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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대선에 묻다]①공급, '숫자놀음' 그만

  • 2025.05.05(월) 07:07

성과 없는 목표→시장혼란·부작용→정책 불신
'숫자' 아닌 '언제·어디·누구'에 집중해야 
실수요 맞춘 '수요 책정'…지자체 공급 관리도

부동산은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핵심 정책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정책들로 시장에 혼란과 각종 부작용을 양산해 왔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부동산'이 아닌 '시장의 부동산'을 위한 정책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연 45만가구, 공공임대 100만가구, 임기 내 270만가구..."

대선 때마다 각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 맨 앞에 내세우는 것이 바로 '공급 숫자'다. 박근혜 정부는 연평균 45만가구 공급을, 문재인 정부는 공공임대 중심 100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27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 이런 계획이 '입주'까지 이어진 물량은 얼마나 될까? 온전히 해당 정권의 공약 실현이라 할만한 성과가 있기나 했을까.

숫자에 갇힌 주택공급 정책

전문가들은 숫자 제시에 그쳤던 '구호식' 공급 정책의 한계를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닌 공급을 받는 주체인 '수요층'이기 때문이다. 이들에 맞는 '시점'과 '장소'에, 질 높은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놓친 공급 정책은 오히려 시장 왜곡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박근혜 정부는 연평균 45만가구 준공 목표를 달성했다. 이는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측면이 강했다. 이는 재건축 지구지정 해제에 따른 공급 축소와 신규 택지 개발 부족으로 중장기적으론 수급 불안을 낳았다. 결국 임기 말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며 시장 불안을 야기했다.

문재인 정부는 오른 집값을 잡기 위해 공공 주도의 100만가구 공급 계획을 추진했다.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3기 신도시를 추진하고, 연평균 50만가구가 넘는 공급을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규제 강화로 민간 참여가 위축됐고, 택지확보·인허가 지연과 주민 반발로 공급 속도가 늦어지며 시장 안정에 실패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민간에서 200만가구, 공공에서 70만가구를 공급해 임기 내 총 27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던 윤석열 정부. 규제 완화에도 고금리,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민간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윤 정부 임기 첫해 연평균 공급 물량은 목표의 20%도 채우지 못했다. 

목표와 현실의 괴리는 컸다. 공급 목표 대비 실제 인허가·착공·입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고 시차가 크다 보니 '공급 숫자'는 오히려 시장에 불신을 싹트게 했다. 

언제, 어디에, 누구를 위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보여주기 식으로 물량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수요 맞춤형' 공급이 이뤄지는 시장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주 시기와 수요 지역이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도로도 상가도 없이 논밭 위에 덩그러니 놓인 아파트에는 아무도 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만 봐도 그렇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기 신도시는 공급 계획 청사진으로 시장에 심리적 안정을 주려 했으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준 측면이 있다"며 "무리한 공급목표는 무리한 실적을 내기 위한 상황들로 이어지고, 이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급목표를 현실적인 물량으로 조절하고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한 공급'을 제공하는 시장원리가 돌아가도록 다주택자 규제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비사업 저해 요인 제거, 보유세 완화 등의 정책적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핵심지의 경우 교통망 연계가 필수이며, 지방은 미분양 위험을 고려해 선별적인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결국 입지, 주택유형, 시기 조정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결국 '언제', '어디에', '누구를 위해' 공급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팀장은 "숫자만 채우는 공급은 공급 시차, 입지의 미스 매치로 시장 왜곡만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제는 '수요가 있는 곳에, 수요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역세권 중고밀 개발이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공공-민간 '역할 분담' 명확히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과 지방의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서울은 단기적 공급이 어려우므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적절히 조절하고 지방은 취득세, 양도세 혜택을 줘서 수요를 일으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도 명확해야 한다. 고금리, 원자잿값 상승, 수익성 악화로 민간이 집을 짓기 어려운 시기에 과도한 물량을 맡기는 것은 결국 빈 공약에 그칠 수밖에 없어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공급 숫자를 맞추려고 1~2인 가구를 위한다며 소형주택수를 늘리기보다 시장 수요가 탄탄한 전용면적 59㎡, 84㎡ 등의 공급 물량을 적절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 책정'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필요한 곳에 안정적으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자체별로 이를 관리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권과 상관없이 '장기주거종합계획'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지역, 시기별로 예측 가능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공급 로드맵이 필요하다"면서 "민간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사업성 담보가 필요한 만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재초환 완화, 분양가 자율화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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