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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이 불러온 '식용 곤충' 논란

  • 2023.11.04(토) 15:00

[주간유통]'벌레 생닭' 사건에 '식용' 발언
식약처 "나오면 안 돼…이물질로 판단"
'어린이식' 푸디버디 초반 행보 주춤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식용 곤충'의 정의

'더미식' 브랜드를 론칭한 후 공격적으로 가정간편식(HMR)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하림이 이번 주 또 하나의 새 브랜드를 선보였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HMR 브랜드 '푸디버디'인데요. 보통 새 브랜드가 나오면 한동안은 새 브랜드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가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 '푸디버디' 론칭 때는 푸디버디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때아닌 '딱정벌레 애벌레' 이야기가 더 많은 화제가 됐습니다. 앞서 하림이 제조한 생닭에서 수십 마리의 애벌레가 나와 논란이 됐는데요. 위생 문제에 대한 질문에 김홍국 회장이 "곤충을 식용으로 쓰기도 하는데 딱정벌레도 그중 하나"라며 "실질적으로 사람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발언 앞에는 "친환경 농장은 소독약을 쓰지 못해 벌레가 많을 수 밖에 없다"며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 앞으로 위생 관리 등을 잘하겠다"는 등 해명도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식품회사에 그 어떤 문제보다도 예민한 '이물질' 사고에 대한 대답으로는 적절하지 않았다는 게 다수의 의견입니다.

당연히 동물을 기르는 곳에 벌레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벌레가 소비자의 손에 들어온 상품에까지 들어와선 안 된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 벌레가 '식용'으로도 쓰이는 종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용으로 쓰이는 곤충은 그에 걸맞는 위생 관리를 거쳐 판매돼야 합니다. 닭 속에 들어있던 애벌레를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푸디버디 론칭 행사장에 등장한 김홍국 회장/사진제공=하림

식약처도 김 회장의 '판단'에 대해 철저히 반박했습니다. 해당 공장을 조사한 뒤 '경고' 조치를 내렸죠. 이물질로 나온 거저리과 유충이 식품 원료로 인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먹을 수 있는 것이어도 원래 생닭에서 나오는 물질은 아니기 때문에 '이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김 회장의 발언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문제의 발언을 한 푸디버디 론칭 행사장에서 김 회장은 직접 나서 푸디버디 라면을 만들게 된 사연을 풀어놨습니다. 막내딸이 라면을 먹고 아토피에 걸려 '어린아이가 먹어도 안전한 라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훌륭한 아버지의 마음이고, 훌륭한 기업인의 마음이지만, 몇 시간 전 자사 제품에서 나온 벌레를 보고 '먹을 수 있다'고 발언했던 김홍국 회장과, MSG가 들어간 라면을 딸이 먹는 것이 걱정돼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아빠 김홍국 사이에 큰 괴리가 있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왜 하필 오늘요

또다른 문제는 김 회장의 이 발언이 바로 푸디버디의 론칭 행사장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푸디버디는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HMR 브랜드입니다. 라면 한 개가 1700원, 미역국 1인분이 4000원이니 '프리미엄'급 HMR입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만큼 맛보다 중요한 게 위생과 품질입니다. 푸디버디를 개발한 하림 직원들 역시 론칭 행사에서 위생과 품질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국내산, 유기농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했고 HACCP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위생적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1일 푸디버디 론칭 행사장에 등장한 김홍국 하림 회장/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하지만 반대편에서 김 회장이 벌레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를 감행하면서 푸디버디의 첫 행보에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모기업에서 대형 위생 문제가 터지고 회장님의 발언까지 엮이면서 푸디버디는 안전하겠냐는 필터가 끼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소비자들,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식품회사의 위생 논란에 매우 민감합니다. 어느 한 제품에만 문제가 생겨도 그 브랜드 전체를 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충성고객이 있고 시장 점유율이 높은 브랜드들은 버틸 수 있습니다. 신규 브랜드는 애초에 구매한 적이 없으니, 앞으로도 안 사면 그만입니다. 

처음엔 흔하게 있는 식품 이물질 사고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였던 하림의 '벌레 생닭' 사건은 이제 그룹 이슈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하림이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회장님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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