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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유한양행의 야심…'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 2020.06.30(화) 08:16

글리벡 외 노바티스 항암제 3종 도입 '물밑 작업'
단순 매출확보 넘어 신약 도입‧영업력 증대 목적

국내 명실상부 제약기업 매출 1위 유한양행이 최근 항암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입니다.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혈액암) ‘글리벡’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 및 공동 판촉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대외적으로는 매출 감소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안에는 또 다른 내막이 숨어있습니다.

◇글리벡 도입으로 매출 감소 만회

먼저 매출 측면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유한양행의 매출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오리지널 블록버스터 품목의 역할이 큰 데요.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자체 개발한 제품매출은 43.2%였지만 외부에서 도입한 상품매출은 54.3%로 비중이 더 컸습니다. 그러다보니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와 약가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 타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죠.

유한양행 매출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품목은 단연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인데요. 지난 2017년 말 특허만료와 함께 매년 약가인하가 이뤄졌고 결국 2018년 1537억 원에 달했던 연간 처방액이 지난해 1068억 원으로 500억 원 가량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블록버스터 품목이었던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의 지난해 처방액 역시 270억 원에서 33억 원으로 감소했죠.

이 여파로 2018년 1조5188억 원에 달했던 유한양행의 매출은 지난해 1조4804억 원으로 약 2.5% 줄었는데요. 이번에 도입한 ‘글리벡’의 매출은 약 500억 원에 달합니다. 비리어드에서 줄어든 매출을 메우기에 꼭 들어맞는 품목이죠.

노바티스의 신약 도입 위한 물밑 작업

사실 유한양행이 항암제로 노바티스와 손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8년 12월 노바티스의 항암제 3개 품목을 도입했는데요. 바로 유방암 치료제 ‘페마라’와 ‘타이커브’, 악성 종양으로 인한 고칼슘혈증 치료제 ‘조메타레디’입니다. 이들 품목은 출시한 지 꽤 오래된 데다 다수 복제의약품도 출시돼 있어 매출 증대에 크게 도움 되는 품목들은 아닙니다. ‘페마라’의 지난해 연간 처방액은 146억 원, ‘타이커브’ 37억 원, 조메타레디주 12억 원 수준이었죠.

왜 유한양행은 매출에 크게 도움 되지 않는 이 3종 품목을 도입했던 걸까요. 바로 여기서 유한양행이 항암제 사업 확대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왔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노바티스는 온콜로지(항암) 분야에서 표적치료제, 세포치료제, 면역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암 치료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면역항암제의 개발 성공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고 있죠.

기존 항암제 3종에 ‘글리벡’까지 도입하면서 노바티스와의 파트너십을 다져가고 있는 건데요. 이렇게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다보면 신뢰도 쌓이고 향후 노바티스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성공할 경우 유한양행이 국내 독점권을 따내는 것도 좀 더 수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사진=유한양행]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기업들과 독점 및 공동판매 관련 파트너십을 맺을 때 1개 품목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품목을 특정 제약기업과 긴밀하게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 가장 활발하게 특정 글로벌 제약사와 관계를 유지해 온 곳은 제일약품인데요. 1996년부터 화이자와 손잡고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 소염진통제 ‘쎄레브렉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리리카’ 등 대형 품목들에 대한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이어왔습니다. 반대로 MSD(엠에스디)는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패밀리 3종과 고지혈증 치료제 ‘바이토린’, ‘아토젯’ 등 대형 품목들에 대한 공동판매 파트너십을 2016년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전부 교체했죠.

레이저티닙 등 출시 대비해 항암제 영업력 강화

마지막으로 유한양행의 기대주인 비소세포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의 출시를 대비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젠오스코로부터 기술도입한 물질로, 이후 얀센에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기술수출을 이뤄낸 유한양행의 야심작입니다.

국내‧외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면서 현재는 다국가 임상3상을 진행 중에 있는데요. 현재 개발 중인 항암제 파이프라인 중 가장 앞선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도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죠.

유한양행이 현재 보유한 품목들을 보면 137개에 달하는 전문의약품 중 항암제는 7개 품목에 불과합니다. 25개 품목을 보유하고 있는 순환기 분야에서는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항암제 분야는 다소 취약하다는 의미입니다.

'레이저티닙'의 성공적인 출시에 뒷받침할 영업력이 절실한 만큼 미리 노바티스의 ‘글리벡’으로 항암제 영업력을 키우려는 속셈이죠. 레이저티닙 외에 유한양행의 최근 파이프라인만 봐도 그렇습니다. 현재 유한양행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29개 중 17개가 항암제 분야입니다. 레이저티닙에 그치지 않고 항암제 사업을 키우려는 유한양행의 야심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타그리소'를 대항할 경쟁 약물이 없어 ‘레이저티닙’에 대한 기대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라며 "내성 등의 문제로 항암제 시장은 변화와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최근 다수 국내 제약기업들도 항암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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