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에서 아파트 단지들이 손을 잡으며 리모델링 판을 키우고 있다.
단지 규모가 클수록 대형 건설사가 시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일반분양분이 증가해 조합원 분담금을 줄일 수 있어서다. 주로 용적률이 낮아 재건축이 어려운 아파트나 소규모 단지들이 통합 리모델링을 활용하는 추세다.
다만 여러 단지를 합치는 만큼 단지별 이해관계 등에 따라 의견을 모으기가 힘들어 결별하는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다.
서초도 노원도…뭉쳐야 리모델링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검토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작구 사당동의 '우극신'이다. 우성2단지(1080가구), 우성3단지(855가구), 극동(1550가구), 신동아4차(912가구) 등 1993년에 준공한 4개 단지는 통합 리모델링을 통해 총 4397가구에서 5060가구 규모의 단일 브랜드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들 단지는 일반분양 물량만 약 660가구인데다 지하철 4·7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과 가까워 벌써부터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에서는 나홀로 아파트들이 손을 잡았다. 반포한신타워(250가구·1996년 준공), 블루힐하우스(125가구·1999년), 잠원중앙하이츠(126가구·1998년), 킴스빌리지(160가구·1996년) 등 4개 단지 총 661가구가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중이다.
영등포구에선 문래동 현대 1·2·3·5·6차(1372가구·1986~1997년), 대원(218가구·1998년), 두산위브(383가구·1988년) 등 총 1973가구가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중이다. 이들 단지 모두 용적률이 300% 전후라 재개발이 어렵고 개별 리모델링을 하기엔 단지 규모가 작아 손을 잡게 됐다.
용산구에선 지난달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촌 코오롱(834가구·1999년)이 강촌(1001가구·1998년)과 손을 잡을 전망이다. 구로구에선 신도림 우성1차(169가구·1992년), 2차(239가구·1996년) 등 총 408가구가 GS건설을 시공사로 정하고 통합 리모델링에 나서기로 했다.
강서구 등촌주공도 1994~1995년 준공한 2단지(505가구), 3단지(1016가구), 8단지(445가구), 10단지(566가구) 등 총 4개 단지(2532가구)가 통합 리모델링을 검토중으로 전해진다. 노원구에선 1988년에 준공된 청백아파트 3단지(458가구), 4단지(520가구)가 통합 리모델링 추진을 확정해 두 단지 모두 사전동의율 50%를 넘긴 상태다. 이들 단지가 리모델링되면 기존 978가구에서 1007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대단지 프리미엄'에도 주민 통합 어려워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서 통합 리모델링이 인기를 끄는 주된 이유는 '대단지 프리미엄' 때문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 피트니스센터, 도서관 등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갖출 수 있고 입주자들이 분담하는 공용관리비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사업성이 높아져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통상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일반분양 가구가 적어 수익률이 낮고 뼈대를 유지한 채 다시 짓는 사업이라 대형건설사들이 선호하지 않던 사업이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 규제 강화로 정비사업지가 줄어든 가운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대단지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대형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다만 통합 리모델링 추진 단지 주민들을 '통합' 하기가 쉽지 않다.
단지별로 분담금 등 사정이 달라서 이해관계에 차이가 있고 추진 속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다가 결별하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앞서 용산구는 지난 2018년 동부이촌동에서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어려운 한가람, 강촌, 이촌코오롱, 한강대우, 이촌우성 등 5개 단지(총 4948가구)의 통합 리모델링을 시도했으나 주민들간 의견충돌 등으로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 결국 갈라섰다.
신도림 우성아파트도 1,2,3,5차가 함께 리모델링을 추진하려 했지만 주민 간 사업 방식 등에서 의견이 엇갈리면서 1,2차만 손을 잡고 나머지 단지들은 결별한 상태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위원장은 "통합 리모델링을 하면 더 많은 커뮤니티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단지 규모가 커지면서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특히 대규모 단지일수록 부동산 시장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통합 재건축은 멸실하고 새로 짓는 방식이라 지분관계만 잘 정리하면 되는데, 통합 리모델링은 등기가 계속 살아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통합 조합을 만들기 힘들다"며 "단지별로 개별 조합이 움직이다 보니 의견을 모으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고 자기 단지에 더 좋은 커뮤니티가 들어오길 바라면서 갈등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