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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롯데]下 투자도 고용도 '올스톱'

  • 2018.08.27(월) 11:26

주요 그룹 투자·채용 계획 발표…롯데만 '속앓이'
계획된 투자도 '스톱'…성장 정체 가능성 높아져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 이후 지금까지 비상경영체제로 버티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롯데에게 신 회장의 부재는 큰 타격이다. 대규모 투자도, 채용도 모두 '올 스톱'이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도 부진하다. 롯데 안팎에서는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장을 잃고 표류하고 이는 롯데의 현 상황을 짚어본다. [편집자]

롯데그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고용 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투자와 채용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롯데는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신동빈 회장이 없어서다.

◇ 발목 잡힌 투자

롯데그룹이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다. 그전까지 롯데그룹은 국내 재계 순위 10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6년 순식간에 재계 5위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롯데그룹이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선제적인 투자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동빈 회장이 있었다.

지난 200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신 회장은 본격적으로 롯데그룹의 성장을 위한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M&A에서 발군의 솜씨를 보였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신 회장이 성사시킨 M&A 건 수만 해도 총 36건에 달한다. 그 덕에 롯데그룹은 국내 5대 그룹에 편입될 수 있었고 이런 성과는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대권을 쥐는데도 일조했다.
▲ *삼성(3년)·현대차(5년)·LG(1년)·SK(3년)·GS(5년)·신세계(3년).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신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되면서 롯데그룹의 성장을 지휘할 구심점이 사라졌다. 그간 롯데그룹이 투자와 M&A라는 성장 공식을 가지고 있었던 걸 고려하면 신 회장의 구속은 롯데그룹에 큰 타격이다. 현 정부가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만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경우 이미 18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도 23조원, LG그룹은 19조원, SK그룹은 80조원, GS그룹은 20조원 등의 투자를 약속했다. 심지어 경쟁업체인 신세계그룹도 9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여전히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낳은 결과다.

◇ 고용도 멈춤


애초 롯데그룹은 올해 국내외에서 총 10여 건, 약 11조원 규모의 M&A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들도 타격이다. 약 4조원 규모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은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아직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최근에는 약 8조원 규모의 파키스탄 유화단지 투자제의를 받고도 결정을 내리지 못해 기회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가 멈추면서 고용 계획도 함께 멈췄다. 롯데그룹은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약 1만3000명가량을 채용해왔다.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산업은 고용효과가 매우 높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 그룹 신입 공채 및 하계 인턴 등 1150명을 채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반기 채용 계획은 아직 내부적으로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 *17년 투자금액은 추정치(단위 : 억원, 명).

현재 정부는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채용을 독려하고 있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들이 앞으로 3~5년간 적게는 1만 명에서 많게는 4만5000명까지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투자를 통한 신사업 개발과 이에 따른 신규 인력 채용이 맞물려야 하지만 투자가 막힌 상황에서 채용이 따라갈 리 만무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채용의 경우 계열사별 사업 확장 계획 등에 맞춰 늘려가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내부적으로 고민은 하고 있지만 뚜렷한 윤곽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종적으로 이를 컨트롤하고 결정해야 할 자리가 비어있어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잃어버린 시간들

국내 대기업에 있어 총수의 부재는 해당 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가장 가까운 예가 CJ그룹이다. CJ그룹의 경우 이재현 회장이 구속 기소됐던 지난 2013년부터 사면을 받았던 2016년까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시기를 '잃어버린 4년'으로 부른다. 이 기간 CJ그룹은 성장이 멈추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22조8000억원이던 CJ그룹의 매출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25조원에서 29조원 사이를 맴돌며 정체기를 겪었다. 2016년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지만 속도는 더뎠다. 투자액도 2012년 2조9000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2015년에는 1조7000억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작년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CJ그룹은 대형 M&A에 나서는 등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돼있던 1년여 동안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 그동안 쌓아왔던 해외 네트워크 훼손,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 수립 등에서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구속 수감됐던 3년여 동안 각종 M&A에서 잇따라 실패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의 구조상 총수가 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며 "특히 총수가 대규모 투자와 채용 등 그룹의 중요 현안들을 일일이 챙기는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단순히 상징적인 존재가 아닌 실질적인 기업 활동을 진두지휘하는 경우가 많아 총수 부재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당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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