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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롯데케미칼과 국세청의 뇌물 커넥션

  • 2017.12.13(수) 16:28

롯데는 왜 국세청에 로비했나
세무조사 중 부적절한 만남, 조사 후 2500만원 전달

국세청과 롯데케미칼, 대형 로펌(법무법인)이 얽힌 뇌물 커넥션의 실체가 드러났다. 
 
롯데케미칼 측이 세무조사 자문을 해주던 로펌 소속 세무사에게 뒷돈을 약속했고, 세무사는 당시 세무조사를 총괄하던 지방국세청장과 담당국장을 회사 대표와 만나게 해줬다. 세무조사가 끝나자 약속한 뒷돈이 세무사에게 전달됐다. 
 
이후 뇌물 중개인이었던 로펌 세무사는 세무법인을 개업했고 당시 세무조사를 지휘했던 지방국세청장과 국장을 영입했다. 뇌물을 준 롯데케미칼 임원은 최근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 판결 내용을 토대로 뇌물수수 당시 정황을 택스워치가 따라가 봤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세무조사 들어갑니다
 
롯데케미칼과 국세청의 악연은 201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지방국세청은 KP케미칼(2012년 롯데케미칼로 사명 변경)의 세무신고 성실도가 동종 업체 가운데 하위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한 마디로 세금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미인데, 소득을 누락하거나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KP케미칼은 관공서에 상품권을 제공하거나 '상품권 깡(상품권을 할인해 현금으로 바꿈)'을 하고도 세무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무조사에서 거액을 추징 당할 위기에 처하자 KP케미칼을 이끌던 허수영 사장(現롯데그룹 화학BU장)은 법무법인 율촌과 세무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회사측 변호인 역할을 해달라는 것으로 자문료는 1억5000만원이었다. 
 
당시 율촌의 파트너 세무사였던 김모 세무사는 KP케미칼 회계팀장 김모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김 세무사는 세무조사의 총괄 책임자인 송광조 부산지방국세청장과 이승호 부산청 조사1국장이 자신과 친한 사이로 세무조사 추징액을 낮출 수 있다고 미끼를 던졌다. 대신 세무조사를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 자문료와 별도로 현금 2500만원을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다. 
 
# '상품권 깡'으로 2500만원
 
비밀스런 제안을 받은 김 팀장은 허 사장에게 보고하고 내락을 받았다. 현금 지급을 약속 받은 김 세무사는 허 사장과 송 청장(이 국장)의 만남을 주선했다.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회사의 대표가 국세청 총괄 책임자를 사적으로 만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모 지방국세청장이 아파트 시공사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감사원의 조사를 받고 있던 터라 국세청 내부에서도 외부인과의 만남을 극도로 꺼리던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허 사장은 송 청장과 이 국장을 직접 만날 수 있었고 세무조사에서 발생한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그들의 특별한 만남 이후 세무조사는 무난하게 마무리됐고, 브로커였던 율촌 김 세무사는 KP케미칼 김 팀장에게 약속했던 2500만원을 받으러 가겠다고 했다. 김 팀장은 허 사장에 다시 보고한 후 롯데백화점 관악점에서 자신의 법인카드로 상품권 2620만원 어치를 구입했다. 
 
그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한번에 30만~40만원씩 총 74회에 걸쳐 상품권을 구입했고, 다시 상품권 판매처에 할인 판매해 현금 2500만원을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2011년 2월, 김 팀장은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상품권 깡을 통해 마련한 현금 2500만원을 서류봉투에 넣어 김 세무사에게 전달했다. 
 
김 팀장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한 내역은 허 사장에게 따로 보고한 비밀장부에 적혀 있었는데, 상품권 구입내역의 제목은 '접대비'였고 내용에는 '부산지방국세청, 세무조사 관련 접대비 내역'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또 다른 장부에는 KP케미칼이 관할 세무관서인 울산세무서에 접대비 등 부적절한 뇌물을 제공한 내역도 담겨 있었다. KP케미칼이 국세청과 세무서를 상대로 꾸준히 로비를 벌였다는 증거다. 
 
# 뇌물수수 혐의 '유죄'
 
국세청 고위직에 뇌물을 전달한 세무사와 회사 임원은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세무사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2000만원과 추징금 2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뇌물수수 사실을 자백했다. 
 
국세청을 상대로 뇌물을 지시한 허 사장도 지난 달 25일 제3자뇌물교부죄 명목으로 징역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경영자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뇌물공여 범행을 저질렀다"며 "부적절한 뇌물을 통해 세무공무원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한편 세무조사를 담당한 국세청 고위직들은 이후 나란히 1급으로 승진했다. 송 전 청장은 국세청 감사관을 거쳐 2013년 4월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승진했고, 이 전 국장은 서울청 조사4국장에 이어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영전했다. 이들은 국세청 퇴직 후 김 세무사가 설립한 세무법인에서 함께 근무하다가 2016년 각각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율촌으로 옮겨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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