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양주·담배 1위 다국적기업..거액 관세 '닮은 꼴'

  • 2013.11.29(금) 18:02

수입위스키 저가신고 '디아지오'…각초 로열티 누락 '필립모리스'
수차례 과세처분, 법정에서 담판…대리인 김앤장 역할 주목

세계적인 술·담배 회사들이 국내에서 거액의 관세를 추징당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관세당국은 다국적기업의 한국법인들이 본사에서 물품을 들여올 때 관세를 적게 내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윈저'로 유명한 디아지오는 위스키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낮게 신고해 4000억원이 넘는 관세를 부과받았고, '말보로'를 생산하는 필립모리스는 담배 원료(각초)를 수입할 때 로열티를 포함시키지 않아 100억원대 관세를 더 내게 됐다.

 

다국적기업들은 세금 부과에 대해 억울하다고 호소하며 법정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관세청의 무리한 과세인지, 다국적기업의 부도덕한 탈세인지 밝혀질 예정이다.

 

소송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관세청은 최근까지의 수입 신고내역에 대해서도 추가로 세금을 물렸다. 반면 다국적기업들은 나란히 대형 로펌을 내세워 세금 부과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1등의 수난

 

디아지오코리아와 한국필립모리스는 전세계 위스키와 담배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업체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높은 주세와 담배 세부담에도 특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선호하는 국내 애주가와 애연가들이 꾸준하게 소비해주기 때문이다.

 

디아지오는 국내 수입위스키 시장에서 줄곧 30%를 웃도는 점유율로 2위인 페르노리카코리아(발렌타인·임페리얼 판매)에 앞서 있고, 필립모리스도 지난해 담배시장 점유율 18.9%로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 코리아'를 제치고 수입 담배 1위를 고수했다.

 

사업 규모나 이익 면에서는 필립모리스가 다소 앞선다. 지난해 필립모리스의 국내 매출은 6449억원, 순이익은 1570억원이었고, 디아지오(2012년 7월~2013년 6월)는 각각 매출 3600억원과 순이익 837억원을 올렸다.

 

두 업체는 모두 해외 본사로부터 원료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관세를 적게 냈다는 게 관세청의 판단이다. 디아지오는 위스키 수입 가격을 경쟁업체들보다 절반 가량 낮게 신고했고, 필립모리스는 각초의 수입 가격에 로열티를 산정하지 않았다.

 

반면 경쟁업체들은 국내에서 별다른 세금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과세당국이 세금을 짜내기 위해 1위 업체만 잡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관세청은 이들에 대한 세금추징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은 위스키 수입가격이나 로열티 과세 신고 과정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적법하지 않은 부분만 검증해 과세할 뿐, 사업 규모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 때린 곳 계속 때려

 

디아지오와 필립모리스를 향한 관세청의 세금 추징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일단 과거의 특정 기간에 업체들이 적게 낸 세금을 추징한 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과세하는 식이다. 

 

디아지오는 2004년 3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수입한 위스키에 대해 서울세관으로부터 관세와 부가가치세 포함 1940억원의 세금을 통보받았고, 2008년부터 2010년 10월 사이 수입한 부분에도 세금 2167억원이 매겨졌다. 두 차례의 과세금액만 합쳐도 4000억원이 넘는데, 최근 관세청은 2010년 11월부터 2012년 5월까지의 수입한 위스키에 대해서도 1500억원 내외의 세금을 부과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필립모리스도 '로열티' 과세 문제로 세 번의 아픔을 겪었다. 부산세관은 2006년 4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필립모리스가 수입한 각초에 대해 본사에 지급한 로열티를 과세가격에 포함시켰고, 2008년 1월부터 3월까지의 수입 각초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지난 4월에는 2008년 6월부터 2012년 말까지 3년 반동안 수입한 부분에도 9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현재 두 업체의 첫번째 과세 처분은 모두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관세청은 법원에서 세금 부과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결하기 전까지는 '업데이트'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는 액수가 크고, 외교적 측면도 감안해야하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두 업체의 세금부과 취소 소송도 모두 내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판결이 늦어질수록 세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 해결사는 김앤장

 

디아지오와 필립모리스의 법정소송은 모두 국내 최고의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전직 부장판사를 비롯한 변호사들이 팀을 구성해 관세청의 세금 추징을 되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김앤장에는 관세청 고위직 출신들도 대거 포진해 있다. 1990년대 관세청장을 지낸 김기인 고문과 2000년대 중반 이후 관세청 차장으로 퇴임한 박진헌·이대복 고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소송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자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관세행정과 관련 법률을 속속 꿰뚫고 있는 만큼, 과세를 피하기 위한 논리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수년간 관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전직 고위공무원들이 대형 로펌에서 관세 소송에 영향을 끼친다는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거액의 소송을 담당하는 로펌에 관세청 고위직 출신들이 근무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럽다"면서도 "과세 단계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기 때문에 전관예우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