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 연이어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되며 본격적인 리모델링 사업 시작을 알렸다. 다음 달 조합설립인가를 거쳐 올 상반기 중 안전진단과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들은 사업 추진에 앞서 지자체에 용적률 완화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산은 리모델링 대기 중…조합설립 '속도'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강선마을14단지 두산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 추진위원회는 오는 12일 조합설립총회를 개최한다. 이 아파트와 마주 보고 있는 문촌마을16단지 뉴삼익아파트는 지난달 26일 창립총회를 마치고 설립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일산신도시에서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선14단지두산과 문촌16단지뉴삼익 모두 1994년 준공됐다. 용적률 역시 182%로 똑같다. 입주 28년차에 접어들며 최근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민들은 토로한다.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자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렸다. ▷관련기사:[집잇슈]훈풍 부는 1기 신도시 리모델링…집값도 '쑥'(1월6일)
현재 956가구 규모인 문촌16단지뉴삼익은 신축 143가구를 확보해 1099가구 단지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다. 강선14단지두산은 기존 792가구에서 118가구를 추가로 짓는다.
강선12단지, 장성2단지, 후곡11·12단지 등도 올해 하반기 리모델링조합 설립을 계획 중이다. 이들 아파트는 앞선 두 단지와 비슷한 1994~1995년 준공됐으며, 용적률은 161~173% 수준으로 살짝 낮다.
강선12단지가 309가구로 가장 규모가 작고, 장성2단지는 591가구다. 통합리모델링을 추진하는 후곡11·12단지는 총 1554가구 대단지다.
아직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리모델링을 기대하는 단지도 많다. 작년 경기도가 공모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사업에는 고양시 내 27개 단지가 신청하며 관심을 보였다. '고양시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공동주택은 460개 단지, 20만8000가구 규모다.
리모델링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안전진단,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영향으로 재건축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재건축은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B등급부터 가능하다. 리모델링은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용적률 완화 추진…이재명·윤석열 대선공약도
다만 리모델링은 일산에서 전례 없는 사업이다 보니 각종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강선마을14단지두산 리모델링추진위는 조합 설립에 앞서 최근 시의원들을 찾아 △용적률 완화 △층수 제한 완화 △안전진단 비용 대여 절차 간소화 등을 요구했다.
제3종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250% 이하로 제한하는 '고양시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해달라는 게 골자다. 허용 용적률을 280%로 상향하되, 리모델링에 한해 290%까지 완화하는 특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기 성남 분당,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부천 중동 등 일산을 제외한 1기 신도시는 고양시와 달리 제3종주거지역에서 280%의 용적률을 보장하고 있다.
리모델링 용적률 특례도 전례없는 요구는 아니다. 1기 신도시는 아니지만 경기 용인시가 작년 리모델링에 한해 제3종주거지역 용적률을 기존 210%에서 300%까지 상향시킨 바 있다.
강선마을14단지두산 리모델링추진위 관계자는 "준공 30년이 도래하는 구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희망한다"며 "타 1기 신도시에 비해 낮은 용적률 등의 규제는 사업성 악화를 초래해 사업 추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요구를 수용해 고양시의회는 다음 달 31일께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용적률을 주민들의 요구사항 이상인 300%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의회는 또 "리모델링으로 인한 이주 시 임시 거주할 수 있도록 '고양장항' 임대주택 500가구 중 약 100가구를 배정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최근에는 주요 대선 후보들도 리모델링 활성화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리모델링 특별법'을 제시했다. 평면 변화 없이 가구 수를 확보할 수 있는 '수직증축'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이들 지역의 용적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리모델링 또한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선심성 공약보다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리모델링 사업성을 위해 용적률을 무리하게 상향할 경우 주거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며 "지구단위계획을 새롭게 조정해 건폐율을 최대한 낮추고, 이때 확보한 부지는 시민에게 환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