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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층 여전한데" 롯데리아 '밥버거' 왜 사라졌을까

  • 2022.08.14(일) 10:05

[생활의발견]주식 문화 변화에 '선택과 집중'
서울·청량리역사점 두 곳에선 아직 판매
여전한 인기·위상…"재출시도 고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항상 '밥심'으로 살아왔습니다. 저 같은 일명 '밥돌이'들은 다 아실 겁니다. 아무리 맛있는 걸 먹어도 밥을 먹지 않으면 식사를 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 저에게 '라이스버거'는 제 입맛을 제대로 저격한 간식이었습니다. 햄버거를 즐기면서 밥까지 먹을 수 있으니까요. 과거 라이스버거의 단종은 제게 참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봉구스 밥버거 등 대체재(?)가 나왔지만 저를 만족시키진 못했습니다. '라이스버거'는 '라이스버거'니까요. 눅진한 라이스 번스에 녹아드는 달콤한 불고기 소스.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돕니다. 그래서인지 마니아층이 여전히 많죠. 재출시를 원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학창 시절 집에 돌아갈 때 버스비를 아껴 라이스버거를 오물거리며 집으로 걸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개그맨 남희석 씨가 등장한 광고도 인기였죠. 이쯤이면 라이스버거에 대한 제 '진심'은 충분히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롯데리아 라이스버거 광고. / 사진=롯데리아 광고 캡처

문득 궁금했습니다. 왜 롯데리아는 라이스버거를 없앴을까요. 보통 식품업계에서 신제품을 흥행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로 여겨집니다. 익숙하지 않은 제품을 대중에게 친숙하도록 만들어야 하니까요. 연구개발비에 광고 마케팅비 등 비용도 많이 듭니다. 성공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미 우리도 모르는 사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간 상품이 수두룩하죠. 이런 모험을 거치고 탄생한 것이 바로 라이스버거입니다. 저는 롯데리아의 결정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궁금함을 못 참고 롯데리아의 운영사 롯데GRS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과거 롯데리아도 꽤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물론 단종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식문화의 변화가 가장 컸습니다. 롯데리아가 라이스버거를 첫 출시했던 1999년만 하더라도 '밥돌이'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신토불이' 등 쌀 소비를 늘리자는 문화도 남아있던 시절이죠. 하지만 시대가 흐르며 베이커리, 카페 등 주식이 다양해졌습니다. 라이스 버거의 매출도 이때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사이 다른 햄버거 경쟁사들의 공세도 거세졌죠. 버거킹, 맥도날드 KFC 등 매장이 늘어났습니다. 이들이 새로운 제품으로 전면전을 펼치자 롯데리아도 후속 신제품 개발 등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했습니다. 인기가 있다고 모든 제품을 다 팔 수는 없습니다. 가용 자원은 한정적이니까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설비나 메뉴 전체에 대한 생산 단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 속에서 라이스버거는 끝내 모습을 감췄던 겁니다.

현재 서울 2곳 매장에서만 야채라이스불고기, 야채라이스새우, 야채라이스햄치즈, 야채라이스치킨 4종류를 팔고 있다. / 사진=롯데리아

라이스버거는 제조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가 약한 제품입니다. 라이스 번스 때문입니다. 일반 번스는 찍어낸 빵을 그대로 받아오면 됩니다. 반면 라이스 번스는 제조 과정이 특이합니다. 밥알을 뭉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수작업 등 일반 번스보다 품이 더 듭니다. 롯데GRS에 따르면 국내에서 라이스 번스를 제조하는 곳은 딱 한곳뿐이라고 합니다. 매출이 파격적으로 크게 늘지 않는 이상 다른 메뉴보다 효용성이 떨어집니다. 라이스버거가 선발 플레이어에서 빠진 이유입니다.

특히 햄버거는 트렌드에 민감한 제품입니다. 주기적으로 신메뉴를 개발해서 대중에게 존재감을 계속해서 어필해야 합니다. 패스트푸드의 숙명입니다. 그래서 일부 대표 제품을 제외하곤 메뉴의 존속 주기가 짧습니다. 신제품 등장마다 버거킹, KFC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광고가 쏟아졌던 것이 기억나실 겁니다. 최근에는 수제와 같은 풍성한 느낌의 프리미엄 버거들이 인기를 끌고 있죠. 

그래서 롯데리아는 라이스버거를 단종시켰습니다. 다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이후 롯데리아는 이벤트 성격으로 간간이 라이스버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라이스버거의 상징성은 여전하니까요. 다만 이벤트 전 몇 달 전부터 상당한 공을 들인다고 합니다. 라이스 번스 준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라이스버거는 여전히 마니아가 많습니다. 롯데리아가 지난 2019년 진행한 레전드 버거 투표에서 라이스버거는 오징어버거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신제품 출시를 알리고 있는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일부 매장에선 아직도 라이스 버거를 팔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기준, 서울역사점과 청량리역사점 두 곳입니다. 보너스로 왜 이 두 곳인지도 물어봤습니다. 이는 기차역의 특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차 시간에 맞추려면 진득한 식사가 부담스럽죠. 가볍게 빨리 먹고 갈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밥은 먹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승객들이 라이스버거를 아침으로 많이 먹고 간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롯데GRS는 지방 몇 매장에서도 라이스버거를 테스트 판매하고 있습니다. 

취재 중 반가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롯데GRS는 조만간 라이스버거의 전 점 확대 판매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출시가 결정되면 기존 메뉴가 아닌 새로운 라이스버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물론 아직 '검토와 테스트를 거치는 단계'입니다.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라이스버거 마니아들은 기쁠 겁니다. 롯데GRS 관계자는 "라이스버거는 팬덤 문화를 형성했던 메뉴이자, 버거를 한국화한 제품으로 여전히 자랑스러운 레전드 메뉴 중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라이스버거가 사라졌던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좀 풀리셨나요? 장맛비가 쏟아지는 힘든 한주였습니다. 폭우 속을 뚫고 출근하시느라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광복절 연휴가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오늘 저녁은 라이스버거로 정했습니다. 모처럼 추억을 회상해 보려고 합니다. 학창시절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 듭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죠. 다시 라이스버거가 유행처럼 돌아오는 날이 올 수도 있을지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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