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70~80%가 은행 대출이다. 국민은행, 신한은행에 월세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불안정한 전세에서 장기적·안정적 임대주택에 살도록 주거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의 민간 장기임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전세 제도에서 나타나는 보증금 부담, '갭투자'(임차인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 부작용 등을 줄이고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우 장관은 5일 세종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비 사업을 규제 대상에서 지원 대상으로 변화 △전세에서 장기임대로 전환 △GTX 등 광역교통철도망 신속 공급 △철도 지하화 △해외 도시개발 적극 진출 등 '5가지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했다.
이 중 전세 제도의 부작용을 막고 수요자들에게 다양하고 질 좋은 주거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한 변화로 강조한 것이 '장기임대로의 전환'이다.
박 장관은 "지금은 자가에 사는 사람이 55% 정도 되고 나머지는 전월세 사는데 월세 살면 굉장히 가난하거나 불안한 주거로 느낀다"며 "하지만 전셋값이 많이 올라 결혼할 때 전셋돈(전세보증금) 마련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아울러 전세제도가 있는 한 (시장에서) 갭투자를 피할 수 없다"며 "민간이 안정적이고 좋은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게 하는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은 시작했고, 민간도 양질의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하게 하는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철도 지하화에 대해서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아닌 '기찻길 위 예쁜 빌딩'을 조성해 생산적인 용도로 쓰겠다고 밝혔다. 사업성이 높은 곳부터 추진하고 종합 연구 용역을 통해 비용 최소화 방안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박 장관은 "지금은 기찻길 옆 오막살이라 시끄럽고 못 사는 동네인데(인식되는데), 기찻길 위에 얼마든지 도시를 만들어서 여러 가지 생산적인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철도 국유부지만큼의 국가 재정투자 효과가 있다고 보면 돼, 민간 금융기법을 활용하면 실현 가능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해외 도시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현재 전 세계 인구가 75억 명인데 UN 추계에 의하면 2050년까지 100억 명으로 늘 것"이라며 "해외에 본격적으로 전개될 도시개발 수요를 해외 건설에 주된 시장으로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다음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과 기자들의 일문일답이다.
- 장기임대로의 패러다임 전환, 전세 개편의 제도적 보완이라고 보면 되나.
▲ 조금 더 효용성이 뛰어나고 국민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전세제도는 아주 오랜 세월 관행적으로 형성됐다. 그걸 오늘부터 '전세 못 해'라고 할 수 없다.
장기임대를 공급하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옮겨가지 않을까 싶고, 그게 패러다임 전환이라 생각한다. 내 소득이 감내하는 범위 내에서 민간 장기임대가 공급되면 자연스럽게 전세로 안 갈 것이다. 그러면 전세가 점점 줄어들지 않겠나.
-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경우 임대료 상한 등의 규제 때문에 진입을 꺼리고 있다. 활성화 방안은.
▲ 제 생각의 기본은 '노터치'(No-touch, 손대지 않음)다. 지원도 관여도 안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KT의 경우 소유 부지 활용해 민간임대를 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원은 안 하면서 임대료를 통제하고 있다. 그래서 사업성이 무너졌다.
정부가 지원하면 규제를 하게 돼 있다. 정부가 노터치만 해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민간이 청년 특화 모델을 만들고 임대료를 비싸게 받는다고 해도, 젊은 부부라면 부모님한테 전세금 받을 몇 억원은 없지만 임대료만 낼 수 있는 경우 많아 쉽게 집을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화된 형태의 청년, 노인, 육아 임대주택 등이 조성되면 어렵게 전세금을 마련하지 않아도 니즈(필요)에 맞는 다양한 주택에 살 수 있다. 외국도 그렇게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생뚱맞게 전세가 있어서 못 깨는 것이다.
못 깰 이유가 없다. 전세가 지금 전세사기 등으로 위험한 제도가 되고 있고 사실상 반전세 되고 있어 빨리 개혁해서 정상적이고 다양한 주택 공급이 되게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철도 지하화는 상당히 많은 비용이 필요한데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이고 어느 지역부터 추진할 건가.
▲ 철도 지하화는 과거에도 오랫동안 논의돼 왔지만 재원에 대한 확신 없어서 추진이 안 됐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법안이 제정됐고 사업도 여야가 동시에 지지하고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사업이라, 주무부처 장관으로서는 상수가 됐다. 상수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고민인데, 기본적으론 가능하다.
우선 종합 계획 수립 기관을 선정하고 대규모 연구용역 실시할 생각이다. 국책연구기관과 민간사업이 참여할 텐데 기본적인 건 세 가지다. 첫째는 어딜 먼저 사업해서 적절한 개발이익을 만들어내느냐다. 지자체 주관해서 도시개발사업 형태로 할 거라 준비가 잘 된 지자체와 손잡아 사업성 높은 지역부터 시범지구처럼 시행할 생각이다.
그 다음은 최대한 많은 개발이익을 뽑아내는 것이다. 정부는 국유철도 현물 출자하는 거라 재정을 캐시로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1000만㎡ 수도권만 예상되는데 민간이 개발이익을 만들면 그다음 관건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비용 최소화해서 공사하느냐다. 공사비 절약하는 것도 종합연구용역에 중요 포인트다.
- 서울시 코레일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 용산국제지구는 저희 주관사업이 아니고 코레일보다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적으로 하는 사업으로 알고 있다. 철도 지하화로 상부지역을 자율 개발해서 나오는 개발이익을 활용해 하부 공사비를 조달하겠다는 기본 구도를 갖고 있어, 상부 지역을 개발하는 모델이 용산업무지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요한 게 있으면 적극 협조하겠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상부 공간을 개발해서 얻은 수익을 하부 철도 지하화 사업 쓰겠다는 거라서 공간 개발에 대한 수요가 있느냐가 첫 번째 질문이다. 경제성장률이 2~3%로 정체되고 저출산 문제가 있지만 용산과 같은 철도가 지나가는 주요 지역의 공간 개발 수요가 아직 굉장히 많이 남아있다.
다만 과거와 똑같이 개발하면 미분양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형태의 공간 개발을 해야 한다. 오피스 상업 리테일 위주가 아닌 고급 주거, 놀이에 대한 공간수요 등을 잘 도출하고 예측하면 성공적인 공간 개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게 개인적인 소신이다. 용산국제지구도 미래 수요에 부응하는 공간 개발이 이뤄지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 해외 도시개발 수요는 어느 정도인가.
▲ 우리나라 건설기업이 직접 해외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든 사례가 더러 있다. 중동 이라크에도 대규모 사업하고 있고 대우건설이 베트남 하노이에 신도시 조성하고 있다. 제가 LH 사장 근무할 땐 쿠웨이트에서 2000만평 규모 신도시 조성 사업에 정부의 강력 초청받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행정수도 사업도 컨설팅하고 있다. 인구증가율 엄청난 속도로 늘어 주택이 부족한 나라들이 있다. 도시주택 노하우나 스마트시티를 잘 조합하면 굉장히 큰 시장을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