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암호화폐였던 비트코인은 화폐 기능에 집중했지만 2,3세대는 자산 형태에 더 가깝습니다. 가상화폐를 투자 수단으로 접근한다면 중장기적인 투자가 적합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변동성도 크고 가격 제한도 없어 무계획적으로 투자했다가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단타 위주의 투자는 금물이라고 판단했다. 기업 보고서 역할을 하는 코인 백서를 잘 살펴보고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한대훈 센터장은 지난해 '주식 애널리스트가 비트코인에 주목하는 이유'란 가상화폐 보고서로 큰 관심을 모았고 올해 초 블록체인 업체 리서치센터장으로 변신했다. 한 센터장은 오는 4월 26일 비즈니스워치가 '가상화폐 탐구생활'을 주제로 개최하는 '머니워치쇼 시즌6'의 강연자로 나선다.
다양한 재테크 주제를 다뤄온 머니워치쇼는 이번 시즌6에서 아직 정의부터 의견이 분분한 가상화폐에 대한 기본기는 물론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와 매력, 향후 전망 등 A부터 Z까지 풀어갈 예정이다. ☞ 머니워치쇼 신청 페이지
이에 앞서 비즈니스워치는 강연자들을 대상으로 10문 10답 형식의 사전 인터뷰를 준비했다. 다음은 한대훈 센터장과의 10문 10답이다.
- 가상화폐 하면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 '광풍'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큐멘터리에서 비트코인이 소개되었고,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는 갑론을박을 했고, 규제를 실시하려는 움직임이 나오자 청와대 청원은 20만명을 넘어섰다. 수억 혹은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음식점, 카페, 지하철 등에서 비트코인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 김치 프리미엄, 가즈아, 존버 등 가상화폐가 낳은 신조어에 대한 생각은
▲ 암호화폐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젊은 층에게 높은 관심을 받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해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했고, 암호화폐 가격의 상승을 외치는 가즈아, 비록 지금은 떨어졌지만 오르겠지 하는 믿음의 존버 등 신조어가 생겨났다고 본다. 가뜩이나 청년 실업률이 높고, 금수저와 흙수저가 나뉘는 현재, 암호화폐는 금수저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사다리로 보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
무차별적인 투기나 생업을 뒤로하고 암호화폐 시세만 들여다보는 것은 문제지만 암호화폐를 통해 젊은 사람들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찾을 수 있다. 아직 초창기다 보니 부작용도 많고,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적당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주목 받는 국가 중 하나가 되었고 많은 청년들이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기업들도 뒤늦게 뛰어들면서 관련 산업이 발전하는 토대가 되었다.
- 해외 신규 코인이 나올 때 개발자나 대표들이 유독 한국을 관심 있게 본다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그만큼 한국이 코인 생태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이더리움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이 국내를 방문했었고 올해도 리플의 최고경영자(CEO), 이더리움의 공동 개발자이자 현재 카르다노(에이다)를 운영 중인 찰스 호스킨슨 등이 한국을 찾았다. 국내에서 수요가 많고,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고,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당연히 큰 손인 한국을 찾을 수밖에 없다. 회사 사장이 자기 회사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에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방한하려는 해외 개발자나 업체들이 많다. 우리나라가 지금껏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 블록체인과의 관계는
▲우리가 이메일을 통해 처음으로 인터넷을 접했듯 암호화폐를 통해 처음으로 블록체인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할 때다. 그래서 적절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본다. 과열된 열풍은 자칫 블록체인 산업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문제가 있다. 이는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고, 산업 발전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지만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겠다는 방침 역시 우려되는 대목이다. 블록체인 종류는 크게 모두에게 개방된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kchain)과 허가 받은 이들만 쓸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으로 나뉘는데 당국의 발언은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만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기관이나 기업이 운영주체로 사전에 허가 받은 업체만 쓸 수 있다. 암호화폐를 매개로 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퍼블릭 블록체인이 국내에서 발전하기 힘들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 적은 스타트업이나 벤처회사들이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들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부의 당초 의도에도 역행하는 셈이다.
- 가상화폐, 암호화폐 뭐라 부르는 게 맞나
▲ 해외에서는 '크립토 커런시(Crypto currency)'(암호화폐)로 통용해 부른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결제하는 가맹점이 증가하고 있고, 실제로 결제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현실에서 통용될 수 없다는 의미의 `가상`화폐보다 `암호`화폐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본다.
- 화폐로서의 가상화폐와 투자수단으로서의 가상화폐 뭐가 더 맞을까
▲ 아직은 투자수단으로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 파생상품 거래가 허용되고, ETF 출시가 임박하는 등 금융권에서 자산으로 편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1세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기능에 집중했지만 2세대, 3세대 암호화폐에는 ‘스마트 컨트랙트’(디지털 계약) 기능이 들어가서 실제로 적용되는 자산 형태에 더 가깝다. 지금은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암호화 자산으로 쓰일 수도 있다. 일부 화폐의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자산에 더 가깝기 때문에 투자수단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 실제 가상화폐에 투자해본 적이 있는지
▲ 작년에 투자해 본 경험이 있다.
- 바람직한 가상화폐 투자법, 접근법은
▲ 암호화폐 시장은 24시간, 365일 열린다. 게다가 아직까지 변동성도 크고, 상한가와 하한가의 가격 제한도 없어서 무작정 투자를 했다가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투자(일명 단타)보다는 중장기적인 투자가 적합하다고 본다. 어떤 코인이 좋은지에 대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백서가 큰 도움이 된다. 백서는 기업 보고서와 같은 역할을 하며 코인의 특징 및 서비스, 개발 목적 등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해당 암호화폐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 가상화폐 규제 및 제도화에 대한 생각은
▲ 암호화폐의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하기도 했고, 아직 초창기다 보니 거래소를 비롯해 여러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적절한 규제도 필요하다. 과열된 열풍은 자칫 블록체인 산업의 본질을 흐릴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를 풀어야 하는 분야도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인 ICO(암호화폐를 공개하고 상장하는 것)가 대표적이다. 암호화폐 발행을 통해 기업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을 수 있고, 개인은 코인을 팔면 언제든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암호화폐를 통한 벤처기업 자금조달이 이미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 가상화폐가 기존 금융시스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대안이라기보단 보완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높은 변동성, 초기에 투자한 일부 거대세력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기존 금융 시스템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이 가진 문제점도 있다. 가령 송금의 경우, 국내외 주요 은행들은 ‘리플’이 가진 장점을 연구하고 업무협약을 맺기도 한다.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암호화폐가 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암호화폐는 기존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금융산업이 발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