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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 재건축 Yes or No]④좋아 뵈는데 성공 단지 단 한 건?

  • 2023.10.05(목) 06:29

신탁 재건축 대단지 준공 1곳뿐 
제2의 둔촌 안 되려면…'소통' 중요 
"내비게이션(신탁사) 잘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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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사의 정비사업 진출이 허용된 지 7년, 아직까지 서울에선 신탁 재건축 준공 단지를 찾아볼 수 없다. 갈수록 신탁 방식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으나 성공 사례가 부족해 뒤쫒는 단지들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탁 재건축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들은 무엇보다 신탁사의 역량을 꼼꼼히 파악해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탁사가 소유주들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만큼 인력과 경험이 풍부한 길라잡이와 동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의 성공 비결은?

지난 2016년 부동산 신탁사의 재개발·재건축 직접 시행이 허용된지 7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까지 준공까지 마친 단지는 손에 꼽는다. 

문호가 열린 지 얼마 안 된 데다 신탁사와 소유자 간 의사 소통 문제 등으로 추진 과정에서 틀어지는 사례가 빈번해서다. 이에 서울이나 수도권 대규모 단지 중에선 신탁 재건축 시행으로 준공한 단지가 아직 없다. 

대단지 준공 단지는 대전 용운동 용운주공을 재건축한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2267가구)가 유일하다. 이곳은 10여년간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사업을 신탁 방식을 통해 일으켰다. 

용운주공은 2004년 재건축 추진위를 설립한 뒤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으나 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사업 진척이 더뎠다. 2016년엔 기존 시공사와 이별하면서 사업 중단 위기까지 맞았다. 

이후 신탁사의 정비사업 진출이 허용되자 한국토지신탁을 재건축 사업대행자로 선정, 1년 만에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2017년 12월 분양해 2020년 12월 입주했다. 

신탁사를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면서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고 대형건설사로 시공사 교체, 공사비 절감(평당 377만원→327만원) 등으로 사업성을 높인 게 빠른 사업 추진의 배경이었다. 

정경찬 한국토지신탁 도시재생2본부 2팀장은 "당시 대전은 분양 결과가 담보되지 않아서 시공사 신용으로 사업비를 조달하기 힘들었는데, 신탁사 신용으로 사업비를 조달하고 브랜드 가치는 올리되 공사비는 절감하면서 사업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1년 만에 관리처분, 사업시행변경을 다 마쳤고 평면도 개선했다"며 "좀 무리한 가격이라는 판단도 있었지만 단기에 일반분양을 완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3개월만에 완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통'이 성공의 주된 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탁사와 집행부, 조합원과의 소통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토지등 소유자들이 원하는 바를 들으면서도 사업성 등을 고려해 중립적인 역할을 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고 했다.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사진=한국토지신탁

제2의 둔촌주공 안 되려면..."내비 잘 골라야"

또다른 신탁 재건축 성공 단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역량 있는 신탁사를 골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신탁사의 정비사업 시행 역량이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 참여한지 얼마 안 된 상태인 만큼 신탁 재건축 경험과 역량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이 '경험 산업'인 만큼 계약 관리, 분양 보증, 사업비 조달, 자금 관리 등에서 관련 경험이 충분히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공사비 증액 이슈가 있는 상황에선 신탁사의 공사비 검증 및 협상 역량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조합 내 갈등으로 사업이 미뤄진 가운데 시공사와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싸우면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태희 박사는 "시공사가 불필요한 설계 변경을 하면서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할 때 신탁사들이 세세하게 검증하고 소유주들과 소통해 중재 및 협의할 역량이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시공사 선정, 인허가, 조합 내분 해결 등의 경험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경찬 팀장은 신탁사를 '내비게이션'이라고 칭하며 "내비게이션이 빠른 길, 최단 이동 시간, 무료 통행 도로 등을 안내하면 운전자는 선택하면 된다"며 "여러 경험을 통해 발전의 발전을 거듭한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는게 좋다"고 했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다가 멈춰서지 않기 위해선 신탁 방식의 위험성 인지, 꼼꼼한 계약서 작성 등도 필요하다. 

이태희 박사는 "둔촌주공 사태 이후 신탁 방식이 주목받으면서 장점만 부각하고 리스크에 대해선 충분한 정보 제공이 안 되고 있다"며 비용, 추진 적극성 등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신탁사는 초과이익 성공 보수가 아니라 사업 수수료를 받는 구조라 사업이 빨리 진행되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가령 조합은 사업 속도가 조금 늦어도 임대주택 비율을 줄여나갈 수 있지만 신탁사는 가능한 빨리 하게끔 인허가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 대표 기구 등을 통해 주민들이 계속해서 신탁사의 사업 추진 과정을 보고 있어야 하고, 역량이 안 되면 계약 해지 등을 할 수 있도록 계약서도 꼼꼼히 작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표준계약서 등 정부도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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