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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은 옛말"…대형마트, 구조조정 전략 바뀌었다

  • 2021.05.17(월) 16:44

롯데마트, '리뉴얼'로 선회…이마트, 효과 '톡톡'
비용 절감 외 효과 없어…오프라인 강점에 주목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매출 부진 점포를 폐점했다면 최근에는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리뉴얼을 단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폐점으로 얻을 수 있는 비용 절감보다 리뉴얼을 통한 점포의 잠재력 강화가 효과적이라는 판단때문이다.

잠잠해진 대형마트 폐점 바람

롯데마트는 올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진행해왔던 점포 폐점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지난해에만 총 12곳의 점포를 정리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오프라인 점포 30%가량을 정리하겠다는 롯데쇼핑의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문을 닫은 롯데마트 점포는 구리점 단 한 곳뿐이다. 이마저도 구조조정과 무관한 폐점이었다. 롯데마트는 구리점 영업을 이어가려 했지만, 구리시와 임대차 계약 연장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그 사이 현지 식자재마트 '엘마트'가 입찰에 참여해 사업권을 가져갔다. 결국 올해 구조조정을 이유로 문을 닫은 롯데마트 점포는 한 곳도 없는 셈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롯데마트는 기존점을 리뉴얼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 전략을 수정했다. 비효율 점포라는 이유로 폐점하기보다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구조조정 차원의 폐점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점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리뉴얼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려 턴어라운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개에 이어 올해는 15곳의 점포를 추가로 리뉴얼할 계획이다. 지난해 대전둔산점, 대전탄방점 등 총 4곳의 점포를 매각한 홈플러스도 올해는 리뉴얼에 치중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총 10여 곳의 점포를 창고형 할인점인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한다. 온·오프라인 사이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올라인' 전략에 따라 점포의 소형 물류센터화 작업도 이어갈 예정이다.

대형마트 점포 잠재력·활용도 아직 높아

업계에서는 앞으로 대형마트의 구조조정은 리뉴얼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오프라인 점포의 잠재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공간이 비교적 넓은 대형마트 점포 구조상 이커머스 시장 확대를 위한 거점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만큼 폐점에 보다는 리뉴얼의 효율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올해 1분기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실적을 비교해 보면 이런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마트는 1분기 매출 5조8958억원, 영업이익 1232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3.1%, 154.4% 증가했다. 할인점 사업을 별도로 놓고 봐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마트의 할인점 사업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8.0% 증가한 3조19억원, 영업이익은 6.9% 늘어난 912억원이었다.

롯데마트는 1분기 매출 1조4760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0%, 영업이익은 93.4% 줄었다. 지난 1월 인수한 롭스의 적자가 반영된 탓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이마트의 10분의 1 수준인 95억원 가량이다.

양사의 전략 차이가 실적 격차를 불러왔다. 이마트는 지난해 대형마트 업계가 효율성을 이유로 폐점을 이어갈 때 오히려 오프라인 점포에 투자했다. 롯데마트의 점포 수가 13개 줄어들 동안 오히려 점포 3곳을 늘렸다. 이마트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자원을 집중해 월계점 등 9개 점포를 리뉴얼했다. 효율성이 낮은 점포는 폐점하기보다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로 전환했다.

지난해 리뉴얼된 이마트 점포들은 대부분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마트는 식품과 체험 분야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리뉴얼을 단행했다. 이마트 월계점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대형마트의 1층에는 패션, 잡화 매장이 있다. 반면 이마트 월계점은 식품 매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매장 중심에는 대형 서점이 들어섰다. 푸드코트에는 27개의 식당이 자리했다. 전자제품은 전문점인 일렉트로마트에 집중 배치해 공간 낭비를 줄였다. 고객 체류 시간을 늘려 매출 상승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런 전략은 좋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리뉴얼한 이마트 월계점의 매출은 전년 대비 57.2% 올랐다. 춘천점과 칠성점 매출도 리뉴얼 후 각각 전년 대비 68.4%, 42.5% 성장하는 등 리뉴얼한 매장 9곳 모두가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1분기 이마트의 기존점 매출은 전년 대비 7.9% 올랐다. 반면 롯데마트의 기존점 매출 성장률은 0.3% 수준이었다.

대형마트 점포는 향후 이커머스 물류센터로 활용 가능하다. 최근 이커머스 배송 전쟁이 근거리 배송 분야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활용도가 높다. 실제로 이마트가 온라인 배송 센터(PP센터)를 20평에서 320평으로 늘린 이마트 신도림점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154% 올랐다. 점포를 도심형 물류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도 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오프라인 점포만의 경쟁력과 새로운 활용도까지 검증된 상황에서 굳이 점포 수를 줄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온라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다는 점을 보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과거와 같이 점포를 구조조정하는 것은 비용절감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일부 저수익성 점포를 폐점하는 경우는 있겠지만, 오프라인 매장만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리뉴얼하는 전략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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