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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범계 "슈퍼부자는 세금 더 내야"

  • 2015.02.13(금) 17:30

1%부자 소득세 증세 논의 필요..법인세율 인상은 '정상화' 차원
연말정산 보완책은 '언 발에 오줌'..국세청 부조리 폭로 준비중

#0. 이완구 리스크

 

인터뷰는 12일 오후 4시로 잡혀있는데 돌발 변수가 생겼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로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한 터였다.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까지 지연되면서 인터뷰도 장담할 수 없었다.

 

약속 시간을 30분 앞두고 의원실에 확인해보니, 인터뷰는 예정대로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범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전 대전지역 일정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보여준 '저격수' 이미지와 달리 박 의원은 푸근한 미소로 기자를 반겼다. 그리고 세금 현안에 대한 인터뷰는 어려운 용어 대신 쉬운 말로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가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는 인터뷰 마지막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박범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세금 현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명근 기자 qwe123@

 

#1. 쉽게 풀어봅시다

 

▲요즘 세금 문제로 많이 시끄럽죠. 연말정산 대란으로 근로자의 민심은 흉흉하고, 세수 실적도 사상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일련의 세금 문제들, 왜 이러는 걸까요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세금 정책이라는 것은 정부가 쓸 돈을 만드는 방법이고 사회복지나 국방, 경기부양과 같은 목적에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재정 적자가 난다는 것은 기본적인 세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겁니다.

 

더 심각한 것은 세금을 부담하는 과정에서 형평성이 맞아야 하는데 그게 무너졌어요.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야해요. 국가로부터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2013년 말에 통과된 세법이 올해 연말정산 세금폭탄으로 나타난 것은 세금의 본질을 왜곡했고, 조세형평성도 왜곡했기 때문이에요. 서민과 중산층에게 더 많은 부담을 안긴 것이 지금의 조세저항이 일어난 원인입니다."

 

▲2013년 세법개정의 주체는 정부였고, 법을 통과시킨 것은 국회였습니다. 법안을 만들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입니까

 

"연말정산 세금폭탄의 설계를 청와대와 정부가 주도했잖아요. 당시 조원동 경제수석의 거위털 발언(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 세법개정안의 정신)은 아주 건방진 말이었어요. 그리고 기획재정부가 앞장서서 밀어붙였죠.

 

지금 나타나는 문제의 원인은 둘 중의 하나에요. 정부가 서민증세를 의도했다가 나중에 들켜서 조세저항이 일어나니까 슬그머니 후퇴했다고 볼 수 있어요. 아니면 대대적인 조세저항을 예측하지 못하고, 그냥 손쉽게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을 털 생각만 했던 겁니다. 정부 스스로 무능함을 드러냈고, 법이 갖고 있는 규범성도 잃어버렸어요."

 

#2. 연말정산 계산해보니

 

▲정부와 새누리당이 연말정산 보완책을 내놨습니다. 저출산과 노후보장에 초점을 맞춰 출산공제와 연금저축 공제 혜택을 추가해주는 내용인데요. 어떻게 평가합니까

 

"이번에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보완책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그냥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입니다. 지난 주 기획재정위원회의 연말정산 현안보고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기재부 간부들의 논리가 총급여 7000만원 이상의 근로자를 타깃으로 한 고소득자 증세라고 했잖아요. 저는 그 얘길 듣고 아연실색했어요.

 

저희 지역구인 대전은 전형적인 중산층 도시에요. 연봉 7000만원 정도 되는 직장인이 어떤 분들인지 봤더니, 공기업이나 중견기업 이상에 20년 넘게 근무한 분들이에요. 대학생이나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50대 중반의 직장인이구요. 인생에서 가장 많이 지출하는 분들이죠. 그 분들이 과연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가장 큰 부담을 져야할 계층입니까. 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연말정산 현안보고에서 "보좌관이 전년보다 70만원 넘게 세금을 더 내야한다"고 언급해 화제가 됐습니다. 의원실의 연말정산은 어땠습니까

 

"그때 언급한 보좌관은 연봉 7000만원대인 미혼 보좌관입니다. 원래 자녀공제나 세액공제 부분에서 별로 받을 게 없고, 오히려 세금 부담만 늘어난 겁니다. 저도 2월 급여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연봉 1억원이 넘기 때문에 실제로 세금폭탄이 터지는 현실을 목도하게 되겠죠."

 

▲근로자의 한 사람으로서 세금폭탄 맞을 준비가 된 겁니까

 

"물론입니다. 세금이라는 게 법률에 의해 징수하는 것인데, 일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특정 계층의 유불리에 의해 비판하고 찬성할 문제가 아닙니다. 국회의원 박범계가 1억원을 받는다고, 세금이 늘어나는 것에 반발할 수는 없는 겁니다. 성실하게 직장에 종사하면서 1억원을 버는 직장인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세부담 급증 문제도 분명히 따져봐야 합니다."

