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의 틀은 아직 없다. 접근법도 국가별로 각양각색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가상화폐 열풍이 규제로 이어졌고 가상화폐 공개를 뜻하는 ICO도 전면 금지됐다. 중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러시아처럼 거래조차 불가능한 곳도 있다. 반면 일본과 미국,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가상화폐의 일상적인 거래와 ICO를 허용하는 것은 물론 관련 제도도 정비하는 등 가상화폐에 대해 개방적이다.
◇ 가장 먼저 칼 빼든 중국
중국은 한국에 앞서 일찌감치 가상화폐 열풍이 분 곳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투기와 채굴 열풍은 물론 자본유출이 심각하게 발생하자 재빨리 통제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중국은 ICO를 불법으로 규정해 금지했고 이미 완료된 ICO도 취득한 자금을 모두 토해내도록 했다.
같은 달에는 가상화폐 거래소도 폐쇄했다. 올해 1월 들어서는 가상화폐 채굴도 금지한 상태다. 대신 중국 인민은행은 국가 주도의 중앙화된 가상통화 발행을 준비 중이다. 현재 비트코인의 개인 간 거래나 소유는 허용하지만 금융회사의 공식 사용은 막고 있다.
◇ 가상화폐 선도자 일본
반대로 일본의 경우 가상화폐를 장려하고 있다. 2016년 3월에 비트코인을 공식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2017년 4월부터는 자금결제법을 개정하는 등 디지털 통화 관련 정책 수립에 나섰다.
일본은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 등록제를 신설했고 금융청(FSA)을 거래업자 감독기관으로 지정했다. 2017년 12월 현재 일본에는 16개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등록돼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소비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고 11월에는 가상화폐를 보유자산으로 인정하는 기업회계 기준도 만들었다.
일본은 자금결제법 개정 후 디지털 통화 관련 사업 및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자체적인 디지털 통화도 개발 중이다.
◇ 입법화 바쁜 미국…주(州)마다 달라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거래와 결제가 가능하고 자산으로도 인정 받는다. 다만 주(州)마다 가상화폐 규제 및 과세 정책에는 차이가 있다. 워싱턴 주는 비트코인 거래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중이고, 플로리다주는 자금 세탁 목적의 가상화폐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선물이 잇따라 상장되며 일찌감치 투자 상품으로 선을 보였다. 지난해 말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와 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했고 나스닥도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다.
ICO에 대해서도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개별 ICO의 특성에 따라 발행 코인이 증권으로 분류되면 연방 증권법을 적용키로 했다.
◇ 유럽, 법정통화 인정하고 세금 매기기도
유럽도 유럽연합(EU) 및 여러 유럽 국가들이 가상화폐를 인정하고 있다. EU의 증권 및 시장 감시국(ESMA)은 지난해 11월 ICO가 매우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투자 행위며 ICO를 통해 발행되는 코인이 금융상품 성격을 갖는 경우 해당 금융상품과 관련된 제반 법규를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했다. 비트코인 사업자들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고객 확인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금융서비스위원회(FSC)에 등록해야 한다. 독일도 비트코인에 대한 과세와 함께 전용 화폐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비트코인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독일 연방은행법에 따라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비트코인 취급 회사는 돈세탁 방지법을 준수해야 한다. 노르웨이는 가상화폐를 화폐가 아닌 개인 자산으로 간주하며 수익에는 재산세를 매긴다.
스위스의 경우 싱가포르와 함께 ICO 성지로 알려져 있다. 7%가 넘는 ICO가 스위스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4억9500만달러가 모집돼 경제 규모로도 가장 큰 수준이다. 가상화폐 사업을 위해서는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위원회(FINMA)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한편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가상통화의 발행과 유통,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2014년부터 모든 웹사이트 접근을 통제 중이다. 최근에는 가상통화 사용을 금지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1월 디지털 자산과 ICO 규제 법안 초안이 마련됐는데 ICO 참여 한도 제한과 정보공개 의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상 첫 가상화폐 공개(IOC) 가이드라인 내놓은 스위스
스위스는 지난 2월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위원회(FINMA)는 스위스 내 ICO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투명성이 이뤄질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근본적인 법률체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절한 규제 안에서 ICO가 적법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아울러 ICO와 가장 관련이 깊은 법률 분야는 지금세탁 방지와 증권 규제이며 예탁 행위나 집합투자제도와는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FINMA는 토큰의 종류를 지불형 토큰, 기능형 토큰, 자산형 토큰으로 분류하고 토큰의 기능과 양도에 중점을 두고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지불형 토큰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지불하는 수단 또는 돈이나 가치를 이전하는데 사용되는 토큰이다. 이 경우 자금세탁방지와 관련 규정 준수가 요구되지만 증권으로는 취급되지 않는다.
기능형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앱이나 서비스에 대한 디지털 접근을 위한 토큰이다. 이 역시 증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자산형 토큰은 채무증권이나 지분증권 같이 자산의 성격을 갖는 토큰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과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증권으로 간주되며 증권 규정이 적용된다.
가이드라인을 소개한 글로벌 로펌 레이텀앤왓킨스는 "다른 나라들도 스위스를 따라 최소한의 포괄적 지침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위스 법을 근거로 한 지침은 스위스 거주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발행자에 한정되기 때문에 스위스 관할권 밖의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ICO 발행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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