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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맞불]③집값 자극 해법은…결국 또 규제?

  • 2021.04.20(화) 15:53

압구정‧잠실 등 토지거래허가제 연장 전망
개발-집값 안정 동시 추진 어려워
단기 공공개발, 장기 민간재건축 등 협력·로드맵 필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잇단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4.7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지만 계획했던 부동산 공약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오히려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외쳤던 게 시장을 자극해 재건축 단지 집값이 이상 급등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다급해진 오세훈 시장이 토지거래허가제 등을 언급하며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규제만으로 흔들리는 시장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선 재건축 규제완화 속도조절이 필요하고 동시에 정부와 협업을 통한 주택공급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오세훈 시장도 토지거래허가 등 규제카드 만지작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 현대7차 전용 245㎡는 8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거래 시점은 재보궐선거 직전인 지난 5일로 오세훈 시장(당시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컸던 시기다.

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이후 이 같은 기대감은 시장 과열로 이어지고 있다. 신고가를 기록한 압구정 현대를 비롯해 잠실주공 5단지, 대치동 은마와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호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압구정 4구역 전경/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오세훈 서울시장도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단기적으로 집값 불안을 막기 위해 규제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잠실~코엑스 일대에 조성 중인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계획으로 인해 강남구 청담동과 삼성동, 대치동 일대와 송파구 잠실동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황인데 이를 연장하고 압구정동 등 과열조짐을 보이는 재건축 단지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8.4주택공급과 3기 신도시 입지 등을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으로의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규제와 다르지 않다. 집값 불안이 심화되자 오세훈 시장도 규제부터 찾는 셈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집값이 잠시 주춤하다가 재건축 단지부터 강하게 움직이는데 이는 규제 완화를 주장했던 오세훈 시장의 영향이 크다"며 "현 상황에서 압구정이나 여의도, 목동 등 집값이 비싼 재건축 단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서둘러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간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만큼 투기수요에 더욱 강력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토지거래허가제는 신도시 대상지역 주변 개발제한구역(GB) 등에 투기수요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서울 도심에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지금은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오르는 것이어서 이를 노린 투기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더욱 강력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기수요를 잡지 않으면 오세훈 시장의 부동산 정책도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 정부와 협조 통한 주택공급 필요

정책 기조는 다르지만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모두 궁극적으로는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 장기화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고, 지난 몇 년간 집값이 크게 오르는 학습효과로 투자심리 역시 살아있어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쉬운 상황은 아니다.

현재로선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공공주도 개발을 중심으로 주택공급을 이어가면서 중장기적 혹은 순차적으로 민간재건축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종완 원장은 "압구정과 은마, 잠실주공5단지 등은 개발 기대만으로도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장 영향은 적으면서도 속도감 있는 개발이 필요한 지역부터 공공주도 개발사업을 추진하되 오 시장도 이에 협력하면서 향후 민간사업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규제완화로 사업 추진이 기대되는 단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규제만 풀리면 사업을 추진하려고 준비 중인데 동시다발적 사업 추진은 이주대란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순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밑그림이 있어야 과열된 시장이 잠잠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만 소장 역시 "현실적으로 오세훈 시장이 공언했던 규제완화가 쉽지는 않은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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