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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불가리스 논란…"반도체 먹으면 천재되나"

  • 2021.04.15(목) 17:10

아연‧비타민C‧D‧소금물에 이은 코로나 억제 효과 '낭설'
당분 높아 비만 위험…신뢰도 저하‧불매운동 등 역풍 우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 때문일까, 코로나19와 관련한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남양유업의 발효유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종수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 박사에 따르면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했다고 밝혔다. 또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박 박사는 남양유업이 지난 2월 출범한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 소장이자 남양유업의 미등기임원이다.

이번 연구는 원숭이 폐 세포에 불가리스 내 유효성분을 침투시킨 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불가리스 내 유효성분이 (원숭이 폐)세포에 바이러스의 부착을 차단하고 증식을 억제해 결과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저감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아연, 비타민C, 비타민D, 소금물뿐만 아니라 도수 높은 술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사멸하거나 걸리지 않는다는 등의 낭설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을 그대로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멸된다며 신도들의 입에 '소금물'을 분무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금물이 코로나19 사멸에 효과가 있다는 낭설을 믿은 탓이다. 그 결과 130명의 신도 중 50여명이 감염됐다. 

발효유 ‘불가리스’는 음용 시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가리스를 복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4주간 관찰한 결과, 장내 유익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건강 도움은 실제 인체에서의 변화를 토대로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는 인체 시험을 진행한 것이 아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시험도 아니다. 단순 세포실험은 변수가 많아 살아있는 동물이나 인체에 적용 시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가리스’ 연구결과에는 구강 및 비강을 통해 유입되는 바이러스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구강 내 바이러스에 대한 억제효과를 예상한다고 기재돼 있다. 구강 내 바이러스 억제효과는 쉽게 말하면 불가리스를 입에 머금고 있으면 입 안에 있는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는 어디까지나 남양유업의 가정이다).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면 비강(코)으로 유입되는 바이러스는 막을 수 없고 이미 호흡기 세포에 자리 잡은 바이러스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 미국과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 구강청결제(가글)를 사용 시 구강 내 바이러스 감염 억제는 일시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하루에 불가리스를 몇 통이나 먹을 수는 없으니 오히려 입 안에 있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은 가글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결국 불가리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연구결과는 터무니없다. 발효유인 만큼 많이 음용해도 인체에 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불가리스는 유제품이어서 유당 불내증,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당분이 높아 당뇨병 환자도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불가리스 한 병당 당류는 12g이 들어있다. 식이섬유가 10%를 차지하는 데 반해 당류는 12%를 차지한다. 과음용 시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발효유의 비만 위험 연구에서 주 2회 이상 섭취 시 과체중ㆍ비만 위험률이 11%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불가리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 연구발표 직후 남양유업은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상승했고 불가리스는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이번 불가리스의 연구는 남양유업이 출범한 연구소에서 진행된 만큼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먹는 식품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인점이 의의가 있어서 학술 내용을 공유한 것”이라며 “심포지엄에서 연구의 한계를 충분히 설명했고 참석하지 않은 취재진을 위해 심포지엄 내용을 요약한 자료가 오해를 불러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만약 순수하게 식품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 효과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면 불가리스가 아닌 발효유나 유제품 내의 어떤 유효성분이라고 선을 그어야 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자사의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식의 연구결과로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의 혼란을 빚었다. 

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유산균은 산을 만들어내는 것인 만큼 다른 제품도 같은 효과를 냈을 것“이라며 ”물만 부어도 세포막이 터지는데 세포실험을 가지고 불가리스가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남양유업은 지난 2010년 커피믹스에 화학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는 광고를 통해 ‘카제인나트륨’이 인체에 유해한 물질인 것처럼 호도한 적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카제인나트륨은 인체에 무해하다. 해당 광고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100일 만에 중단됐다.

이번에는 코로나다. 기업의 사리사욕을 위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실로 국민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국민들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다. 당장에 소비자와 투자자들을 현혹시킬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불매운동 등 역풍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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