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레이션은 각기 다른 산업분야 브랜드들끼리 손을 잡고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거나 공동 마케팅에 나서는 걸 의미한다. 그동안 주로 패션계에서 활발하던 콜라보레이션이 최근 제약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특히 회사를 대표하는 장수품목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새로움을 더해 인지도 제고는 물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콜라보레이션이 가장 활발한 제약사는 동화약품이다.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품목이자 최장수 품목인 활명수는 최신 트렌트에 맞춘 다양한 색깔의 새 옷으로 매년 갈아입는다.
동화약품의 콜라보레이션은 지난 2012년 창립 115주년을 맞아 광고·디자인업체 빅앤트를 통해 선보인 활명수 기념판이 시초다. 당시 우리나라 전통 반닫이 가구를 형상화한 기념품을 내놨고, 2013년부터 아티스트나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본격화했다.
2013년엔 빅앤트, 권오상 작가, 홍경택 작가와 한정판 패키지 3종을 제작했다. 빅앤트는 활명수의 유래가 된 궁중비방을 모티브로 박스 디자인을 맡았고, 두 작가의 대표작품을 활명수 디자인에 적용했다.
2014년에는 미디어아티스트 이용백 작가와 아티스트 이동기 작가의 대표작품으로 한정판 2종을 각각 1만1700병씩 출시했다. 2015년엔 나전칠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정판, 2016년에는 인기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 4종류의 디자인을 담은 한정판을 내놨다.
활명수는 이후 '힙합'으로 더 젊어졌다. 지난 2016년 Mnet의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랩스타3를 통해 신제품 미인활명수를 활용한 브랜디드 콘텐츠 캠페인을 펼친 데 이어 2017년 '쇼미더머니6'와 협업한 활명수 기념판을 특별제작하면서 역시 브랜디드 콘텐츠 캠페인을 진행했다. 브랜디드 콘텐츠란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 브랜드 광고 콘텐츠의 결합으로, 콘텐츠 안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제약업계 최초로 패션 브랜드와 협업도 진행했다. 지난해 글로벌 패션브랜드인 게스(GUESS)는 티셔츠, 데님팬츠, 데님백 등 총 6종의 제품에 활명수 디자인을 채용했다. 동화약품은 이 밖에도 개그맨 박명수 씨, 국내 건전지 브랜드 벡셀과 협업해 2016년과 2018년 에너지드링크 '지파크'를 새로운 콘셉트로 선보이기도 했다.
동아제약도 대표 장수품목인 박카스를 활용한 콜라보레이션에 한창이다. 박카스가 내세우는 '피로 회복' 이미지를 살리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아제약은 2017년 처음으로 SPC그룹 배스킨라빈스와 손잡고 '박카스향 소르베'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당시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의 피로 회복에 초점을 맞춘 이 제품은 피로를 풀어주는 타우린 성분은 그대로 담아내고 카페인은 뺐다.
작년엔 디자인 전문 쇼핑몰 천삼백케이(1300K)와 손잡고 타우린이 들어간 마스크팩, 아이마스크 그리고 완구제품인 박카스 블록 등 한정판 '박카스 굿즈(상품)' 3종을 선보였다.
지난 3월엔 메가박스와 협업해 영화를 보면서 피로를 풀어준다는 콘셉트로 팝콘과 탄산음료에 박카스맛 젤리 2봉지를 묶은 '메가박카스 콤보'를 출시했다.
유유제약도 지난 1월 어린이미술관 헬로우뮤지움과 협약을 맺고 대표품목인 비타민C '유판씨'에 대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유판씨 패키지에 슬라임 캐릭터를 넣은 한정판을 제작해은 헬로우뮤지움과 유판씨 브랜드 인스타그램에 모두 팔로우한 헬로우뮤지움 입장객 1000명에게 제공했다.
유유제약은 유판씨 패키지 협업을 시작으로 헬로우뮤지움의 예술 콘텐츠와 인프라를 통해 보다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유유제약은 지난 2015년에도 채규인 패션디자이너와 협업해 한글의 감성과 가치를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한정판 유판씨를 출시한 바 있다.
이밖에 일동제약은 지난해부터 카카오프렌즈와 함께 마이니 다이어트 구미, 마이니 멀티비타 구미, 마이니 비타C 구미, 마이니 칼슘 구미 등 건강기능식품 마이니 콜라보 제품 4종을 선보였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콜라보레이션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기존 제품을 더 널리 알리는 동시에 새롭고 젊은 이미지를 만들어가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단순한 제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이 아닌 인지도 제고와 함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려는 차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콜라보레이션 대상은 대부분 그 회사를 대표하는 장수품목들인 만큼 기존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다"면서 "두 브랜드가 만나 고유 이미지는 지키면서 새로움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장기적으로 회사는 물론 제품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