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불법 리베이트 적발 사례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중 32개 제약사의 759개 품목이 불법 리베이트로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지속적으로 리베이트 규제가 강화돼 왔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관행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인데요. 불법 리베이트 온상으로 낙인찍힌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합법적으로 제공 가능한 리베이트가 있습니다.
◇국내선 부정적 의미의 '리베이트'
먼저 ‘리베이트(rebate)’의 사전적 의미를 짚어보면 지불대금이나 이자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것을 뜻합니다. 원어를 사용하는 미국 등 해외에서 리베이트는 영업 및 판매 행위의 하나로, 일종의 ‘판매장려금’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합니다. 불법이 아니고 오히려 긍정적인 단어지만 국내에서는 리베이트를 부정한 금전이나 물품을 무상으로 받는 ‘뇌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회 전반적으로 합법적인 리베이트에 대해 우회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휴대폰 구매 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따라 공시지원금 및 추가지원금으로 할인받는 것도 합법적인 리베이트에 해당하지만 ‘지원금’이나 ‘보조금’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통신업계에서는 지난 2014년 페이백(환급) 방식으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휴대폰 대란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단말기 기기값의 일부를 현금으로 환급받는 조건으로 구입했다가 받지 못하는 등 일부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이후 법 제정을 통해 단말기 지원금액을 일괄 제한했지만 여전히 공시지원금을 초과한 불법 리베이트가 존재합니다.
◇의료법, 최대 1.8% 거래금액 할인 등 경제적 이익 허용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허용되는 리베이트는 여러 법규를 통해 세부적으로 규정돼 있는데요. 사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합법적인 리베이트를 '경제적 이익'이라고 달리 표현합니다. 먼저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에 따라 약사법과 의료법에서 허용하는 경제적 이익은 ▲견본품 ▲학술대회 ▲임상시험 ▲제품설명회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기타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앞서 언급한 단말기 '공시지원금' 및 '추가지원금'과 비슷한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병원, 약국 등 의료기관 등은 의약품 대금결제 시기에 따라 비용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이 제약회사나 의약품유통업체와 의약품 및 의료기기 거래금액을 거래한 날부터 3개월 이내 대금을 결제할 경우 0.6% 이하, 2개월 이내는 1.2% 이하, 1개월 이내는 1.8% 이하에 달하는 비용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결제시기에 따라 거래금액 할인을 허용하는 것은 거래 규모가 크고 상시 납품으로 인해 장단기적으로 결제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제약회사 및 의약품유통업체는 대금결제가 늦어질수록 자금이 묶이므로 신속한 대금결제를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최소 포장단위의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의 발표자‧좌장‧토론자에 대한 교통비‧식비‧숙박비‧등록비 등 실비 지원도 가능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 관련 연구비 지원과 시판 후 조사를 위한 증례보고서 건당 5만원 이하(희귀질환 및 장기추적조사 등은 30만원 이하)의 사례도 허용됩니다. 의약품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한 제품설명회의 경우 교통비, 5만원 이하 기념품, 숙박, 10만원 이하 식음료 제공도 합법입니다.
이밖에 금융회사가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의약품 및 의료기기 결제금액의 1% 이하 포인트 및 마일리지 적립도 허용됩니다.
◇청탁금지법, 국‧공‧사립병원 및 대학병원 의사 대상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은 일부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 한 해 적용됩니다. 해당 법은 ▲식사·다과·주류·음료 등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농수산물의 경우 10만원) ▲축의금·조의금 등 경조사비 5만원(화환·조화일 경우 10만원)에 한 해 제공을 허용합니다.
이 법규의 ‘공직자등’에는 국‧공‧사립병원 의사와 대학병원 의사 등이 해당됩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병원이더라도 의대 교수를 겸하고 있는 경우 위 기준 내에서만 경제적 이익 제공이 허용됩니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직무 관련자는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수수금액의 2∼5배에 달하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개인 및 일반병원 의사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속하지 않지만 ‘리베이트 쌍벌제’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리베이트 쌍벌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와 제공받은 의사 등 함께 처벌
아울러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액은 국‧공‧사립병원과 대학병원 의사의 경우 40만원이지만, 학교교원(교수)을 겸직하는 경우 시간당 100만원까지 허용됩니다.
위의 해당 법규 내에서는 경제적 이익, 즉 합법적인 리베이트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과열된 의약품 판매경쟁으로 불법 리베이트가 관행처럼 이어져왔습니다. 이제는 공정경쟁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업 스스로 불법 리베이트를 지양해야 합니다. 또 '리베이트'라는 단어가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적발된 불법 리베이트 사례는 대부분 5~10년 전에 발생했던 과거 사건"이라며 "이제는 리베이트 관련 법이 강화되고 업계 인식도 변화하면서 전반적으로 윤리경영을 위한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