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비자금 루트로 의혹을 받고 있는 로베스트AG가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칼끝이 롯데의 해외계열사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비자금 의혹을 받는 핵심주체가 사라지면 수사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17일 스위스등록청(SOGC, Swiss Official Gazette of Commerce)에 따르면 로베스트는 지난달 1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법인청산을 결정한 뒤 현지 법률회사를 통해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로베스트는 신 총괄회장이 지난 1985년 스위스 취리히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스위스의 기업정보사이트인 모네타스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1997년에서 1999년까지 로베스트의 대표이사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은 로베스트가 2010년 5월 호텔롯데·롯데쇼핑·미도파·롯데역사 등 롯데 계열사 4곳에 실제보다 2배 이상 부풀린 금액으로 롯데물산 주식을 매각, 총 920억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롯데가 해외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지만, 로베스트가 청산되면 관련 증거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베스트는 오는 7월1일까지 채권채무 관계를 해소한 뒤 법인청산에 나설 예정이다.
김대희 법무법인강남 변호사는 "청산 중인 해외법인에 내부 회계자료를 요청했을 때 회사 직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검찰이 스위스와 공조해 수사하더라도 최소 6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로베스트에 대한 의혹규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