 

 

#3. 세금을 어떻게 고칠까

 

▲근로자의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과 형평성을 맞추려면 기업이 내는 법인세도 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한편에서는 법인세 증세가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투자도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법인세는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재벌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엄청나게 많아요. 10대 기업만 봐도 550조원에 달합니다. 사내유보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시점이 2009년 법인세율을 내린 이후였어요. 당시 법인세율 인하의 정책 목표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이었는데, 그게 실현됐습니까.

 

삼성전자는 2008년 이후 사내유보금 180조원을 적립했어요. 6년간 투자를 별로 안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의 투자 목표에도 한참 못 미치죠. 투자처가 없다는 변명에 정부도 눈 감아주고 있어요. 2009년에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줄인 것을 다시 환원하는 것은 증세가 아니라 정상화입니다. 잘못된 정책을 시정하는 것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 정상화에 반대하는 논리 중 하나가 기업이 법인세 부담 때문에 해외로 간다는 건데요. 지난 연말 페루에 가보니 삼성이나 현대차, LG 등 대기업이 다 나가있어요. 페루 법인세율이 30%인데,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잖아요. 기업은 시장논리에 의해 돈이 되면 투자하는 겁니다. 법인세가 22%라고 투자가 확 늘지 않듯이 25%로 정상화한다고 위축될 것도 없습니다."

 

▲법인세율 인상 외에 세금 제도를 개선할 아이디어는 무엇입니까

 

"큰 방향은 법인세 정상화지만, 조세부담능력이 없는 약한 기업까지 일률적으로 세율을 높이는 것은 반대합니다. 그 기준선을 얼마로 잡을지는 공감대를 이뤄야하지만, 법인세 정상화는 분명 대기업 중심이 돼야 합니다.

 

진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1%의 슈퍼부자들에 대한 소득세 증세 문제도 탄력적으로 논의할 시점입니다. 금융상품 중에서 일부 굉장히 큰 규모로 거래되는 부분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검토해야죠.

 

얼마전 취임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중부담 중복지'를 표방했는데, 사실상 복지지출만 줄일 뿐 세부담 부분은 쏙 들어갔어요. 조세부담을 높이고 대기업과 슈퍼부자에 대한 부담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은 이제 얘기도 안 나오잖아요. 사실상 '중부담 중복지'가 아니라 그냥 '중복지'만 있어요."

 

#4. 화끈한 한방의 예고편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화끈한 한방이 없어 아쉽다"는 트위터 발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톱스타 S양 탈세를 비롯해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비리 의혹 등 묵직한 한방이 화제를 모았는데, 올해 임시국회의 예고편을 공개해주시죠

 

"이명박 정부의 메릴린치 몰빵투자 문제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어요. 메릴린치가 정부의 부실한 자원 탐사와 개발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인 2008년 2월14일에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가 지금은 원금의 절반만 남은 상태인데, 그 커넥션을 제가 일부 밝혀냈죠.

 

메릴린치가 자원외교 부분과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여러 군데 중요한 대목에서 메릴린치가 등장하는데, 그 부분을 주로 보고 있어요. 이라크 크루드 유전과 관련해서도 이상한 흐름들을 보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의 깊게 보고 있는 부분은 국세청의 지하경제 양성화입니다. 그 효과가 기대만큼 탄력이 붙지 않고 있어요. 국세청의 의지도 단단하지 않아 보이구요. 지하경제에서 어떻게 자금 세탁이 되고 세금 추적에서 빠져나가는지, 국세청이 확인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는건 아닌지 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5. 박범계에게 세금이란

 

▲기획재정위원회 내에서도 세금 문제에 대한 고언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법조인 출신으로 곳곳에 만연한 세금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한 복안이 있습니까

 

"판사나 변호사 시절에 조세소송을 담당하면서 항상 든 생각이 '왜 세법이 이렇게 어려울까'였습니다. 너무 전문적인 영역이라 접근하기도 어렵고, 조세전문가가 아니면 들여다보기도 겁을 냅니다. 실제로 잘 모르기도 하구요. 이 때문에 법이 허용하는 재량보다 더 많은 사실상의 재량을 과세당국에 주고 있어요.

 

조세 공평성을 위해서는 과세행정이 투명해야할텐데요. 아직 투명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국회의원으로서 사람들로부터 청탁아닌 청탁을 받는 경우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직장을 잡아달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세금 문제에요. 국세청 고위간부에게 잘 얘기해주면 세무조사도 덜 받고, 추징액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해요.

 

실제로 제가 가진 정보 중에는 민감한 게 있습니다. 현재 확인 중인데 과세행정에서부터 수사, 재판에도 부조리가 있어요. 권력을 갖고 수사하는 검사들의 문제도 너무나 많고, 판사의 문제도 드러나고 있어요. 이런 투명성을 해치는 원인이 바로 '세법이 어렵다'는 것이죠. 세법이 쉬워야 과세가 투명해집니다. 앞으로 국회에서도 전문용어보단 쉬운 말로 국민들에게 다가설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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