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홈쇼핑 七國志]④1%를 위한 홈쇼핑, 수수료인상 빌미될수도

  • 2014.12.16(화) 11:22

제7홈쇼핑 수혜기업 1%도 안돼..미투제품 양산 우려도
'1조원 달하는 송출수수료 또 오를라' 홈쇼핑업계 불만

여성들의 머리 볼륨을 살려주는 이른바 '뽕고데기'를 개발해 대박을 터뜨린 J사는 더이상 홈쇼핑에서 이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지난해 4월 모 홈쇼핑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이후 8개월만에 50만개가 팔리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비슷한 기능의 '미투(me too)' 제품이 쏟아져나와 시장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홈쇼핑 한 곳에서만 31만2000개가 팔리며 히트상품 1위를 차지한 이 고데기는 하반기에는 판매량이 7만7000개로 급감했다.

이 회사 대표 한아무개(56)씨는 "후발주자들이 저가의 원플러스원(1+1) 제품을 들고 나오는데 당해낼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러 중소기업의 판로를 열어주는 것도 좋지만 카피 제품까지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현재 새로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 씨는 "설마 그렇게까지 따라오겠냐고 생각했던 게 실수였다"며 "새 제품은 특허출원 등 안전장치를 해뒀다"고 말했다.

 


◇ 잘 팔린다 싶으면 '베끼기' 부작용 

 

정부가 중소기업 제품과 농축수산물만 판매하는 공영 TV홈쇼핑(이하 제7홈쇼핑)을 설립한다는 소식에 중소기업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홈쇼핑에 자사 상품을 한번이라도 더 노출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 335만개 가운데 홈쇼핑 입점기업은 2800여개로 0.08%에 불과하다. 가정용 소형가전제품을 만드는 K사 관계자는 "새로운 판로가 열리는 것 자체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넘어야할 산이 많다. 제7홈쇼핑이 1시간에 1개씩 새로운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더라도 연간 취급가능품목은 8760개, 전체 중소기업의 0.26%밖에 안된다. 여기에 상품성이 있는 중소기업 제품을 더 자주 편성하다보면 실제 제7홈쇼핑으로 수혜를 보는 기업수는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홈쇼핑이 다른 곳에 나온 제품이나 유사제품을 취급하는 건 이미 검증된 제품이라 판매부진위험이 덜하기 때문"이라며 "날마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중소기업 제품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한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막상 입점을 추진하다보면 재고확보가 미흡하거나 품질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제품도 많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홈쇼핑업계는 제7홈쇼핑이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있는 중소기업의 독창적 제품을 새로 발굴하기보다는 기존 홈쇼핑에서 성공한 제품을 가져다 쓰거나 '미투' 모델만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J사처럼 피해를 볼 수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 채널경쟁시 中企 부담 커질수도 

 

새로운 홈쇼핑의 등장으로 송출수수료가 뛸 수 있다는 점도 홈쇼핑업계의 걱정이다. 홈쇼핑사들은 케이블방송사업자(SO)나 IPTV 사업자들이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주는 대가로 이들에게 매년 수천억원의 송출수수료를 지급한다. 지난해 홈쇼핑 6개사가 지급한 송출수수료만 9800억원에 달한다. 5년전 4900억원이었던 게 갑절로 늘었다.

 

▲ TV홈쇼핑 시장구조 (자료:미래창조과학부)

 

가장 큰 원인은 채널경쟁이 심해졌다는데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홈앤쇼핑 개국을 계기로 홈쇼핑사가 부담한 송출수수료가 매년 20% 넘게 증가했다. 홈쇼핑이 하나 더 생기면서 '황금채널(지상파 사이에 있는 채널)'을 따내려고 각사가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송출수수료 부담은 홈쇼핑이 중소기업에게 받는 판매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게 홈쇼핑업계의 주장이다. 지금도 홈쇼핑업계는 평균 30%가 넘는 판매수수료를 책정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한쪽을 누르면 맞은편이 올라가는 '시소게임'처럼 새로운 홈쇼핑의 등장은 송출수수료 인상을 부르고,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부담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홈쇼핑업계의 엄살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제7홈쇼핑의 등장이 홈쇼핑업계 전반의 수수료 인상의 빌미가 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불만을 의식해 정부는 제7홈쇼핑의 승인을 내줄 때 판매수수료와 송출수수료의 인하 계획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만약 이행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별도의 승인조건을 부과해 수수료 인하를 강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시중에서 우려하는 일이 나타나지 않도록 홈쇼핑의 공영성 확보방안에 그 어느때보다 큰 비중을 뒀다"며 "믿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