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에서 청약 흥행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주택 공급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시장 회복을 기다리며 분양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분양 주택이 줄어드는 것도 건설사들이 공급을 줄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사들은 주택 경기가 급락하던 흐름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아직 불안감을 떨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고, 결국 분양가가 치솟고 있는데 수요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할 경우 올해 하반기에는 그간 미뤄 놨던 물량이 줄줄이 나오면서 특히 지방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 분양 계획 실적, 두 달째 20%대 그쳐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분양 계획 대비 실적이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의 경우 애초 전국 29개 단지 2만 7399가구가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17개 단지 1만 1898가구가 분양하는 데 그쳤다. 실적률은 43%다. 5월에는 더 떨어져 22%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도 26%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흥행이 이어지면서 반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청약경쟁률은 8.2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52.36대 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올해 3월 분양한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평균 198.76대 1로 흥행에 성공했고, 지난달 분양한 서대문구 DMC 가재울 아이파크의 경우 89.85대 1을 기록하는 등 열기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수도권에서도 파주시 운정자이 시그니처(64.31대 1), 평택시 고덕자이 센트로(45.33대 1), 호반써밋 인천검단 AB19블록(34.85대 1) 등 흥행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최근 청약 흥행으로 주목받은 단지들의 경우 입지 등 경쟁력이 있어 수요가 몰렸던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잘 된 단지들의 경우 서울과 경기권 중에서도 핫플레이스인 경우가 많다"며 "상품성이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치솟고 있지만 별개의 사례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서울과 일부 수도권 외의 지역은 앞으로 살아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온도 차가 크기 때문에 분양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침체 속 분양가 인상…"수도권 외 여전히 수요 부족"
건설사들은 특히 최근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올라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부 수요가 많은 지역 외에서는 높은 분양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요도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전국 주거용 건물 정비사업 3.3㎡당 평균 공사비는 지난 2020년 480만원가량에서 2021년 519만원, 2022년 607만원으로 지속해 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주요 시멘트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는 등 공사비 급등세가 지속하면서 올해 들어 3.3㎡당 공사비가 800만~900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이 많은 서울·수도권에서는 건설사와 조합이 공사비 책정을 놓고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면서 분양이 미뤄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방의 경우 분양가는 오르는데 주택 경기 침체도 지속하는 영향으로 분양에 나서기가 더욱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도 수도권에서는 분양을 서두르려 하지만 공사비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고, 지방의 경우 여전히 미분양 주택이 쌓여 있는 탓에 아직 시기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자체는 미분양이 쌓이면서 분양승인을 아예 내주지 않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최근의 반등 분위기가 일시적인 흐름에 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억지로 눌러서 금리가 낮아진 면이 있는데 혹여 금리가 다시 오르면 분위기가 또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 경기가 바닥을 지났다고 확신하기는 이른 것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서 과거보다 눈에 띄게 오른 분양가를 들고나오기가 불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게 되면 올해 하반기에는 밀린 공급 물량이 줄줄이 나오면서 다시 미분양 주택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지방의 경우 시장 침체가 지속하면 미분양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건설사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양을 연기해 왔는데 대출 이자 등 금융 비용도 그렇고 내년에 경기가 나아질 거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수도권과는 다르게 지방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 이런 물량이 나오면 미분양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은선 직방 매니저는 "이번 달에도 전국에서 많은 물량이 분양을 준비하고 있지만 예상 물량이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청약 성적 역시 개별 단지의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양극화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