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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기업 오너들, '비상장 가족회사'에 꽂힌 까닭은

  • 2024.04.30(화) 13:37

오너 소유 비상장사, 패션 사업회사 지분율↑
증여세 등 승계 비용 절감 면에서 유리

국내 주요 패션기업의 오너들이 가족 비상장사를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승계가 본격화하면서 상장사인 사업회사 지분을 직접 증여하는 대신, 비상장사를 활용해 증여세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비상장사의 지분 수집

LF의 2대 주주인 고려디앤엘은 지난 22일부터 29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LF 보통주 5만331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번 매수로 고려디앤엘의 LF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1.1%에서 11.3%로 증가했다.

고려디앤엘은 구본걸 LF 회장의 장남 구성모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지난 2022년 LF네트웍스의 조경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해 설립됐다. 구성모 씨가 고려디앤엘의 지분 91.6%를, 구 회장의 장녀 구민정 씨가 지분 8.4%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디앤엘은 분할 당시 LF네트웍스가 보유한 LF 보통주 180만6000주를 이전 받았다. 이후 수십차례 LF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늘렸다. 2022년에는 총 18만1823주를, 지난해에는 126만6677주를 사들이면서 구 회장에 이은 LF의 2대 주주에 올랐다.

구성모 씨는 지난해 말 기준 LF 지분 1.2%를 보유해 지분율 자체는 크지 않다. 그러나 그가 고려디앤엘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LF 2대 주주인 셈이다. 올해도 고려디앤엘이 LF의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LF의 승계가 차츰 본격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성모 씨는 지난해 9월부터 LF 신규투자팀 매니저로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 역시 오너일가의 가족회사가 지분을 다수 보유한 회사다.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인 가나안(41.8%)은 지난해 8월 기준 염태순 회장(10.0%)과 그의 장남 염상원 가나안 이사(82.4%), 에이션패션(7.6%)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션패션 역시 염 회장이 지분 53.3%, 가나안이 46.5%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가나안은 올해 들어 다섯 차례에 걸쳐 신성통상의 주식 43만5000주를 매수했다. 염 회장의 장남 염상원 이사가 가나안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그가 신성통상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옥상옥' 구조

휠라도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 가족이 보유한 회사 피에몬테를 통해 휠라홀딩스 지분을 잇따라 사들이는 중이다. 피에몬테는 윤 회장과 그의 장남 윤근창 휠라홀딩스 사장이 각각 지분 75.2%, 4.1%를 보유한 컨설팅 회사다. 윤 사장이 지분 60.20%를 보유한 전동스쿠터 제조·판매사 케어라인도 피에몬테의 나머지 지분 20.8%를 보유 중이다.

휠라는 2020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사인 휠라홀딩스와 사업회사 휠라코리아로 분할됐다. 당시 피에몬테의 휠라홀딩스 지분율은 20.1%였다. 하지만 이후 주식을 계속 사들이며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피에몬테는 올해에만 1월부터 3월까지 총 22차례에 걸쳐 휠라홀딩스 지분 총 35만8508주를 매수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피에몬테의 지분율은 35.4%다.

윤윤수 회장과 윤근창 사장은 휠라홀딩스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대신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 피에몬테를 통해 지주사 휠라홀딩스를 실질적으로 지배 중이다. 지주사 위에 실질적인 지주사를 따로 둔 '옥상옥' 구조인 셈이다.

F&F 역시 최근 오너일가가 보유한 비상장사가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옥상옥' 구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F&F는 2021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해 말 기준 김창수 F&F 회장이 지주사 F&F홀딩스의 지분 67.7%를 보유하고, F&F홀딩스가 사업회사 F&F의 지분 30.5%를 보유하는 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이후 김창수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지주사의 지분을 에프앤코에 시간외매매(블록딜)로 잇따라 넘기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4월과 7월 각각 F&F홀딩스의 주식 86만3930주(2.21%)와 41만500주(1.05%)를 에프앤코에 매각했다. 올 3월에도 F&F홀딩스 61만8420주(1.58%)를 에프앤코에 넘겼다. 에프앤코는 이 거래로 F&F홀딩스 지분율을 4.8%까지 늘렸다.

에프앤코는 메이크업 브랜드 '바닐라코' 등을 운영하는 화장품 기업이다. 김창수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이 지분 89.0%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김 회장의 장남 김승범 F&F 본부장, 차남 김태영 씨가 지분 다수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김승범 본부장은 에프앤코 대표이사에 선임됐으며, 김태영 씨 역시 에프앤코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승계 비용 줄이기

패션기업 오너가의 가족 회사인 비상장사들이 계속해서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추후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상장사의 지분을 증여하는 것보다 비상장사의 지분을 넘겨주는 것이 상대적으로 증여세 등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상장사와 비교해 비상장사의 지분가치 평가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영원무역그룹이 비상장사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승계를 마쳤다. 영원무역그룹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비상장사인 YMSA(29.1%)다. 성기학 회장(16.8%) 등도 지분을 보유 중이다.

YMSA는 원래 성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였다. 하지만 성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중 차녀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영원무역그룹 부회장)에게 이 회사 지분 50.01%를 증여했다. 성래은 대표는 YMSA 최대주주로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를 통한 승계가 비용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며 "현재 승계 과정에 있는 오너들은 비상장사를 통해 지배력을 계속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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