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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제약‧바이오업계 "나 떨고 있니?"

  • 2019.11.13(수) 10:08

복지부,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 제출 공문 전달
불법 리베이트 적발 시 업계 전반의 후폭풍 우려

제약‧바이오 업계는 그동안 불법 리베이트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자사 의약품 처방‧판매를 위해 의사와 약사들에게 뇌물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오랜 기간 관행처럼 이어져온 터라 정부가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며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는데요.

정부는 이에 지난해 1월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면서 제약‧바이오기업들을 더 압박하기에 이릅니다. 미국의 '선샤인액트'라는 제도를 본 따 만들어져 한국판 선샤인액트라고도 불립니다. '선샤인액트'는 의약품 공급업체가 의사나 의료기관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때 지출 내역을 공개해야 합니다. 일반 환자들도 모두 제약사나 정부기관 웹사이트를 통해 담당의가 기업에서 받은 경제적 이익 내역을 확인할 수 있죠.

한국판 선샤인액트도 비슷한데요.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시판 후 조사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등 7가지 항목에 대해 지원 내역을 상세히 기재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얼만 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는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5년간 보관해야 합니다. 이 보고서는 언제든 정부 요구 시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죠.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가 제약‧바이오기업들에 잇따라 공문을 보내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 지출보고서 내역을 오는 11월 29일까지 제출하라는 겁니다.

복지부가 지출보고서 검토에 나선 건 제도 도입 2년여 만에 처음인데요. 그러자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잔뜩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약사법상 지출보고서를 작성‧보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 또는 제출하지 않을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고작 200만원의 벌금이 무서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벌벌 떠는 건 아닙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 제출에 긴장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의 파장은 단순히 벌금부과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출보고서 미작성 및 허위‧부실 작성시 불법 리베이트 의심을 받을 수 있고 이는 검찰 고발조치로 이어질 수 있죠.

특히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면 제약‧바이오기업의 처벌로 끝나지 않습니다. 주 고객인 의사와 약사들 역시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됩니다. 제약‧바이오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인데요. 기업은 기업대로 처벌받고 고객도 잃게 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의사와 약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 이들에게 제공한 또 다른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줄줄이 적발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제출 대상 업체가 아님에도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이 긴장하는 이유죠.

실제로 이번 지출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들이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요.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와 올해 초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 작성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지출보고서를 작성 중인 제약사는 185곳이었고, 미작성 21곳, 작성 예정 3곳이었습니다. 제도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지만 1년여가 지나도록 지출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곳이 24곳이나 된거죠.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지출보고서 제출 대상은 이 24개 업체 중에서 선별했다고 합니다. 정부가 설문조사에 들어가면서 부랴부랴 지출보고서 작성에 나선 만큼 허술한 부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일부는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또 다시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될 경우 전체 업계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고, 업계 전반에 대한 불법 리베이트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출보고서에서 한 곳이라도 적발될 경우 대대적으로 보고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며 "대부분 윤리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또 다시 제약‧바이오업계가 불법 리베이트 온상으로 비춰질까 우려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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