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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참시]다이소 '5000원 후리스'에 숨겨진 전략

  • 2023.12.07(목) 16:48

패딩에 후리스까지 내놓은 다이소
SPA 대항마…한국판 '쉬인' 분석도  
본질은 매장 '객단가·집객력' 높이기  

참견(參見), 풀이하면 '어떤 자리에 직접 나아가서 보다'입니다. '전진적 참견 시점'은 직접 발로 뛰며 생활 속 유통 현장들을 '참견'하는 르포입니다. 한걸음 더 전진해 생생한 현장과 사람들, 뒷이야기를 취재합니다. 현상 속 숨겨진 '뷰'도 놓치지 않습니다. 한전진 기자의 '전진적 참견 시점', [전참시] 이제 시작합니다. [편집자]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최근 겨울 의류를 구입하러 다이소를 찾았다. 날씨가 추워진 탓에 기모 바지나 후리스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이전부터 양말, 속옷 등 내의류는 다이소에서 주로 구매해 왔다"면서 "재질이나 질감이 나쁘지 않아서 다른 의류도 종종 구매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격이 싸서 좋다"고 강조했다.  

다이소의 패션 제품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기존 기능성 의류에서 이젠 일상복 영역까지 손을 뻗치는 중이다. 최근에는 5000원 후리스, 패딩 조끼까지 선보이며 SNS 등에서 화제가 됐다. 가장 큰 강점은 균일숍이라는 특성을 이용한 '극' 가성비다. 이젠 유니클로 등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의 경쟁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니클로 견줄만 한걸

지난 6일 오후 방문한 서울 다이소 홍대입구역점은 퇴근 시간 쇼핑에 나선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특히 의류 제품이 있는 2층 매장은 방한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적잖았다. 온라인에서만 봤던 5000원 후리스, 패딩 조끼 뿐 아니라 장갑과 머플러, 모자 등 제품이 즐비했다. 양말, 속옷, 레깅스, 와이셔츠, 티셔츠 등 제품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화제의 5000원 후리스를 구매할 수 있었다. 종류가 다양해서 놀랐다. 긴팔 집업 제품과 조끼 형태로 나뉘어 있었다. 손으로 직접 만져보자 뽀글뽀글한 플러피 소재가 느껴졌다. 블랙·베이지·그레이 등 색상의 선택 폭도 넓었다. 매장 직원은 "얼마 전 물량이 들어와서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출시 초반에는 구매조차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좌) 유니클로 2만9900원 후리스 (우) 다이소 5000원 후리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인근 유니클로는 후리스 제품을 2만9900원에 팔고 있었다. 외관상으로 다이소 유니클로 두 제품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물론 재질적인 면에선 차이가 있다. 다이소는 100% 폴리에스터를 사용했다. 반면 유니클로는 폴리에스터(재생섬유) 57%, 폴리에스터 34%, 폴리우레탄 9%가 들어갔다. 다만 그 차이가 과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방한성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5000원 치고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가성비 덕에 다이소 패션 부분 매출은 늘고 있다. 다이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의류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40% 신장했다. 아이템의 수도 170% 늘었다.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다이소는 이지웨어, 플란넬 소재를 사용한 홈웨어 총 80여 종의 상품을 구성해 겨울 기획전까지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5000원에 파나

다이소가 5000원 후리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규모의 경제'덕분이다. 다이소는 전국에 1500여 곳의 매장이 있다. 이를 통한 박리다매 전략을 펼친다. 가장 무서운 점은 박리다매 전략을 펼치면서도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2조9457억원, 영업이익 2393억원을 거뒀다. 올해 연간 매출액 3조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균일가라는 판매 방식의 영향도 있다. 다이소는 모든 제품을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6가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점을 이용해 애초에 가격을 정해두고 제조사 등과 협상을 벌인다. 특히 대부분 패션 브랜드는 연예인을 통한 브랜딩에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하지만 다이소는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5000원에 팔아도 남는 장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다이소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다이소의 패션 확장을 점치기도 한다. 특히 패션은 일반 생활용품 보다도 마진이 높은 상품군으로 꼽힌다. 다이소가 '패스트 패션'을 실험 중이라는 관측도 있다. 패스트 패션은 쉽게 말해 '한철 입고 버리는' 의류다. 실제로 패션업체 중국의 '쉬인'은 이런 전략을 통해 최근 아시아 뿐 아니라 미국 등 글로벌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다이소 패션의 '찐' 목적

다만 업계에선 다이소의 패션 확장은 한계성이 뚜렷하다고 본다. 옷은 겉으로 보여지는 게 중요한 상품이라서다. 의류가 아닌 패션이 되려면 브랜드 등 이미지가 절대적이다. 다이소가 '가성비' 5000원 청바지를 만들어도 소비자는 이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결국 유행을 타지 않는 기능성 실용성 의류에만 국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을 시작한 1997년부터 이어온 균일가 정책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에컨대 점퍼나 코트는 아무리 규모의 경제를 동원해도 5000원에 파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론 8000원, 1만원, 2만원 대로 균일가격대의 구간을 확장할 수 있다. 다만 이때부터는 고객들의 마음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싸니까 괜찮아'라는 관대함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아성 다이소 실적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사실 다이소 패션의 목적은 객단가를 높이는 데 있다. 다이소의 핵심 전략은 최저가를 통한 추가 구매 유도다. 이를 위해선 최대한 여러 분야의 제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손톱깎이를 구매하러 다이소에 갔다가 샤워기 헤드, 마우스 패드, 5000원 후리스도 덩달아 사오는 심리다. 매장 집객력 확대도 이유다. 5000원 후리스를 파는 곳은 국내에서 오직 다이소 뿐이다. 온라인 쇼핑과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다. 

다이소 관계자는 "양말이나 티셔츠 등을 이전부터 판매해왔고, 고객에게 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의류용품을 강화해 오고 있다"며 "올해 선보인 후리스와 패딩조끼 제품의 초반 반응이 괜찮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균일가로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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