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로 불릴 정도로 거의 모든 납세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국세청도 여전히 깜깜한 분야가 있다. 바로 임대소득이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의무가 아닌데다 월세 등 임대료를 신용카드로 결제받거나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지도 않기 때문에 다른 자영업자들처럼 소득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국세청이 임대소득을 추정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은 국토교통부의 확정일자 자료를 공유받거나 종합소득세 신고나 부가가치세 신고로 사업장 현황을 파악하는 방법뿐인데, 확정일자는 국토부 자료조차 완벽하지 않고(최근에는 대법원과 자료공유해 보완) 종소세나 부가세 신고는 사업자등록이 된 소수 사업자의 자진신고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국세청장들은 해마다 국정감사 때만 되면 "국세청이 임대사업자가 몇명인지도 모르느냐"는 질타를 받으면서도 똑부러진 답을 내 놓지 못했다.
실제 2015년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에서 남의 집을 빌려(전월세) 사는 임차가구는 185만가구에 달하는데 확정일자를 통해 파악되는 임대차 계약은 36만건에 불과하다. 많은 집주인들이 사실상 지하경제에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보증금이 없거나 낮은 월세는 확정일자 자료조차 없는데 지난 5월에 나온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2017년 기준)를 보면 보증금이 없는 월세나 사글세, 연세 등으로 거주하는 임대주민은 전체 민간임대주택 세입자 중 10%에 이른다. 당국간 정보를 아무리 공유해도 파악이 안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빠르게 찾아왔다. 정부가 2017년 8월2일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유도하면서 등록 임대사업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2018년 4월까지 집을 팔지 않으면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중과해 집값을 잡아보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다주택자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을 탈출구로 제시하면서 임대사업자 수가 늘어나는 부수효과가 나타났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경우 다주택자도 1주택자처럼 중과세율을 매기지 않고, 임대사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재산세와 종부세, 소득세 등을 깎아주는 혜택까지 줬기 때문이다.
평소 5000명에서 6000명선이었던 월간 임대사업자 등록 수는 2018년 들어 1월 9313명, 2월 9199명으로 크게 늘었고 양도세 중과시행 직전인 3월에는 무려 3만5006명이 임대등록을 하는 기록을 세웠다.
임대소득 양성화의 기초가 어느정도 다져졌다고 파악한 것일까. 임대사업자들이 제도권에 발을 들이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과세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가 최근 정부에 개혁 과제를 권고하면서 소형주택의 임대보증금 비과세와 임대소득 기본공제 축소폐지를 포함한 것이다.
소형주택 임대보증금은 과세 사각지대 중 하나였다. 3주택 이상인 경우 전월세의 임대보증금도 임대료로 환산(간주임대료)해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60㎡ 이하인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소형주택의 전세보증금은 3주택 이상이더라도 임대료 과세대상에서 빼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3억원이 안되는 소형주택 여러 채를 임대하면서도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집주인들이 많았다. 공시가격이 3억원이면 실거래가격은 6억원 가까운 주택도 많은데 5채, 10채를 갖고 전세를 주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다.
재정개혁특위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 분리과세자에게 주는 400만원의 기본공제 혜택도 축소·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의 경우 내야할 세금이 연간 10만원 안팎이어서 충격이 크지는 않겠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권고안이 사실상 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의 전면적인 폐지수순으로 이해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8.2대책 때 등록 임대사업자들에게 약속한 세제혜택과 특위가 권고한 세제혜택 폐지가 상충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8.2대책의 일환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 재산세를 최소 25%에서 전액감면하고 종합부동산세를 합산배제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재산세 감면혜택은 국민주택규모인 85㎡ 이하인 경우에만 받을 수 있는데 60㎡이하이거나 40㎡이하인 소형주택은 감면 폭이 더 크다. 60㎡ 이하 소형 임대주택에 대한 간주임대료 소득세 감면 폐지와는 반대방향이다.
서울의 한 대형 세무법인 세무사는 "불과 몇 개월 전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라며 세제 혜택을 주던 것과 너무 상충된다. 임대소득 양성화의 방향은 이해하지만 여전히 등록하지 않은 임대사업자들이 많은데 채찍을 너무 빨리 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