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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롯데] '비밀금고'의 숨겨진 비밀?

  • 2016.06.15(수) 11:03

"일반 금고와 다르지 않아..호텔객실도 비밀공간으로 과장"
소문만 확대재생산..법조비리·가습기살균제 등 이슈는 묻혀

이명근 기자/qwe123@

 

"재계 5위의 그룹 회장이 감춰둔 비밀금고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지 않습니까"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와 언론의 과열보도에 불편함을 내비쳤다. 검찰은 중계방송하듯 수사내용을 흘리고 언론은 경쟁적으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난 10일 압수수색을 통해 발견한 신동빈 회장의 영빈관 금고도 언론은 '비밀금고'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사실은 일반 회사에서 사용하는 여느 금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롯데측의 설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벽장 책꽂이를 치우면 나타나는 비밀의 금고라고 생각하면 오해"라며 "신 회장의 금고는 손님들이 오가는 응접실 한편에 놓아둔 것으로 일반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언론은 신 회장의 금고 안에 비자금 내역을 증명할 핵심자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신동빈 자택에서 (확인된) 자료는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옆에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금고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로 세로 각각 1m, 높이 1.5m인 철제금고 안은 텅 비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고에는 현금·수표·통장 등 신 총괄회장의 자산 5000억원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돈은 발견되지 않았다.

 

롯데측은 신 총괄회장의 금전출납자료와 통장이 발견된 롯데호텔 33층 비서실의 '비밀공간' 역시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의 수행비서였던 이모 전무가 사용한 호텔 객실 형태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총수 일가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각종 소문이 꼬리를 물고 확대되면서 회사 직원들의 사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떨어지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롯데그룹을 향해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면서 롯데의 경영활동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호텔롯데 상장은 검찰 수사의 영향으로 무기한 연기됐으며 롯데케미칼의 미국 석유화학업체 액시올사 인수 계획은 철회됐다.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롯데그룹 9개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난 10일 이후 불과 3일만에 1조7500억원이 증발했다.

 

롯데그룹 수석급 이상 임직원 10여명은 지난 10일 검찰의 수색 당시 휴대폰을 압수당해 현재 임대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번 수사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매일 같이 롯데의 수사 상황을 알리고 수사관 240여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것을 보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정운호 게이트'로 번져나가던 대형 법조비리 의혹은 이번 롯데그룹 수사로 잠잠해진 분위기다. 수백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파묻혔다.

 

가습기 살균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검찰이 옥시 해외임원을 소환해 조사하는 단계에 이르지 않고 사건을 덮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받았지만 수사가 잠잠해지자 이제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전일(13일)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롯데제주리조트, 롯데상사, 코리아세븐 등 계열사 10곳을 포함한 총 15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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