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의 세계는 비정하다. 누군가의 위기는 누군가에게는 기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포가 유통시장을 덮치면서 오프라인은 위기를, 온라인은 기회를 맞았다.
특히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표정관리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우려가 전국을 뒤덮자 고객들이 직접 매장을 찾기보다는 집안에 앉아 전화와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위기경보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일주일 동안 인터넷과 모바일 쇼핑 이용 고객이 평소보다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감염에 대한 불안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났다는 게 롯데홈쇼핑 측 설명이다.
고객들이 주로 검색하고 구매한 것은 손세정제와 마스크, 비누 등 위생용품이다. 특히 마스크는 주문 건수가 전주보다 10배 급증했으며, 세제와 생수, 즉석밥과 같은 생필품 등도 2배 이상 주문이 늘었다. 인터넷과 모바일 이용 고객의 체류시간 자체 평소보다 10% 이상 늘어났다.
다른 온라인 전문 쇼핑업체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쿠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배송시간이 기존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공지를 띄웠으며, 마켓컬리는 주문량 폭주로 냉장 상품을 조기마감해 상품 확보 실패에 따른 환불방지에 나섰다.
티몬도 설 연휴 직후 생활·식품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300% 증가했으며, 11번가의 경우 설 연휴 이후 일주일 동안 생필품 거래가 전년보다 104% 늘었다.
G마켓은 연휴 직후 가정식 도시락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723%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외식을 자제한 덕분이다.
한 온라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최근 매출 증가는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신규 고객의 유입이 기대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라인전문 쇼핑업체들은 지난 메르스 사태 때도 반사이익을 누린 바 있다.
당시 위메프와 쿠팡 같은 곳은 평소보다 2~3배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온라인 업체들이 진출에 어려움을 겪던 생필품시장을 단번에 열어준 것이 메르스사태였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온라인 업체들의 배송방식이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 등으로 보다 빠르게 진화한 것이 '신의 한 수'라는 평가다. 비상상황에서 외부 출입을 삼가려는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기 때문이다.
반면 오프라인에 집중된 유통업체들은 울상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 등은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은 모두 지난 주말 매출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과 비교해 8~12%가량 줄었다. 일부 매장의 경우 30% 이상 줄어든 곳도 있다.
면세점은 매출 하락 폭이 더 크다. 주요 고객인 중국인이 줄면서 대부분의 면세점의 매출이 평소보다 30%가량 떨어졌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장충동 서울점과 제주점에 확진자의 방문이 확인되면서 아예 해당 매장을 임시 폐쇄했다.
대형마트도 피해가 크다. 이마트는 군산점에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자 해당 업소의 휴업에 들어갔고, AK플라자는 확진자의 배우자가 근무한 수원점을 3일 휴점시켰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온라인 거래는 증가하지만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유통업체는 1분기 매출이 둔화될 것"이라며 "온라인 거래 증가에 따른 택배회사 등 육운 업체의 수요가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