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에 부진한 실적을 냈던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들이 살아나고 있고 미국에서 유명세를 떨친 브랜드들도 순서대로 국내에 상륙 중이다. 프리미엄 버거 시장이 확대되며 가격·제품 구성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잘 버텼다
지난해 국내 버거 업계는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매출이 2021년 6757억원에서 지난해 7815억원으로 16% 늘어났다. 250억원이 넘던 적자도 17억원 흑자로 돌려세웠다.
맥도날드도 지난해 14.6% 늘어난 994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한국 진출 이후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다. 가맹점을 포함하면 2년 연속 1조원대 매출이다. 전년에 이어 270억원대 적자를 냈지만 400억원대 적자를 냈던 2019년과 2020년보다는 적자폭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맘스터치와 KFC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늘었다. 맘스터치는 매출이 3010억원에서 3325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95억원에서 524억원으로 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자릿수 성장을 이뤘다. KFC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개선됐다. 전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낸 건 매출이 12% 늘어나는 동안 영업이익이 249억원에서 79억원으로 뒷걸음질친 버거킹 정도다.
버거 세트가 2만원? 괜찮네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속속 국내 시장에 발을 딛고 있다. 가장 먼저 상륙한 쉐이크쉑이 확실한 성과를 내면서 다른 브랜드들도 자신감이 붙었다. 쉐이크쉑은 2015년 국내 론칭 후 승승장구하며 매장을 25개까지 늘렸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에 1호점을 오픈한 bhc의 슈퍼두퍼도 4월 홍대에 2호점을 열었다. 스타 셰프 고든 램지가 오픈한 고든 램지 버거도 1호점이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
오는 6월에는 '거물'이 온다. 한화갤러리아가 선보이는 '파이브가이즈'다. 이미 글로벌 1700개 매장을 보유한 데다 김동선 갤러리아 신사업전략실장이 국내 론칭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어설프게 '간만 볼' 생각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이들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의 가장 큰 특징은 '비싼 가격'이다. 프렌치 프라이와 탄산음료를 포함한 세트 구성이 1만원 이하인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와 달리 이들은 1만원 중반에서 2만원 이상을 받는다. 그럼에도 소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이어진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버거를 '저렴한 식사'로만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더 클 것 같은데
업계에서는 국내 버거 시장이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은 2020년 2조9600억원에서 지난해 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엔 5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전에는 '저렴한 한 끼'로만 여겨졌던 버거가 프리미엄화에 성공하면서 저변이 넓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중저가 프랜차이즈들도 최근에는 1만원 이상 고가 제품을 선보이며 타깃을 넓히는 추세다.
버거킹은 최근 패티를 4장 넣은 '콰트로 맥시멈 미트 포커스드 어메이징 얼티밋 그릴드 패티 오브 더 비기스트 포 슈퍼 미트 프릭'(이하 콰트로 맥시멈)을 출시하며 SNS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39글자에 달하는 긴 이름과 함께 단품 1만6500원, 세트 1만8500원이라는 가격이 관심을 끌었다.
맥도날드의 '더블 빅맥'도 단품 9000원, 세트 1만900원으로 프랜차이즈 버거 세트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만원을 넘겼다. 롯데리아도 1만2400원짜리 더블한우불고기세트 등 1만원대 메뉴를 다수 운영 중이다. 2000원대 버거가 주력이었던 편의점도 최근 4500~5000원대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쉐이크쉑을 필두로 다양한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이 심리적 가격 저항선을 높이면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고가 메뉴를 시도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쉐이크쉑이 1만원대 버거, 2만원대 세트 메뉴를 선보이고도 성공을 거둔 이후 버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뀐 것 같다"며 "앞으로도 프리미엄 메뉴가 늘어나며 시장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