설은 이미 2014년부터 리모델링영업그룹을 따로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총 17건, 공사비 약 2조6000억원, 1만4325가구 규모의 리모델링사업을 수주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올해도 노후아파트 리모델링 수요가 있는 곳들을 적극 검토해 영업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정비사업팀 내 리모델링사업 수주를 위한 파트가 있다. 이 회사도 올해 사업성과 상징성 있는 단지에 전략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SK건설을 제외한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건설사들이 모두 리모델링사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면서 수주전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주 격전지로 꼽히는 곳은 ▲송파구 문정건영(545가구) ▲동작구 우성‧극동‧신동아(4396가구) ▲강동구 선사현대(2938가구) ▲서초구 잠원동아(991가구) ▲중구 남산타운(5150가구) 등이다.
이중 '우극신'(우성·극동·신동아)은 통합 리모델링단지로 수직증축, 수평증축, 별동증축을 통해 기존 4396가구에서 약 505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우극신은 일반분양분이 657가구에 달하는데다 지하철 4·7호선 총신대입구역과 이수역이 가깝다. 입지 강점이 있어 건설사들의 수주 의지가 높다.
'남산타운'은 서울 단일 리모델링 단지로는 최대 규모(5150가구)인 만큼 벌써부터 건설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곳은 최근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자 GS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앞다퉈 단지 내 현수막을 내걸었다. 남산타운은 연내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 선정에 나설 계획으로 전해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사업지 중에서도 용적률 추가 상향, 별동 증축 등을 통해 일반분양물량이 더 나올 수 있는 곳이나 입지적으로 상징성이 있는 곳 등 사업성이 높은 단지 위주로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