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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전세사기 피해자, 경매차익으로 '더블' 지원"

  • 2024.05.27(월) 17:46

야당 개정안 국회 상정 하루 전 '정부안' 발표
LH, 피해주택 경매 매입해 공공임대 전환
낙찰 차익으로 '10+10년' 임대료 지원
퇴거 시 남은 경매차익 지급…"신속 구제"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방안을 담은 '정부안'을 내놨다. 야당(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선구제 후회수'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하루 앞두고서다. 국토교통부는 정부안이야말로 신속한 '선구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 주택을 경매로 매입하고, 여기서 얻은 '낙찰 차액'을 주거 지원에 활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LH는 매입 주택을 피해자에게 10년간 '무상' 임대하고, 이후 10년 동안은 시세 대비 50~70% 할인한 비용으로 살게 해준다. 퇴거 시 남은 경매 차익도 준다는 내용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채신화 기자

낙찰 차액으로 '10+10년' 거주 보장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안정적인 주거 지원과 상당한 금액의 낙찰 차액을 통한 보전, 이 두 가지를 '더블'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LH가 피해자의 우선 매수권을 양도 받아 피해주택을 경매로 매입한 뒤 그 주택을 공공임대로 피해자에게 장기 제공하는 게 골자다. 정상 매입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한 차익(LH 감정가-경매 낙찰가)을 임대 보증금으로 전환해 월세로 차감하는 식이다. 

박 장관은 "낙찰률이 주택이나 지역마다 다르지만 서울시는 평균 67~68%로 어림잡아 30% 정도의 경매 차익이 발생한다"며 "LH가 해당 주택을 구입하면서 기대하지 않은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이익을 피해자들에게 되돌려주겠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10년간의 월세가 낙찰 차익을 넘어선다고 해도 재정 보조를 통해 '10년 무상 계속 거주'는 보장하기로 했다. 10년 후 추가 거주를 희망하는 경우 시세 대비 50~70%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 10년 더 살 수 있게 한다. 

가령 LH 감정평가액이 1억원짜리 주택이 경매 시장에 나온 경우, 유찰 등의 이유로 7000만원에 낙찰된다면 LH가 얻는 낙찰 차액은 3000만원이다. 이 주택을 공공임대로 전환했을 때 월세가 20만원이라면 10년간 2400만원을 무상 지원 받는 셈이다.

만약 피해자가 10년 후 퇴거한다고 하면 낙찰 차액에서 10년간의 임대료 보전액을 뺀(3000만원-2400만원) 나머지 600만원(경매 차익)도 피해자에게 준다. 이 경우 피해자가 보증금을 회수하기는 어렵지만, 보증금 손해를 최대한 회복할 수 있게 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그간 매입 대상에서 빠졌던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주택 등도 요건을 완화해 매입하기로 했다. 위반건축물은 입주자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이행강제금 부과를 면제하는 등 한시적 양성화 조치를 하고, 위반 사항은 수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한다. 

신탁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도 LH가 신탁 물건의 공개 매각에 참여하고, 매입 시 남는 공매차익을 활용해 피해자를 지원한다. 다가구주택은 피해자 전원의 동의로 공공이 경매에 참여해 매입하고, 남은 경매차익을 피해액 비율대로 안분해 지원한다. 

국토부는 주택 감정가 11억원, 낙찰가 8억5000만원, 선순위 근저당권 4억5000만원, 임차인 A·B·C·D·E·F의 보증금이 각 1억5000만원인 다가구주택을 예로 들었다. 이 경우 기존엔 은행과 임차인 A,B은 피해액 전부, C는 일부(1억원)만 돌려받고 임차인 D,E,F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정부안을 적용하면 경매차익 2억5000만원을 임차인 C~F에게 안분하기 때문에 보증금을 일부 돌려받을 수 있다. C는 2500만원을 더 돌려받아 총 1억2500만원까지 보전 받을 수 있고 D~F는 7500만원씩 돌려받게 된다. 

전세사기 피해자 장기 거주 지원 방안/그래픽=비즈워치

"야당안이 선구제? 오히려 혼란 가중"

정부는 이밖에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정책대출 요건 완화, 임대인 위험도 지표 제공 등도 함께 추진한다.

국토부는 '정부안'이야말로 '선구제'가 가능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추진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겨냥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정부안은 개정안 국회 본회의 표결(28일) 전날 급하게 나왔다.

'선구제 후회수'가 핵심인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 보증금 일부를 먼저 돌려준 뒤,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국토부는 이렇게 되면 주택도시기금에서 1조원 이상 손실이 날 것이라고 봤다. 국토부는 지난 13일 별도의 보완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새 대책을 내놓으면 여야 논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여당의 우려를 받아들여 하루 전날 일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특별법 개정안의 이달 본회의 처리가 유력해지자 전날(26일) 저녁 급작스럽게 대책 발표를 예고하고 반대 입장과 대안을 밝혔다. 박 장관은 특별법 개정안보다 정부안이 더 신속한 구제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주거 불안을 없애주는 게 신속 구제의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며 "야당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 몇 주간 전문가 토론을 면밀하게 검토했는데, 보증금 채권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과 절차가 미비해 현실적으로 시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각지에서 발생하는 전세사기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 여전하고, 사기를 예방하고 피해를 지원하는 민생 현안이므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집행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본회의 개정안은 신속한 구제가 어렵고 평가 가격을 두고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집행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장관은 "통과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 다음 스텝을 얘기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담당 주무장관으로서 심대한 애로사항이 있다"며 "다른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 기술적 애로사항 등으로 집행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주택도시기금을 쓰려면 예산이 편성돼야 하고, 예산이 편성되려면 얼마나 필요한지 금액이 확정돼야 한다'며 "마치 신속 구제가 이뤄질 것처럼 보이는 개정안이 실은 굉장히 어렵고, 무리해서 안을 만들어도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프로세스"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박상우 국토장관, 전세사기특별법 '거부권 건의' 시사(5월13일)

국토부는 정부안을 두고 국민적 협의 등을 거쳐 더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장관은 "안을 적극적으로 공개해서 많은 전문가들 의견 들어서 세심하게 집행하고 디테일하게 보완하겠다"며 "국민 부담을 수반하는 것인 만큼 보완된 안을 갖고 국민 합의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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