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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은 안되고 투썸은 된다"…유통 규제법 논란

  • 2021.05.21(금) 15:40

직영점 출점만 사실상 봉쇄…탁상행정 비판
실효성에 의문…하향평준화가 능사는 아냐

국회 산자위를 통과한 '지역상권법'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스타벅스·올리브영·다이소 등 대형 유통업체의 직영점 출점을 제한하는 법안이 시행된다. 업계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대중소기업상생법(상생법) 등의 기존 규제 부작용이 골목상권까지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법안 내용이 촘촘하지 않아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벅스·올리브영' 내려면 지역 상인 허락 받아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대한 법률(지역상권법)'을 의결했다. 이 법은 이달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된다.

지역상권법은 임차상인과 임대인 사이의 자발적 상생협약을 통해 임대료 상승에 따른 소상공인의 내몰림 현상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핵심 내용은 상업 지역이 전체 50%를 넘고, 일정 수 이상의 점포가 밀집한 상권을 '지역상생구역' 및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지역상권법이 시행되면 스타벅스 등 직영 중심 브랜드 점포의 출점이 어려워진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역상생구역은 임대료 상승 우려가 높은 신도심을 대상으로 한다. 자율상권구역은 사업체 수, 매출액, 인구 등이 감소하고 있는 구도심을 의미한다. 특정 상권에서 자체 구성된 상생협의체와 상권조합이 상인·임대인·토지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구역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지역상생구역·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자치단체장은 조례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 연매출액을 내는 가맹본부의 직영점 출점을 금지할 수 있다. 법안이 시행된다면 스타벅스, 올리브영, 다이소 등 직영점 중심의 유통업체의 출점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인근 상인 3분의 2에게 허락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만 신규 점포를 열 수 있어서다.

법안 적용 대상 산업 침체 불러올 것

업계에서는 지역상권법이 적용되는 산업이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유통법, 상생법(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등이 해당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부작용이 골목상권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베이커리와 한식뷔페 업계가 대표적 사례다. 베이커리 업계는 2013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이후 연간 2%로 출점 제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1위 파리바게뜨, 2위 뚜레쥬르로 시장이 고착화됐다. 사업 규모를 키워보려는 신규 사업자가 나타나기도 어려워졌다. 중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법안이 사실상의 과점 시장을 만들었다.

한식뷔페는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맞자 산업 자체가 어려워졌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한식뷔페 업계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한식뷔페 시장은 2013년 CJ푸드빌 '계절밥상', 이랜드 '자연별곡', 신세계푸드 '올반' 등 대형 브랜드가 론칭되며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2016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며 신규 출점이 막혔다.

규제의 영향 아래 놓인 한식뷔페 브랜드들은 신규 시장 개척, 신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식 트렌드가 바뀌며 한식뷔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치명타를 입었다. 실제로 2017년 총 113개에 달했던 한식뷔페 브랜드 매장은 올해 9개까지 줄어들었다. 업계가 사실상 고사(枯死) 상태에 놓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식뷔페 시장 위축은 외식 트렌드의 변화와 코로나19가 주된 원인이지만, 출점이 막혀 있어 사전에 규모를 키워 두기 어려웠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게 사실"이라며 "지역상권법도 길게 보면 적용 대상 시장에게 한식뷔페와 같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중규제 논란…실효성도 없어

일각에서는 법안 내용이 사실상 '이중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회 본회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직영점이 1개 미만이거나 그 영업 기간이 1년 미만인 가맹본부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정보공개서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맹법 개정안은 가맹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직영점 운영 경험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지역상권법에 따르면 가맹사업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가맹본부가 직영점 테스트 매장을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지역상권법이 사실상 프랜차이즈 사업을 못 하게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상권법은 대형 브랜드 '직영점'만을 출점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개인이 브랜드를 빌려 운영하는 '가맹점'은 구역을 가리지 않고 점포를 낼 수 있다.

직영점에만 적용되는 지역상권법의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사진=이현석기자 tryon@

같은 자리라도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의 입점은 안되고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등 타 거대브랜드의 가맹점의 입점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대형 브랜드 점포 입점을 시장 소상공인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지역상권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지역상권법이 탁상행정이라고 지탄받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브랜드의 인기 직영점이 상권에 진입한다면 인근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는 임대차보호법 등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지역상권법은 기존 법과의 충돌 외에도 인기 상점 출점 제한에 따른 상권 침체, 소비자 선택권 침해 등의 문제가 더욱 많다. 법안 내용에 허점이 많아 의도 만큼의 효과를 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체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며 "시장 내 대형 브랜드의 진입을 막무가내로 막아 하향평준화시키는 방식으로 지역상권을 지키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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