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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철도·UAM까지…'퍼주기 공약' 대잔치

  • 2024.04.08(월) 11:35

[4·10 총선]
'다다익선?' 여야 개발 공약만 90% 이상
철도지하화에 전국 주요지역 GTX 연결까지 
실효성·재원계획 없는 '빈수레' 공약 지적

서울 마포 지역에 붙은 총선 공약 현수막/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4·10 총선을 앞두고 지역마다 개발 공약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특히 철도지하화, 고속도로 지하화, 광역급행철도(GTX) 조기 착공, 전철과 경전철역 신설·연장 추진, 도심항공교통(UAM) 도입 추진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교통관련 개발 공약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국토개발보다는 개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철 신설, GTX 연결 등의 공약들이 대부분이다. 공약만 보면 '사통팔달(四通八達)'이 전국 어디서나 가능해 보일 정도다. 

문제는 국회의원 임기 내 추진이 어렵거나 실현 불가능한 공약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만 수년이 걸리는 대규모 사업들도 많다. 개별 사업 예산만 수조원이 예상되는데 예산계획이 없거나 있어도 재원이 불확실한 공약도 대다수다. 실현 가능성도, 실질적인 국민의 효용도, 추진에 따른 부작용도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공약만 난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2대 국회의원 선거 여야 교통 관련 주요 공약/그래픽=비즈워치

"총선판 뒤 전국이 공사판"

이번 총선에서 거대 양당 후보들은 90% 이상이 부동산 개발계획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철도 지하화, 역세권 복합개발 등을 당론으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선거구별로 △서울내부순환 급행전용 철도망 구축 △GTX-E노선 신속 개통 △신분당선-강북횡단선 경전철 예비타당성 면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후 종합체육 공간 조성 △서울숲~덕소연결 국가철도 신설 △중앙선·경춘선 지하화 △UAM 서울터미널 추진 △지하철 5호선 직결화 등이다. 

이미 20~30분 내 접근성이 가능한 도로망이 있음에도 강남까지 10분 고속도로를 신설하겠다거나 수도권 외 지역인 경부선 지하화 및 폐선부지 복합개발 등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공약도 부지기수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공약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철도와 GTX를 포함 도시철도의 도심구간 예외 없는 지하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구별로 △경의중앙선 철도 지하화 △동서(이태원~삼각지)·남북(후암동~동작대교)지하도로 건설 △동부간선도로, 강변북로 지하화 △1조원대 면목선 도시철도 유치 △동북선 경전철 완공 △강북횡단선 경전철 유치 △UAM 킨텍스 버티포트 건설 등이다. 

여야 공약은 크게 다르지 않고 대동소이하다. 지역구 내로 새로운 전철이나 GTX를 연결하고 지상에 있는 철도와 도로 등 주요 교통시설을 대부분 지하화한다는 계획이다. 공약만 보면 '전 국토가 공사판이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런 개발사업들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계획들이라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교통시설을 지하화할 경우 안전성 문제가 커지는 만큼 준비와 위험성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교통시설을 지하화할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피나 처리가 지상보다 훨씬 어렵고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면서 "사업성이나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안전성 면에서 많은 사전 준비들이 필요하며 지하화 후에도 위급 시 대피통로 마련 등에 따른 주민동의와 유지비 등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들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 실현가능성은 낮고…국정운영 공약은 실종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철도지하화는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사업이다. 철도로 분리됐던 지역 이동이 편리해지고 상부개발을 통해 주민 삶의 질 개선과 거점도시로서의 경쟁력 제고에도 일조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2시간 넘는 직장인들의 경우 GTX를 통해 출퇴근 30분 시대를 여는 것은 누구나 바라온 꿈같은 일이다.

문제는 장밋빛 미래만 제시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 호재 기대감을 부추기는 지역 표심을 노린 공약일 뿐 정작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이나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할 만한 공약은 실종된 선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 4일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이 도시‧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6개 정당의 개발공약에 대한 △필요재원 △재원조달 방안 △이행 시기 △이행방법 △예비타당성 조사 가능성 등을 평가한 결과 공약 실현가능성은 36%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개발사업의 재원 규모를 밝힌 공약이 16%에 불과했는데, 이들이 밝힌 재원 총액만 약 560조원에 달해 국가 한 해 예산과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원규모를 밝히지 않은 84% 공약을 포함할 경우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데 재원마련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개발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로 인한 물리적 환경 변화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지 부동산 시장 변동성 등 부정적 파급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면서 "겉으로만 화려해 보일 뿐 속 빈 개발 공약들을 남발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지적도 마찬가지다. 황지욱 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22대 총선 공약은 대부분 부동산 개발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내용도 대동소이해 정작 국회의원 후보자의 자질이나 앞으로 국가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철도지하화는 단기간 이룰 수 있는 사업이 아니며, 사업비 증가 위험, 시행·시공자 부도 위험, 재원조달 불확실성이 큰 데도 임기 내에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허황된 주장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어 "사업규모가 500억원만 넘어가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하는데 몇십조원 개발계획일 경우 예타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상식적으로 국회의원 임기 4년 안에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닌데다 재원조달 계획조차 없는 후보자들이 많아 공약으로서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매니페스토본부는 후보자 298명(42.82%)을 대상으로 5대 핵심공약을 설문한 결과 "국정공약은 25.45%, 지역공약은 59.98%, 국정+지역공약이 14.57%로 나타났다"면서 "핵심공약 소요예산 추계결과 725조5114억원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조사에서 공약당 필요 예산은 평균 1조7782억원, 1인당 예상 평균 금액은 2조5636억원으로 집계됐다. 

22대 국회의원 선거 교통 관련 실현가능·가치성 낮은 공약/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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