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를 대하는 개인들의 입장은 단순하다. 무시할 것인지 아니면 채굴에 나설 것인지, 가상화폐를 공개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에 참여할 것인지, 투자할 것인지, 또는 사용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면 된다.
반면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의 상당수가 지대한 관심을 가진 가상화폐 문제가 부담스럽고 그에 대한 정책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될까.
해외에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실용화에 가장 열성적인 스위스는 크립토 밸리(Crypto Valley)를 선포하면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실용화를 통해 세계 금융산업의 허브를 노리고 있다.
스위스의 추크라는 도시에서는 이미 2016년 5월부터 관공서 내에서 비트코인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인정하고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공공기관 최초 사례다. 스위스 추크에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IT 기업이 수십여 개나 진출해 있다.
스위스에서는 비트코인 자동인출기(ATM)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스위스 정부의 정식인가를 받은 비트코인스위스(bitcoinsuisse.ch)가 운영하는 ATM기는 취리히, 베른, 바젤 등 스위스 각지에 설치돼 있다. 비트코인을 스위스 프랑이나 유로화로 인출할 수 있으며 유로화나 스위스 프랑을 넣으면 본인 소유의 단말기 등에 비트코인이 충전된다.
스위스의 사례를 보면 우리에게는 다음의 몇 가지 정책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우선은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 정책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현재 통신판매업으로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인가 및 관리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들이 부당한 약관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표준 약관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투자자들로부터 엄청난 자금을 받아 보관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실제로 코인(가상화폐)을 보유하고 중개를 하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며 해킹을 막을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은 갖추고 있는지, 해킹 발생기 보상대책은 갖추고 있는지, 투자금의 관리와 입출금에 불편은 없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 또 투자자들에 대한 사기 횡령 등 부정한 행위를 하는 거래소에 대한 처벌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ICO(Initial Coin Offering) 육성 정책도 필요하다. 가상화폐에 적대적인 중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도 2017년 9월 29일부터 ICO를 전면 금지하였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면 ICO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 국내 ICO에 대한 정부 인가 기준 및 검증 제도를 마련해 국내 투자자 뿐만 아니라 외국 투자자들도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ICO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해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나 기업들이 가상화폐 실용화 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블록체인 기술 개발도 시작해야 한다. 우선 정부 고유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산·관·학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토지 등 부동산 거래, 국민연금 정보, 개인의 납세 내역, 부가가치세 거래 내역, 각종 투개표 관리 등 기록이 상실되거나 위변조돼서는 안되는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적용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가상화폐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외면하지 말고, 이를 활용해 국민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영향력을 가진 정부와 지자체가 가상화폐에 더 관심을 갖고 국민들이 가상화폐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스위스나 일본 못지 않은 가상화폐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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