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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에 비방 댓글까지…남양유업 끝없는 추락

  • 2020.05.07(목) 17:46

매일유업 제품 방사능 우려 댓글작업
홍원식 회장도 수사 대상에 올라
이익공유제도 꼼수? 대리점당 9만원 불과

산 넘어 산이다. 엎친 데 덮친다. 남양유업 이야기다. 그리고 모두 인과응보다. 

이익공유제 도입을 약속하며 가까스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면한 남양유업이 이번에는 경쟁사를 조직적으로 비방한 정황이 발견돼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공정위의 처분을 면하려고 내놓은 이익공유제 역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7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부산에 있는 한 홍보대행사를 통해 인터넷 아이디 50개를 만든 뒤 육아 전문 인터넷 카페 등에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상하목장 제품을 비방하는 댓글을 달아온 것으로 수사 결과 파악됐다. '상하목장 원유를 납품하는 고창 근처에 원자력발전소가 있어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전혀 없는 비방글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인근 방사능 분석을 위해 매월 원전 인근 목장에서 우유를 검사해 방사성 물질 검출검사를 진행해왔지만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지난해 고창지역 한빛원전의 환경방사능 조사 보고서를 살펴봐도 원전 인근 목장 두 곳에서 매월 시료를 채취해 검사했지만 방사성스트론튬(90Sr) 농도는 안전기준(선량한도)인 1.0 m㏜ 대비 0.00604%에 불과했다. 함께 검사한 쌀과 보리, 열무, 배추 등에서 나온 수치와 비교해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출처 : 2019년 환경방사능조사및평가보고서

근거 없는 비방에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었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창 한빛원전 인근에서 생산되는 우유에 대한 안전이 우려된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실무자의 자의적인 판단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남양유업은 7일 과열된 경쟁 때문에 논란에 휩싸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실무자의 판단이라는 남양유업의 설명과는 달리 경찰은 경영진의 개입 여부도 들여다보는 중이다. 경찰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남양유업 직원 3명, 홍보 대행사 관계자를 포함한 7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2009년과 2013년에도 경쟁사에 대한 비방글을 올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최고 경영자에 대한 정식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기농 우유에 대한 방사능 우려가 남양유업의 근거가 없는 비방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과거 갑질 전력으로 현재까지도 불매운동 대상에 올라 있어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욱 크다.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또 남양유업이냐?'며 계속 불매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불매운동은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의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이 섞인 폭언을 하는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시작됐다. 불매운동에 따라 대리점 매출이 줄자 합의 없이 수수료율을 올려 공정위의 조사도 받았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 밀어내기 관행을 아예 전산에 입력해 시스템화했으며, 이를 은폐하려던 사실까지 드러났다. 

당시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남양유업은 매일유업에 매출과 시가총액을 추월당하면서 1위 우유회사 타이틀도 뺏겼다. 이번 비방댓글 사건도 자사 제품의 판매 부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7년 '옳은' 이라는 브랜드로 유기농 우유 제품 라인업 강화에 나섰지만 상하목장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유기농 우유시장에서 상하목장의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남양유업 홈페이지 사과문

남양유업으로서는 이번 수사가 유독 아프다. 가까스로 지난 갑질의 여파를 수습하던 시점에 다시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아이스크림 디저트 카페 '백미당'에 남양 이름을 지웠고, 지난해 11월에는 남양F&B 사명을 건강한사람들로 바꿨다. 나름 생존을 위한 전략인 셈이다.

최근에는 공정위는 남양유업에 대해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조건으로 처벌을 면제해주기로 결정했다. 협력이익공유제란 본사의 영업이익 일부를 대리점과 나누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해당 조치도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양유업의 실적이 계속 추락하고 있어 공유할 이익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은 4억원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공유 대상도 전체 이익이 아니라 농협 납품 시 발생하는 순영업이익의 5%에 불과하다. 

남양유업은 적자를 보더라도 최소 1억원의 재원을 만들어 대리점과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양유업의 대리점은 전국에 약 1100곳에 달한다. 1억원을 나눌 경우 한 곳 당 9만원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나쁜 회사라고 낙인찍히더라도 체질을 개선해 좋은 회사로 만들어 가다 보면 결국 소비자도 알아줄 것"이라며 "하지만 남양유업은 끊임없는 꼼수만 내놓아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계속 주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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