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동탄역 디에트르'가 청약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거주여건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서울 외 수도권 지역 분양단지에서 역대 최고인 80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까닭이다. 청약 당첨을 위한 가점 최고 점수만 79점에 달한다.
이 단지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분양가다. 3.3㎡ 당 평균 분양가는 1367만원으로 전용 84㎡ 기준 가장 비싼 주택형도 4억9000만원 수준이다. 시세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처럼 최근 분양단지는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수준에 공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변 시세를 끌어내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당첨자들에게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안겨주는 로또가 되고 말았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백련산SK뷰아이파크'는 지난 1월 전용 84㎡가 12억원에 거래됐다. 응암10구역을 재개발해 지은 이 단지는 지난 2017년 3월 분양했는데, 당시 분양가는 5억1000만원 선이었다. 지난해 5월 입주, 1년여 만에 분양가 대비 시세가 2배 이상 상승했다.
'신촌그랑자이'도 분양가 8억1000만원에서 최근 실거래가는 18억2000만원으로 124.7% 올랐고, '신길센트럴자이' 시세 역시 분양가 대비 129.6% 상승한 16억원에 달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상승률도 만만찮다. 서초 우성아파트를 재건축하며 당시 마지막 로또라고 평가받던 '래미안 리더스원'의 경우 전용 114㎡가 지난 4월 34억9000만원에 거래, 분양가(19억9000만원) 대비 74.5% 상승했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 59㎡도 19억3000만원, '서초센트럴아이파크'도 17억5000만원으로 분양가 대비 각각 70.9%, 63.1% 올랐다.
이들 단지를 포함한 지난해와 올해 3월까지 서울 입주단지의 분양가 대비 시세 상승률은 평균 88.6%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청약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청약 가점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저렴한 분양가로 주택을 공급하는데 주력했다. 서민들에게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주변 시세도 안정시키는 두 토끼를 잡겠다는 그림이었다.
이를 위해 분양가상한제 도입(2019년 11월, 강남4구 등) 이전에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분양가를 조정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주변 집값은 물론 저렴하게 공급된 새 아파트들 역시 시세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가 기대했던 집값 안정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새 아파트 청약시장은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로또 청약이 됐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를 싸게 공급한다고 주변 집값까지 하향 안정화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과도한 시세차익이 발생하면 로또청약을 양산, 청약 시장은 물론 기축 아파트 시장도 과열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 상승기에는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를 공급해도 기존 집값을 끌어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청약 시장이 과열되면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새 아파트 가격도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주택이 공급되는 서울 등 수도권 분양단지 청약 시장 과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난 몇년간 청약 열기가 워낙 높았던 까닭에 청약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임대차3법 도입 이후 전세물량 찾기도 어려워 청약시장 과열은 계속될 것"이라며 "사전청약 도입이 일정부분 내 집 마련 수요를 흡수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일반 분양에 비해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제한적이라 로또 청약 현상이 잠잠해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