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정부, 가계와 함께 국민 경제를 떠받치는 3대축이다. 기업은 영리 추구가 본래 목적이지만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나라 곳간을 채우는 역할도 한다. 특히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 대한민국에서는 믿을 구석이 기업 밖에 없다. 다행히 글로벌 업황이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돈 벌이도 나아지고 있다. 자연히 기업들이 납부하는 법인세수도 증가 추세다. 법인세는 이익에 부과하기 때문에 대체로 규모가 큰 대기업들이 많이 낸다. 하지만 대기업 중에서도 실적이 악화한 곳은 법인세가 줄어들거나 돌려 받기도 한다. 지난해 매출 순위 100대 기업의 법인세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기업들이 국세청에 납부하는 법인세는 전체 국세수입의 22%(2017년 기준)를 차지한다. 소득세(28%)와 부가가치세(25%)에 이어 세 번째로 세수가 많은 세목이다.
지난 3월 법인세를 신고한 12월 결산법인은 75만개로 1년 전보다 4만개 늘었다. 3월, 6월, 9월에 결산하는 법인을 포함하면 80만개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세청이 기업들로부터 걷은 법인세는 59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조1000억원(14%) 늘었다. 최근 5년 사이 법인세 수입이 가장 적었던 2014년(4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16조5000억원(39%)이나 늘어난 규모다.
법인세가 많이 걷히는 건 기업들의 실적이 그만큼 좋았기 떄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법인들의 2016년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2017년 신고분 법인세 수입이 크게 늘었다"며 "2017년에도 실적 호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법인세는 4조원 가량 더 걷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기업들이 납부하는 세금은 2015년 이후 늘고 있지만 전체 법인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은 13조8000억원으로 전년(12조7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9%) 늘었다.
하지만 전체 법인세수 가운데 10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0% 이후 2015년 26%, 2016년 24%에 이어 지난해 23%로 떨어졌다. 신설 법인이 증가하고 중견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대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법인세 증가폭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로 전년보다 1조5547억원(70%)을 더 납부했다. 삼성전자의 법인세 증가액은 2위(에쓰오일)부터 9위(현대중공업)까지의 법인세 증가분을 모두 합친 금액(1조5146억원)보다 많다.
삼성전자가 법인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압도적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없었다면 매출 100대 기업의 법인세는 2016년 10조4446억원에서 2017년 10조328억원으로 4% 감소하고 전체 법인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에서 17%로 떨어진다.
에쓰오일(S-Oil)은 전년보다 4831억원의 법인세를 더 냈고 롯데케미칼(1996억원)과 LG디스플레이(1890억원), SK텔레콤(1808억원), KT(1366억원), 한화케미칼(1194억원), 포스코(1086억원)도 법인세가 급격히 늘었다. 에쓰오일은 2016년 순이익이 전년보다 2배 늘었고 롯데케미칼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50% 급증하면서 법인세를 많이 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전년에 비해 5763억원을 덜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2769억원)와 SK하이닉스(2740억원), 삼성SDS(2587억원), LG화학(1496억원), 삼성SDI(1418억원), 현대위아(1250억원), 삼성물산(860억원)도 법인세 감소폭이 컸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6년 이후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법인세도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100대 기업 법인세 어떻게 산출했나
상장기업 분석회사인 에프엔가이드의 지난해 매출 순위를 기반으로 100대 기업을 선정했다. 분석대상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이며, 금융·보험사와 공기업은 제외했다. 법인세 납부내역은 개별 기업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현금흐름표에서 추출했다. 회계상의 추정치인 '법인세 비용'과 달리 기업이 실제로 세무서에 납부한 법인세를 기준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