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주택의 신속한 공급과 부동산 가격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반드시 세우고 해내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취임식에서 서울시 부동산 정책 방향을 이같이 언급했다.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다시 집값 불안 조짐이 나타나자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란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규제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는 동시에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재건축 안전진단 등 규제 완화를 건의한 점 역시 이같은 행보의 일환이다.
다만 재건축·재개발이 속도를 낼 수록 집값 상승이 불가피한 데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이 규제보다는 호재에 더 크게 반응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 시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코로나19 방역 유지 및 서민경제 지원 ▲공정과 상생으로 2030 청년세대에게 희망을 ▲신속하지만 신중한 주택정책 마련 ▲1인가구가 행복한 서울 ▲삶의 질과 도시경쟁력 높이는 비전 마련 등 5가지의 시정 약속을 했다.
그중에서도 오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모든 국민을 부동산 우울증에 빠져들게 만들었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론 규제 완화를 통한 '신속한 주택 공급'을 내세웠다.
오 시장은 "지난 10년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정책적으로 억제되면서 시장에 충분한 주택이 공급되지 못했다"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서울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4년 전에 비해 45%나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민들이 필요로하는 곳에 양질의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고 관습적으로 유지해 온 도시계획위원회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그 시작으로 정비구역 지정 절차 단축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전날 열린 청와대 초청 오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콕 찍어 재건축 현장 방문을 건의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을 위한 개선 건의안 공문을 국토교통부에 발송했다.
규제를 통한 집값 안정도 재차 강조했다.
후보 시절 '개발'을 내세웠던 오 시장은 당선 보름 만에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집값 과열 조짐이 보이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며 투기수요 차단에 나서는 모습이다. ▷관련 기사: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쓰고, '재건축 청신호'로 읽는다(4월21일)
오 시장은 "부동산 가격 불안정의 불씨를 반드시 거둬내겠다"며 "부동산투기 차단 조치를 과감히 병행하고 재건축·재개발 주요 단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물론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이상거래에 대해 집중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집값 안정을 이루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개발(재개발·재건축)을 하면 집값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아울러 저금리, 유동성 등 집값을 잡기 위한 환경이 녹록지 않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