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중국 맥주의 추락
주류업계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수입맥주 2위 국가인 중국의 대표 맥주 브랜드인 칭따오가 때아닌 '오줌 맥주' 논란에 휩싸인 겁니다. 중국 현지 칭따오 생산 공장에서 한 직원이 보관 중인 맥아에 소변을 보는 모습이 잡힌 영상이 공개되자 소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칭따오 측은 곧바로 해당 공장은 한국 수출용 맥주를 만드는 공장이 아닌, 내수용 공장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의심은 쉬이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수출용 공장이라고 한들 위생 상태를 믿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후 중국 언론에서는 해당 장소가 칭따오 공장이 아닌 물류업체의 운송차량실이라고 보도했지만 분위기가 반전되진 않았습니다. 어디에서 벌어진 일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2019년 '노 재팬' 못지 않은 중국 맥주 불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앞선 멜라민 분유, 알몸 김치 등의 사태와 달리 브랜드가 특정됐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 브랜드이기 때문에 이슈가 오래 기억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이번주 들어 편의점에서는 칭따오 매출이 20~30% 이상 줄었습니다. SNS에서는 집에 있는 칭따오 맥주를 모두 버렸다는 소비자들의 인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맥주 뿐만이 아니라 중국 맥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양꼬치, 마라탕 등 중국 음식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굳히기' 나서는 일본맥주
칭따오가 위기에 빠지면서 반사이익을 누가 챙길지도 관심입니다. 우선 올해 들어 수입맥주 1위 타이틀을 차지한 일본 맥주가 있습니다. 지난 8월까지의 수입량이 3만6573톤으로, 지난해 전체 물량의 2배 수준입니다. 일본 맥주가 수입맥주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건 2018년 이후 5년 만입니다.
올 초 출시한 아사히의 슈퍼드라이 생맥주캔은 '거품 생맥주'로 인기를 얻으며 품귀 현상까지 빚었죠. 이후 삿포로가 홍대입구에, 아사히가 신촌에, 산토리가 용산에 각각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일본 맥주의 귀환'을 알렸습니다. 지난 7월엔 아사히 캔맥주가 국산 맥주 켈리를 누르고 소매 판매 3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잘 나가는 일본 맥주에도 아킬레스건은 있습니다. 바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입니다. 2차 방류가 진행된 이달 초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서울 종로구에서 시위를 하며 일본 맥주를 버리는 퍼포먼스를 했죠.
아직까지는 오염수 방류 이슈가 일본 맥주 판매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제든 화살을 맞을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I am 신뢰에요, 국산맥주
국산 맥주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생산 환경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운송 과정도 긴 수입맥주와 달리 국산맥주는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위생과 관리 면에서 신뢰도가 높습니다. 실제 이번 사태가 터진 후 국내 맥주 제조 기업들은 "국내 공장에서는 원재료 관리를 자동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오염이 생길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었죠.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칠성 등 국내 맥주 업체들은 맥주 제조와 원료 보관 등 거의 모든 공정을 전자동화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직접 방문해 봤던 맥주 공장에서는 사람이 돌아다니는 모습조차 구경하기 어려웠습니다. 맥주 역시 생산 과정은 대부분 스테인리스 재질의 통과 관 안에서 이뤄집니다. 맥주를 볼 수 있는 건 병입되는 찰나의 순간 뿐이었죠.
특히 칭따오가 많이 판매되는 양꼬치집 등 중국음식을 판매하는 식당들은 대부분 중국 맥주와 국산 맥주를 판매하는 곳입니다. 아사히 등 일본 맥주나 버드와이저 같은 미국 맥주를 판매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칭따오 수요가 카스와 테라, 클라우드 등 국산 맥주로 흡수될 수 있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칭따오가 당분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가정용 시장에서는 칭따오 수요가 대부분 아사히나 스텔라,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등 인기 수입맥주로 넘어가겠지만 유흥 시장에서는 카스와 테라 등 국산 맥주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