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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의 거센 후폭풍…홍원식 회장 사퇴

  • 2021.05.04(화) 10:47

사상 첫 공식 석상 사과…경영권 세습도 포기
울먹이며 입장문 낭독…"새로운 남양 믿어달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퇴한다. 자식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기로 했다.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불거진 '불가리스 사태' 22일 만의 결정이다. 홍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회장은 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불가리스 관련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했을 국민과 현장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홍 회장은 남양유업이 일으킨 파동에 대한 소회와 향후 대응에 대한 내용을 밝혔다. 그는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파동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파동 등에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두 아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회견문을 읽는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흐느끼기도 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홍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3년 갑질 파동 때는 경영진들이 고개를 숙였지만 홍 회장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2019년 황하나 마약 사건 연루, 2020년 경쟁사 비방 광고 논란 때에도 사과문만 발표했을 뿐 얼굴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불가리스 사태로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더욱 거세졌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열고 자사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와 충남대 수의대가 공동 연구한 세포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는 불가리스의 특정 유산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활성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질병관리청은 발표 다음 날 남양유업의 실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7개 제품 중 1개 제품에만 세포 실험을 했음에도 전체 제품이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30일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어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2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통보했다. 세종공장은 남양유업 전체 제품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불매운동도 격화됐다. 이런 위기 상황이 이어지자 홍 회장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홍 회장은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된 것이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 온 남양유업 가족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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