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롯데케미칼을 상대로 247억원의 세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래 세금 소송은 기업이 정부(국세청)를 상대로 제기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소송은 원고와 피고가 바뀐 점이 특이하죠.
국세청 측은 롯데케미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입장인데요. 롯데케미칼이 회계장부를 조작해 세금을 부정 환급 받았다는 겁니다. 국세청은 롯데케미칼에 잘못 돌려준 세금을 다시 받아야겠다며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어떻게 국세청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을까요. 조세심판원과 법원, 대형 로펌까지도 막지 못한 롯데케미칼의 사기 행각을 들여다보겠습니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1. 낡은 기계장치로 법인세 환급
사건의 발단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2004년 호남석유화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11월 호남석유화학은 고합그룹의 자회사인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했는데요.
당시 호남석유화학은 인수 과정에서 승계받은 기계장치(PAREX 공정의 ADSORBENT CHAMBER)가 낡아서 사용하기 어려워졌다며 1512억원을 손실 처리했습니다. 다만 실제 법인세를 계산할 때는 비용으로 처리하진 않고 유보해놓은 상태였죠.
그런데 국세청이 2002년부터 2005년 사업연도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임시투자세액 부당공제와 접대비 한도 초과 등을 적발하면서 법인세 48억원을 추징했습니다. 이때부터 호남석유화학은 국세청을 상대로 세금을 돌려받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는데요.
당초 유보로 남아있던 1512억원의 기계장치 손실을 비용으로 처리해서 법인세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호남석유화학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아 2007년 국세심판원(현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고 인용 결정을 받으면서 123억원을 환급 받을 수 있었습니다.
#2. 법정소송으로 환급액 2배
기계장치를 손실로 처리하면서 세금을 돌려받은 호남석유화학은 법인세를 더 환급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번에는 법무법인 율촌을 대리인으로 선정해 2002년과 2004년에 납부했던 전체 법인세액을 모두 취소해달라고 요구했죠.
소송은 초반에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울산지방법원(1심)은 2010년 호남석유화학의 법인세 환급 소송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고, 이듬해 부산고등법원(2심)도 국세청 과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데요.
하지만 2012년 대법원(3심) 판결에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대법원은 국세청이 법인세 일부를 호남석유화학에 돌려주는 게 맞다며 '파기환송 처분'을 내린 겁니다.
결국 소송은 2013년 부산고등법원이 법인세를 취소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도 2014년 다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롯데케미칼(2012년 호남석유화학에서 사명 변경)이 세금 247억원을 돌려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