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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충제 요즘도 먹어야 할까?…강아지 키운다면

  • 2023.03.12(일) 10:00

[생활의 발견]
"기생충 종류에 따라 다른 성분 구충제 복용"
감염 줄었지만, 예방 차원 연 1~2회 복용 권고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매년 봄과 가을이 되면 약국에서 판매가 느는 약이 있습니다. 구충제입니다. 특히 일부 구충제가 암이나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3년간 구충제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했는데요. 구충제는 어떤 원리의 약일까요. 옛날과 달리 위생환경이 좋아졌는데 요즘도 구충제를 먹어야 할까요. 소문처럼 정말 구충제로 다른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

구충제는 글자 그대로 몸속 기생충을 박멸하는 약입니다. 기생충은 다른 동물의 몸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생물입니다. 우리 몸의 영양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여러 질병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인체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기생충은 선충류, 조충류, 흡충류 등이 있습니다. 선충류는 주로 익히지 않은 채소를 통해, 조충류는 익히지 않은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을 통해 감염됩니다. 디스토마라고 불리는 흡충류의 경우 익히지 않은 민물고기나 우렁, 게 등의 어패류 섭취로 감염될 수 있습니다.

구충제는 크게 △알벤다졸과 △플루벤다졸 △프라지콴텔 성분으로 나뉩니다. 알벤다졸, 플루벤다졸 성분의 약은 선충류 기생충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기생충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의 흡수를 막아 기생충을 굶겨 죽이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죽은 기생충은 몸속에서 소화 효소 등에 의해 분해돼 분변으로 배출됩니다. 숙주인 사람의 장기에는 거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고 기생충을 죽일 수 있습니다.

대웅제약의 '대웅 알벤다졸', 조아제약의 '윈다졸', 유한양행의 '젠텔' 등이 대표적인 알벤다졸 성분의 구충제입니다. 플루벤다졸 성분의 구충제로는 종근당의 '젤콤', 일양약품의 '알콤', 태극제약의 '훌벤 현탁액' 등이 있고요. 알벤다졸은 24개월 이상부터 복용이 가능한 반면 플루벤다졸은 12개월 이상 유·소아도 복용할 수 있습니다. 모두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 속합니다.

하지만 두 성분 모두 동물실험에서 태아독성이 보고된 적이 있어 임부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복용을 피해야 합니다. 알벤다졸은 모유로 이행되는 탓에 수유부는 복용하면 안 됩니다. 이들 약은 기름진 식사와 함께 복용하면 체내 흡수율이 높아지고 간수치를 높일 수 있어 취침 전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또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구성원이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성원 중 한 사람만 기생충을 갖고 있어도 온 구성원에게 옮길 수 있어서입니다.

구충제 종류 및 특징. /그래픽=비즈워치

알벤다졸, 플루벤다졸 성분의 구충제로 제거할 수 없는 기생충도 있습니다. 흡충류 기생충을 제거하려면 프라지콴텔 성분의 구충제가 필요합니다. 프라지콴텔 성분의 약은 흡충류 기생충의 신경근(신경뿌리)을 차단, 기생충을 마비시키는 원리리로 알려져있습니다. 마비된 기생충은 몸속을 떠돌다가 면역 반응에 의해 파괴됩니다. 신풍제약의 '디스토시드'가 대표적인 약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됩니다.

사실 요즘에는 구충제를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과거에는 인분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회충알이 인분을 통해 밭에 뿌려지고 농작물을 통해 기생충에 감염되는 사례가 잦았습니다. 그러나 화학 비료를 사용한 이후 토양 매개성 기생충에 의한 감염은 대폭 줄었고요. 위생 수준이 높아진 만큼 1960년대 80%대에 달했던 국내 기생충 감염률은 현재 2~3%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다만 최근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늘고 농약을 치지 않은 유기농 채소나 생선회, 육회 등 날음식을 즐겨 먹는 식습관이 보편화되면서 예방 차원에서 일 년에 1~2회가량 구충제 복용이 권고됩니다.

또 구충제를 기생충 치료 외 다른 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건 위험합니다. 몇 년 전 구충제가 암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구충제 품귀 현상이 일었습니다. 미국 폐암 환자가 동물용 구충제를 먹고 암을 완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구충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죠. 여기에 구충제가 코로나19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등장했고요. 이에 따라 2018년 53억원 규모였던 국내 구충제 시장은 2020년 90억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동물용 구충제는 물론 알벤다졸, 플루벤다졸 성분의 구충제 역시 기생충 치료 외 다른 질병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구충을 목적으로 단기 복용하도록 허가받은 약이기 때문에 장기 복용 시 안전성도 입증된 바 없습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이 구충제의 입증되지 않은 치료 효과 열풍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히 의약품은 용량이나 복용 방법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구충제는 비교적 안전한 약으로 꼽히지만, 분명 주의가 필요한 의약품입니다. 봄을 맞아 구충제를 복용할 계획이라면, 정해진 용법을 준수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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