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인쇄'라 불리는 '플렉소 인쇄'를 포장재에 적용하는 식품업체가 늘고 있다. 수성잉크를 사용하는 플렉소 인쇄는 기존 유성 그라비아 인쇄보다 환경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플렉소 인쇄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해 향후 산업구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SPC삼립은 삼립호빵, 미니꿀약 등 140여 개 제품에 플렉소 인쇄 기술을 적용했다. 올해까지 적용 품목을 현재 대비 5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도 롯데중앙연구소, 유상공업과 협력해 플렉소 방식 인쇄를 도입했다.
일찌감치 플렉소 인쇄 방식을 도입한 곳도 있다. 지난 2020년 오리온은 안산 인쇄공장에 플렉소 인쇄 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1년 후 2호기까지 확대했다. 오리온 전체 제품 중 80%에 플렉소 포장재를 적용할 수 있는 규모다. 오뚜기도 작년 6월부터 라면업계 최초로 △진라면 △케챺 △마요네스 등 10개 제품 속포장지에 플렉소 인쇄 방식을 적용했다.
잉크·유기용제 절감 효과↑
플렉소 인쇄는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확산돼 왔다. 식품 포장에 주로 사용됐던 '유성 그라비아 인쇄' 대비 잉크와 유해물질 배출 절감 효과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유성 그라비아는 환경 유해물질인 △에틸아세테이트 △메틸에틸케톤 △톨루엔 등으로 만든 잉크와 용제가 사용된다. 유기용제는 유성 그라비아 인쇄 방식에 사용되는 판을 세척하는 데 사용되는 환경오염 물질이다. 반면 수성잉크를 사용하는 플렉소 인쇄기 판은 주로 물과 계면활성제(세제)로 세척이 가능한 덕분에 유기용제 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양각 방식(볼록한 형태의 판)을 사용하는 플렉소 인쇄는 음각방식(오목한 형태의 판)인 그라비아 인쇄 보다 잉크 사용량이 적다. 깊게 파진 형태의 판에 많은 양의 잉크를 비축하고 사용하는 음각 방식은 인쇄지에 흡수되는 잉크 양이 많은 반면 양각방식은 인쇄판에 필요한 만큼의 잉크를 도포해 사용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음각 인쇄를 하는 기존 그라비아 방식은 잉크를 사전에 채워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잉크 사용량이 많다"면서 "반면 플렉소 방식은 인쇄할 때마다 잉크를 붙여서 사용하는 양각 방식이라 낭비되는 잉크량이 적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양각 인쇄로 연간 최대 약 1600톤의 잉크와 유기용제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오리온도 플렉소 인쇄 기술을 도입한 후 잉크·유기용제 사용을 연간 800톤 절감했다. SPC삼립도 잉크 사용량을 40% 이상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유리"
플렉소 인쇄 방식은 환경적일뿐 아니라 경제적이기도 하다. 식품 산업구조는 점차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과 개성이 다양화되면서 획일화된 상품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탓이다.
그동안 그라비아 인쇄는 대량생산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파여진 음각 인쇄 판에 잉크를 비축하고 사용하는 덕분에 규격화된 제품을 빠르게 찍어낼 수 있었다. 반면 신제품 출시에 맞춰 포장지 인쇄를 자주 바꿔야하는 산업구조에서는 비용절감 효과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다 유연성이 높은 플렉소 인쇄가 주목받은 이유다.
플렉소 인쇄는 고무재질 수지판을 사용하는 덕분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무게가 가볍다. 판 교체 주기가 빠른 다품종 소량생산 모델에 적합한 이유다. 또 다양한 원단을 사용할 수 있어 시장 트렌드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주로 필름류를 사용하는 그라비아에 비해 플렉소는 셀로판, 종이 등 다양한 인쇄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쇄마다 수지판을 교체해야 하는데, 플렉소 인쇄 판은 그라비아 보다 가볍다"면서 "작업자가 수지판을 교체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는 점도 다품종 소량 인쇄에 적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