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한국인의 밥 사랑은 유별나다. 배부르게 고기를 먹고 나서도 마무리로 볶음밥을 먹지 않으면 식사를 마친 것 같지 않다. 빵은 아무리 먹어도 간식에 불과하다. 빵 주제에 식사를 대신하려 했던 햄버거 역시 이 기준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밥심'을 찾는 사람들에 의해 햄버거의 K-버거화가 진행됐다. 바로 '라이스버거'다.
롯데리아~라이스버거~
라이스버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롯데리아의 라이스버거지만, 이 계통의 원조는 일본이다. 유명 햄버거 체인인 모스버거가 1987년 처음으로 출시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라이스버거와 달리, 패티 대신 불고기, 야채 등이 그대로 들어 있어 편의점 주먹밥에 더 가까운 형태였다. 이후 1999년 롯데리아가 지금의 형태를 완성해 출시했다.
라이스버거는 '밥심'을 찾는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학원으로 가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빵보다 포만감이 높은 밥으로 만든 라이스버거의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제조상의 문제였을까, 라이스버거는 단종과 재출시를 끊임없이 오가며 마니아들을 애닳게 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편의점 삼각김밥과 주먹밥, 밥버거에 밀려 명맥이 끊기기도 했다.
그런 라이스버거가 올해 한정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2016년 야채라이스불고기버거의 단종 이후 약 7년여 만이다. 기존 라이스버거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전주비빔밥' 콘셉트로 번의 감칠맛을 더했다. 패티도 소고기와 반숙계란으로 전주비빔밥이라는 콘셉트에 맞췄다.
돌아온 라이스버거는 '프리미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햄버거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슬소생]에서 롯데리아의 신제품 '전주비빔라이스버거'를 맛보고 평가해 보기로 했다.
반갑다 오랜만이야
전주비빔라이스버거는 고추장비빔라이스 번에 참기름을 더한 고추장 소스, 반숙 계란 패티, 소고기 패티, 양파, 상추로 구성돼 있다. 번에도 당근과 버섯 등 채소가 들어 있어 나름 '비빔밥' 구성을 제대로 갖췄다.
일반 단품(6000원대)과 세트(8000원대) 구성 외에도 치킨버거, 치즈스틱을 더한 '전주비빔한상(1만2000원대)' 세트를 따로 판매한다. 단품 가격으로 보면 한우버거류와 더블패티버거류를 제외하고 가장 비싼 편에 속하는 프리미엄 버거다.
빵이 아니라 밥으로 만든 번인 만큼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두툼한 보온지에 싸여 제공된다. 금색 포장에는 계란이 그려진 밥공기 위에 '전주비빔라이스버거'라는 글씨가 공기밥처럼 올라와 있다. 포장에도 전통 문양을 그려넣어 한식 테마를 강조한 것도 높은 평가를 내릴 만하다.
최대 장점=포만감
전주비빔 라이스버거를 받아든 첫 인상은 '생각보다 큰데'였다. 기존에 판매됐던 라이스버거는 햄버거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편이었다. 번을 구성하는 빵과 밥의 밀도 차이 때문이지만 일부에서는 "가격에 비해 너무 작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롯데리아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한 듯 전주비빔라이스버거는 일반 햄버거와 큰 차이가 없는 사이즈로 출시됐다. 롯데리아에 따르면 패티 중량만 약 160g에 달한다. 실제 한 개를 다 먹고 나니 포만감이 상당했다. 내용물이 많은 프리미엄 햄버거 1개보다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빨간 고추장 비빔밥에 고추장 소스까지 더해졌음에도 전체적으로는 자극적인 맛이 다소 부족한 인상이었다. 빵이 아닌 밥 번인 만큼 소스를 좀 더 넉넉하게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빵과 밥은 다르다
이전부터 지적돼 왔던 식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삼각김밥과 밥버거 역시 모양을 잡기 위해 밥을 뭉치지만 딱딱하거나 질기다는 느낌을 받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전주비빔라이스버거의 밥은 가래떡에 가까운 질긴 식감이었다.
반숙 계란 역시 노른자는 적당히 익어 밥과 잘 어우러졌던 반면 흰자 부분은 너무 질겨서 씹기 어려웠다. 턱이나 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먹기 고될 정도다. 식감을 포기하고 번의 모양을 얻었지만 다른 버거처럼 들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포장에서 꺼내 번을 직접 잡고 먹으려고 하면 여지없이 번이 뭉개지며 부서진다.
일부에서는 라이스버거는 매장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큰 제품이라고도 말한다. 밥으로 만든 번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역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식음료 프랜차이즈가 추구하는 가치를 정면에서 반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이스버거는 출시 당시 꽤 인기를 얻었던 제품이다. 단종 후에도 끊임없이 마니아들의 재출시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전주비빔라이스버거를 다 먹고 난 뒤 이 제품이 '마니아용 제품'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확한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명확한 단점이 있었다. 롯데리아가 이 제품을 '한정판'으로 출시한 이유다.
*본 리뷰는 기자가 직접 제품을 매장에서 구입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