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에서 소외됐던 2030세대의 당첨 확률이 커졌다. 둔촌주공을 비롯한 서울 아파트들의 청약 당첨 가점이 뚝 떨어지면서다. 커트라인이 10~20점대로 내려가고, 미달까지 발생하면서 가점이 낮은 사회초년생 등도 당첨권에 들게 됐다.
특히 내년부턴 중소형 주택의 추첨제 비율을 높이는 등 청약제도도 바뀐다. 다만 실제 청년들이 청약에 나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으로 시장이 한풀 꺾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없는 2030세대의 매수세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둔촌도 예외없다…20점이면 당첨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의 최저 당첨 가점은 20점이다. 총 424가구를 모집한 49A에서 최저점이 나왔다. 이외에도 39A가 26점, '주방뷰' 논란의 84E가 35점의 커트라인을 보였다.
청약 가점은 84점 만점으로 무주택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점수를 합산한다. 가점 20점은 1인 가구인 사회초년생이라도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는 점수다. 만 30세 이상이고,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각각 5년 이상인 사람의 가점이 24점이다.
이들 주택형은 평균 당첨 가점 또한 낮았다. △39A 37.1점 △49A 37.5점 △84E 47점 등이었다. 청약열기가 뜨거웠던 작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점수다. 부동산R114가 조사한 작년 서울 아파트 평균 당첨 가점은 62점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를 훨씬 밑도는 점수로도 당첨이 가능해졌다. 지난달 모집 공고를 낸 중랑구 리버센 SK뷰 롯데캐슬 84C는 당첨 커트라인이 18점이었다. 같은 달 분양한 강서구 화곡 더리브 스카이는 전용면적 33㎡과 55㎡에서 미달이 발생해 청약만 하면 당첨될 수 있었다. ▷관련 기사: [집잇슈]미혼 30대도 서울 청약 당첨? '둔촌주공' 덕분!(11월25일)
금리 인상, 경기 침체의 여파로 주택 매수세가 급감한 영향이다. 더욱이 재고 주택 중에 수억원씩 하락한 '급매물'이 간간이 등장하면서 통상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의 매력이 감소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중도금 대출 규제가 완화됐지만 금리가 워낙 높아 자금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주변 상·하급지 가격이 지금보다 더 내릴 수 있다는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청약 인기가 뚝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야 길 열렸는데…
그간 청약 가점이 낮아 당첨권에 들지 못했던 2030 세대에겐 희소식이 될 수 있다. 내년부턴 중소형 주택에 대해 추첨제 비중이 확대된다. 규제지역 내 주택에 대해 전용면적 60㎡ 이하는 60%, 전용면적 60~85㎡는 30%를 각각 적용한다.
국토교통부는 16일부터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 40일간 의견을 청취한 뒤 문제가 없으면 내년 2월부터 곧장 시행된다.
청약 당첨의 길은 열렸지만, 실제 청년들이 신규 주택 매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준 금리가 계속해서 인상되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대출 의존도가 큰 2030 세대는 매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주택매입거래량을 살펴본 결과, 올해 30대 이하 주택 매매 거래 비중은 24.1%로 역대 최저치였다. '영끌' 열풍이 불었던 작년에는 30대 이하 비중이 27.1%까지 확대된 바 있다.
서울은 작년 32.1%에서 올해 28%로 4.1%포인트 감소했고, 같은 기간 경기(31.7%→27.5%)와 인천(27%→22.5%) 역시 감소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주택 구입자를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주택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이 커진데다 집값 하락세까지 이어져 젊은 층들의 주택 매입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각종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계속되는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 가격 하락 조정 우려 등으로 매수 관망세가 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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