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등으로 얼룩진 임대차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형 장기임대' 도입을 추진한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뉴스테이'와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규제는 풀되, 공적지원을 최대한 배제해 민간에 주도권을 주겠다는 게 차이다. 기업형 민간임대가 임대차 시장에 새로운 틀을 제시할 수 있을까? 시장과 제도의 현황을 짚고 시장 안착 과제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뉴스테이 시즌2]②건설업계 '또' 시큰둥한 까닭(4월1일)에서 이어집니다.
기업형 장기임대가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업'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책입안자 입장에서 바라볼 경우 결국 '뉴스테이 시즌2'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뉴스테이 시즌2]①닮았지만 다르다?(4월1일)
"공공·주택 인식 벗어나 '상업용부동산'으로 바라봐야"
정부와 업계가 기업형 장기임대의 사업성을 놓고 온도차를 보이는 것은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서다. 정부가 공공성을 최대한 배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주택, 특히 '임대주택'의 경우 사회전반적으로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주택'을 기반으로 기업형 장기임대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대주택은 공공적인 성격으로 보는 시각이 워낙 강해 임대료 등에 대한 제한이 크고 정부가 제한을 가급적 없앤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불합리하다고 보는 인식이 높다"면서 "기업형의 경우 아예 주거용이 아닌 오피스나 호텔과 같은 상업용 부동산으로 인식하면 오히려 정책이나 규제도 더 단순화되고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이 하루에 10만원 하는 곳과 100만원 하는 곳이 있어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것처럼 비슷한 시각에서 기업형 장기임대를 바라보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임대료가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사업성이 없다면 아예 사업자들이 나서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주택이나 공공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인식전환뿐 아니라 국민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임대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장 자체의 인식변화가 기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20년 장기 임대운영사업자 지원책 필요해
기업의 임대 운영사업을 위한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행사, 건설사가 20년 이상 장기간 임대사업을 영위하기 쉽지 않은 만큼 장기간 임대사업을 할 리츠나 펀드 등 기관투자자, 자산운용사 등에도 사업성을 확보할 만한 인센티브를 줘야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부지를 찾아 건물을 짓는 것은 건설업계의 역할이지만 실질적으로 장기간 임대를 운용하는 것은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회사)'의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기업형 장기임대 사업성 확보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건물을 짓고 빠져나올 건설사나 시행사와만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실제 장기간 임대사업을 운용할 리츠나 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연계되지 않으면 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단계와 건설 후 임대운영 부분을 나눠 각 단계에서 적정한 수익이 보장되도록 연결고리가 잘 꿰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토지를 매입해 건물 짓는 것을 구상하는 시행단계에서 기관투자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건물 매입 가격을 약속한 후 함께 투자에 나서면 시행·시공사는 안정적으로 건설을 진행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건물을 매입해 적정 임대료를 받으며 임대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리츠나 펀드도 개인과 똑같은 임대사업 규제를 받고 있어 현재로서는 사업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 같은 규제를 풀어주고 관련해 세제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적용할 경우 시장 안착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주택공급 부족으로 주택구입 전 임대기간이 늘어나고, 매수심리 위축돼 임대 수요가 늘고 있어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에 대한 투자유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시각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다만 수익성 확보가 되려면 주택개발과 건설원가가 낮아야 하고, 임대료 수익확보의 가시성이 있어야 해 이를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 뉴스테이 리츠는 운용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아 사실상 투자처로는 매력이 없는 자산이었다"며 "다만 주거는 필수재로 경기변동 영향을 덜 받아 투자 포트폴리오의 장기 안정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취득세나 등록세, 재산세 등 세금 지원이 더해질 경우 투자자들의 참여 유인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테이 시즌2>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